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건강은 챙겨주면서 정작 제 건강은 등한시하고 있더라고요. 근육은 없고 체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이었어요. 체력도 떨어졌고, 어깨까지 굽어 체형이 이상하게 변했어요. 운동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죠.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가 PT를 받기로 했죠.”
피부 및 체형관리를 해주는 백스테라피 백수정 원장(52)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1년이 지난 2021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오래전 수영을 했었고, 최근에도 요가를 하는 등 건강에 관심이 있었지만 꾸준하지는 못했다. 그는 “요가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확산 탓에 다 문 닫아서 가지 못했죠. 운동은 해야겠고,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 뭔가를 생각하다 근육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런 것 있죠. 남들 건강 관리를 해주다 보니 제가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 찾아오는 사람 상담하고 어떻게 해야 건강하다고 조언을 해주는 직업인데 정작 저는 골골하면 안 되잖아요. 그게 근육 운동을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였습니다.”
근육 운동이 쉽지 않았다. 적응하느라 고생했다. 근육 운동은 안 하다 하면 근육 통증이 심하다. 사실상 온몸이 쑤시기 때문에 웬만해선 꾸준히 하기 힘들다. 그래도 백 원장은 주 2회 PT는 꼬박꼬박 받았다. 그는 “솔직히 PT 외 시간에도 운동해야 효과가 좋은데 너무 힘들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 통증도 문제였다. 허리가 삐끗하면 1~2주 운동 못 하고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 2회 근육 운동에도 몸은 바뀌었다. 그즈음 지인으로부터 “시니어 모델 대회를 나가는 게 어떻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백 원장은 모델 워킹과 포즈 등을 배워 2022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더 그레이스’에 출전했다. 더 그레이스는 과거 한국 슈퍼모델을 발굴했던 SBS가 개최한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였다. 백 원장은 전체를 아우르는 대상 등 2관왕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50세의 나이에도 20, 30대 못지않은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아나운서와 배우, 모델 출신 등 다양한 인물들이 출전한 가운데 모델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백 원장이 대상을 받은 것이다.
“저도 놀랐죠. 제가 피부 관리 일을 하다 보니 피부 노화 방지에는 신경을 써 오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근육 운동으로 체형이 바뀐 게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구부정하던 몸이 쫙 펴져서인지 키도 커졌죠. 몸매도 탄탄하게 바뀌었어요. 더 그레이스에서 대상을 받은 뒤 근육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죠.”
대상 수상의 선순환 효과였다. 대상을 받은 원동력이 온전히 근육 운동의 효과는 아니었지만 대회 출전 뒤엔 주 2회 받는 PT 외에 개인 훈련도 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거의 매일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갔다. 그는 “하루 2회 근육 운동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지금은 출근하기 전 새벽에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거나 개인 훈련을 하고 오후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루틴이다. 유산소 운동은 퇴근한 뒤인 오후 9시 이후에 하고 있다. 유산소 운동은 개인적으로 효과가 큰 실내 계단 운동(일명 천국의 계단)을 주로 한다. 피트니스센터 스테핑머신에서 일정한 강도로 계단을 오르듯 계속 오르는 운동이다. 백 원장은 “천국의 계단 30분이 러닝머신 1시간보다 효과가 높다”고 했다.
백 원장은 7월 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서울 웰니스 머슬 피트니스 챔피언십(WMFC) 핏모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여자 핏모델 50대 부문에서 1위를 했고 20대 등 여자 전체 핏모델 중 최고가 된 것이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약 5개월간 보디빌더의 식이요법까지 한 게 효과를 봤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야채 위주로 식사를 해 근육의 선명도를 높였다. 식이요법으로 체지방을 줄이면 근육의 선명도가 높아진다. 그는 “식이요법을 한 뒤 몸이 확 바뀌었다”고 했다.
“핏모델은 피트니스의 핏(Fit)으로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레깅스를 입은 모습을 평가하는데 근육이 너무 많아도 안 되고 전반적으로 날씬하게 건강한 사람을 뽑는 것 같아요. 어쨌든 나이 불문하고 최고로 뽑혀 너무 기뻤죠.”
백 원장과 함께 WMFC에 출전한 남편 김대훈 씨(52)도 핏모델 남자 50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백 원장은 “다른 운동을 즐기던 남편이 뒤늦게 저랑 함께 근육 운동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뻤다”고 했다.
백 원장 부부 스토리는 많은 교훈을 준다. 근육은 나이에 상관없이 키울 수 있다. 1990년 미국의사협회 저널에 ‘90세 어르신들의 고강도 근육훈련’이란 논문이 발표된 이후 나이에 상관없이 근육 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90세를 넘긴 남녀 9명을 대상으로 8주간 강도 높은 근력 훈련을 시켰는데 근력도 좋아졌고 걸음걸이도 향상된 것이다. 근육을 키우면 최소 10년은 젊게 살게 된다. 그래서 근육운동은 젊음을 되돌려주는 회춘약(回春藥)으로 불린다.
근육은 젊음의 표상이다. 젊음은 에너지란 말과 같다. 다양한 힘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이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나이 들면 에너지가 떨어진다. 그 차이가 근육량의 차이다. 결국 나이 들어서도 근육을 키우면 젊어질 수 있다. 몸이 달라지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도 오게 된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근육 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존감이 상승한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초라해진 외모 때문에 빠질 수 있는 우울증을 막아주기도 한다.
근육 운동은 백 원장의 삶을 바꿨다. 그의 몸매를 탄력적이고 멋지게 만들어 시니어 모델로 만들어준 것도 있지만 삶의 질이 달라졌다. 건강해졌다. 한때 최고 60kg까지 나가던 체중이 이젠 50kg을 유지하고 있다. 만성 피로가 사라졌다. 갱년기로 인해 몸이 붓는 게 사라졌다. 혈관 질환 등 성인병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지구력이 생겨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그는 “하루 종일 다른 사람 몸을 만져주는 일에 지쳐 있었는데 지금은 더 활기차게 하고 있다”고 했다. 모델 활동을 병행하며 테라피스트 일도 즐겁게 하고 있다.
백 원장은 “아직 덜 바뀌었다”고 했다.
“제가 이렇게 변신하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잖아요. 솔직히 좀 오래 걸린 겁니다. 어떤 사람은 6개월 만에 확 바뀌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처음엔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었지만 싫었거든요. 한때 피트니스센터에서 나는 땀 냄새, 고무 냄새 등도 싫었죠. 지금은 달라요. 근육 운동이 절 탈바꿈시켜 주고 있으니까요. 시니어 모델, 핏모델도 됐잖아요. 더 몸을 만들어 또 다른 도전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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