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이후에도 환자 3명 중 1명이 치료를 받지 않는 암이 있다. 바로 희귀 난치성 혈액암인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이다.
CLL은 혈액 속에서 비교적 성숙한 림프구가 급격하게 증식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60∼180명의 환자가 신규 진단을 받는다. 아직 CLL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CLL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질병의 진행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초기에 거의 증상이 없어서 혈액검사를 받았다가 백혈구 증가 소견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교적 천천히 진행하는 질환 특성상 초기 CLL 환자는 경과를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관찰 중에 병이 진행하는 소견이 보이면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문제는 CLL 환자가 이 기간에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면 치료가 꼭 필요한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 내과 민기준 교수는 “CLL이 진행 속도가 느리고 질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직접적인 증상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진단 후에는 경과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환자는 매일 자신의 상태를 기록하는 습관을 지니거나 환자 주변 가족들이 관심을 가지고 수시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CLL 환자는 경과 관찰 중 6개월 이내에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 감염의 증거가 없는 발열, 야간 발한, 극심한 피곤함 등과 같은 증상을 보이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가 유사한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CLL 치료 방법은 항암화학요법, 조혈모세포이식, 표적항암제 등이 있다. 항암화학요법을 받으면 백혈구 수가 정상화되고 증상도 가벼워지거나 소실된다. 하지만 재발하거나 치료 저항성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 밖에도 FCR(플루다라빈-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리툭시맙) 병합 요법이나 이브루티닙과 같은 표적 치료제도 최근 1차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이브루티닙은 CLL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전체 생존율(OS)을 입증한 브루톤 타이로신 키나아제(BTK) 억제제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처방됐다. 민 교수는 “CLL은 고령 환자가 많은 질환”이라며 “따라서 치료를 시작하면 부작용과 편의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이브루티닙은 부작용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