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싱디렉팅 참여해 보니··· '제조 창업에 대한 값진 조언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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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8월 6일 1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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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년 기준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70.7%의 창업자가 ‘자금확보’를 창업의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40.3%, 지식과 능력, 경험의 부족은 28.3%로 나타났다. 자금확보와 실패 가능성, 경험 부족 삼박자가 창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판매할 제품을 직접 만드는 제조창업은 그 어려움이 배가된다. 제품 자체의 상품성도 중요하지만, 시작부터 제조 자금과 제조 과정을 완성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구축운영사업센터(이하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는 서울 동북권 소재의 예비 제조창업 기업의 어려움을 돕고자 ‘소싱디렉팅’및 ‘제품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는 초기창업자의 빠른 제조창업 실현을 위해 소싱디렉팅을 실시했다 / 출처=IT동아

소싱디렉팅(Sourcing Directing)은 제품 개발 및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 창업자, 중소·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통한 제품 디자인 및 제작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소싱디렉팅은 총 10개 기업이 선발됐으며, 제품개발까지 이어서 지원돼 10월 말까지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소싱디렉팅을 통한 컨설팅이 예비, 초기 제조창업가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열 팀의 컨설팅 중 세 개 과정에 직접 참여해 실질적인 과정을 지켜봤다.

24시간 여성용 속옷 만드는 ‘모아모아’의 사례

모아모아(MORE MOA)는 24시간 착용 가능한 콘셉트의 수면용 브래지어를 만든다. 데구치하나 대표는 2020년 8월에 한국으로 유학을 온 뒤, 한국에 계속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돼 창업을 결심했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 창업가가 안정적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술창업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초기 제품 제작까지 한 상태지만, 더 완성도를 가다듬기 위해 K-스타트업 공고를 보고 서울과기대 소싱디렉팅에 참여하게 됐다.

모아모아가 제작하고 있는 24시간 브라 / 출처=모아모아

데구치하나 대표는 이미 1차로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제품 생산 확대 및 개선점 반영을 시작하는 상황이다. 데구치하나 대표는 “기존 제품이 가슴을 잘 잡아주지만, 사람에 따라 탄력으로 인해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한 소재나 제조 과정의 개선점을 찾고 싶다. 또 피부톤에 맞는 다양한 색상도 제조할 예정이다”라며 말했다. 덧붙여 “앞서 1500여 개 상품 제작을 진행했지만, 외국인이고 또 젊은 여성이다 보니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된 느낌은 아니었다”라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를 인지한 멘토들은 모아모아 제품에 가장 적합한 제조 방법과 경험 등을 제시했다. 진재훈 멘토와 명보람 멘토는 실제로 브라 제작을 해봤거나, 직접적으로 속옷 기업 대표와의 연관이 있었다. 덕분에 동종업계 기업들의 단가나 제품 포지션에 대해 잘 알고, 제조 공정에 대한 사전 지식도 있었다. 이를 토대로 제조 방식이나 색상 정보 등은 물론 공동 제조 등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법 등을 공유했다.

데구치하나 대표는 멘토 추천을 통한 공동 제작 의뢰, 소재 및 색상 선정과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 출처=IT동아

명보람 멘토는 “색상은 검은색, 살구색, 백색, 회색, 라벤더 색상을 추천한다. 또한 동종업계 기업과 제품 생산량을 합쳐서 의뢰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 부분에 필요한 동종업계 관계자는 직접 소개할 것”이라면서, “소재 개선도 단독으로 제품 제조를 의뢰하면 단가 부담이 크다. 타사 업체와 소재를 맞춰 단가를 줄여보는 걸 권장한다”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특허 기반으로 여러 공장에 단가를 확인할 것, 판매처를 쪼갠 뒤 상품 판매가 많은 쪽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데구치하나 대표는 외국인 여성으로서 국내 제조창업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싱디렉팅을 통해 이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 출처=IT동아

데구치하나 대표는 “혼자 사업을 하면 부족한 점도, 제약도 많다. 소싱디렉팅 1차 컨설팅을 통해 전문적인 조언을 받았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더 전략적으로 사업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모아모아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멘토링에 나온 조언 하나하나가 단가나 매출 등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었고,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모를만한 내용들이었다. 누구라도 본인 사업에 정확한 조언을 들으면 성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디지털 피트니스용 센서 솔루션 기업 ‘더 그램’의 사례

더 그램은 헬스장 기구를 위한 디지털 센서 솔루션을 만든다. 학생 창업팀으로 개념증명(PoC) 제품까지 완성했고, 소싱디렉팅과 제품개발 프로그램으로 시제품 제작까지 달성하는 게 목표다. 윤성근 더그램 대표는 “올해 안에 제품 테스트 및 PCB 제작, 외관 제작, 시제품 베타 테스트에 소량 생산을 하고 앱 연동까지 하는 게 목표”라고 제시했다.

