장루 주머니는 복부에 인공항문을 만들어 대변과 가스를 나오게 해 주는 장치다. 환자들이 대장암 등으로 장기를 일부 절제하거나 외상 피해를 당했을 때 사용한다. 그런데 장루 주머니를 단단하게 붙이면 냄새는 덜 나지만 뗄 때 아프고 느슨하게 붙이면 뗄 때 덜 아프지만 냄새가 난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개발돼 환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자 친화적인 장루 주머니를 개발한 김성환 네오스헬스케어 대표(사진)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장루 주머니에 대해 알려달라.
“대장암, 직장암, 만성대장염 등 장질환을 이유로 장의 일부를 절제할 수 있다. 장기가 짧아 옆구리 쪽으로 인공항문을 만드는데 인공항문은 괄약근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 변이 나올 수 있다. 그 변을 담아 두는 게 바로 장루 주머니다. 대부분 하루 이틀에 한 번 내용물을 버린다. 장루 주머니는 동일 부위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부착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접착제를 ‘점착제’라고 부른다. 기존 장루 주머니에 사용되는 점착제의 경우 부착 부위에 심한 발진이 생기고 심하면 피부괴사 등이 발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고통은 심각했다.”
―직접 개발한 저온 감응형 점착제의 장점이 뭔가.
“누수와 누취를 고려하면 접착력이 높아야 하는데 접착력이 높으면 환자의 통증과 발진이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무작정 접착력을 높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네오스헬스케어가 개발한 저온 감응형 점착제는 일상적 피부 온도인 29∼34도에서 가장 높은 접착력이 유지된다. 장루 주머니를 떼려면 해당 부위에 2, 3분 정도 아이스팩을 대고 온도를 내리면 접착력이 60% 이상 줄어든다. 통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신개념 기능성 점착제이다.”
―장루 주머니를 개발한 계기가 있나.
“화학 원료 및 접착제 관련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했다. 그런데 약 15년 전 고객과 상담을 하다 장루 주머니에 대한 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됐다. 이런 용도에 맞는 기능성 점착제를 만들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공호성, 한흥구 박사와 공동 연구를 했고 2021년 말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듬해 네오스헬스케어를 창업했다. 창업 후에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서울바이오허브와 홍릉강소특구의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난관을 극복했다.
―국내 장루 환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충분한가.
“사실 장루 환자를 위한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도 장루 주머니를 교체할 만한 마땅한 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일상적 사회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한 장루 주머니는 언제 상용화되나.
“현재 저온 감응형 점착제를 활용한 장루 주머니를 사용해 샘플을 제작하는 단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는 내년 초 가능할 전망이다. 영국 등 유럽에도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다.”
―개발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건가.
“온도를 낮추면 접착력이 떨어지는 기술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이 기술은 장루 주머니뿐 아니라 수술 상처 보호용 테이프, 외상 보호용 테이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정의 다이싱 테이프, 웨이퍼 백그라인딩 테이프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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