더 그램 팀이 멘토진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출처=IT동아

멘토진은 우선 부품 변경과 PCB(기판) 제작 여부, 부위별 제품 모듈화 및 센서 스펙 확인, 디자인 개선 등 PoC 제품을 양산 가능한 제품으로 향상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확인했다. 김설 멘토는 “기기 안정성이나 인식률, 오차 등은 기판 단위에서 고려할 문제며, 동작 방식에 따라 레이저 대신 ToF(Time of Flight) 센서를 사용하는 등도 고려하라. 또 사출 대신 절곡 방식을 이용하면 단가를 더 아낄 수 있다”라며, “최소한 20세트 정도는 만든 뒤 제품을 시험하는 게 우선이다. 단순 샘플로 10개를 제작하는 금액도 700만~800만 원인 만큼 신중히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제조 공정을 시작하기 전 제품을 더 다듬어볼 것을 권했다. 진재훈 멘토도 “공장에 제품 생산 단가를 문의하려면 디자인과 치수, 금액도 맞춰서 줘야 한다. 현재 만든 본체와 기기 연결 장치, 센서를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제품 규격을 다지면, 그 이후에 제품 단가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맞추는 단계로 나아갈 예정이다.

이날 컨설팅은 제품 고도화 방안 및 제조 단가를 대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까지 진행됐고, 추후 2차 컨설팅을 통해 조금 더 제품 제조에 다가설 예정이다.

유동식 자동 공급 솔루션 ‘제이비솔루션’의 사례

제이비솔루션은 유동식을 간편하게 먹도록 돕는 전동기기를 구상한다. 심준보 대표는 식품공학 관련 경력자며, 현재 식품생명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앞서 두 기업과 달리 제이비솔루션의 제품은 아이디어 단계며, 창업 역시 유동식 시장에 전동 기기가 없다는 점을 바탕으로 시작했다. 제이비솔루션은 이번 소싱디렉팅과 제품개발 프로그램을 거쳐 시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심준보 제이비솔루션 대표(건너편 자리에서 흰 옷)와 신준호 줌 구강안면외과 치과의원 실장(맨 오른쪽) / 출처=IT동아

심준보 대표는 “유동식 섭취가 여전히 주사기로 넣는 식으로 이뤄지고, 이를 대체하는 장치나 제품이 없다. 우리가 시장의 첫 주자다”라면서, “제품은 모터, 튜브 등을 활용하고, 열탕 소독이나 고온식 섭취 등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공동 창업으로 참여한 신준호 줌 구강안면외과 치과의원 실장은 “제품을 만들면 성형수술 등 직접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시장부터 공략할 예정이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지만 수요는 확실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제이비솔루션은 아이디어 단계의 상품을 제조 가능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조언을 받았다 / 출처=IT동아

멘토들은 공통적으로 아이디어 제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쟁 제품이나 참고할만한 제품이 없는 신규 시장인 만큼. 생각이 아닌 실제 제품을 구상해야 제조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현 멘토는 “제품 아이디어를 제조 가능한 단계까지 끌어올린 다음, 크몽, 숨고에서 제품 견적을 요청하라”라고 말했다.

이어서 “대다수 제조자는 제품 제작을 꼭 의뢰하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제품 제조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제품을 어떻게 만들지를 설명해야 의뢰를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제조자마다 제품 제조 방법이 다르거나 공통된 부분이 있을 텐데, 이를 통해 제품 현실화 방안을 먼저 구상해 보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소싱디렉팅, 제조업 활성화에 긍정적 기여

서울과기대 소싱디렉팅 멘토링을 수행하는 담당자는 "시제품 생산 비용은 생각보다 비싸다. 시제품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야 기업의 생존력도 오른다"라면서, "참가자들 역시 이를 잘 알기에 제품 제작, 업체와의 관계 및 가격 확인 등 제품 제조에 필요한 실질적인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컨설팅에는 약 열 명의 컨설턴트가 멘토로 참여해 소싱디렉팅 참여 기업을 도왔고, 1차적으로는 제조 기업 추천이나 내부 견적 및 외부 견적 비교에 무게를 뒀다. 또한 제품의 물리적 구성 요소를 병합하거나 디자인 초안을 구상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 제품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총 열 차례의 멘토링 중 세 차례에 참여 해보니, 소싱디렉팅은 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닌 잡는 법을 알려주는 과정이었다. 초기창업가가 겪을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시제품 완성도를 높여 기업의 생존력을 높인다. 참가자는 스스로가 제조 방식을 터득하고, 독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그러면서도 기술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많았고, 업그레이드나 공동구매 방안처럼 경험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노하우도 줄을 이었다.

소싱디렉팅 참여 기업은 멘토링을 바탕으로 원래의 기업 성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제품 완성도는 높여 시장에 더 빨리 대응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소싱디렉팅은 우리나라 제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개인과 사회 전체로 그 수혜가 돌아오는 사업이다.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의 소싱디렉팅과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이어져야 할 이유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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