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10명 중 7명은 자살 생각이 들 때 전문기관, 의료진을 찾지 않고 혼자서 해결책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정신질환자와 가족의 생활실태와 복지서비스 이용 경험·필요한 서비스 수요 등에 대한 ‘정신질환자 및 가족지원 서비스 확충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정신질환자 1078명과 그 가족 99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8개월간 진행했다.
그 결과 정신질환자들은 자살생각이 들 때 대처방법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생각이 들 때 혼자 생각하는 경우는 77.1%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기관 도움은 20.6%, 가족 도움은 19.3%로 나타났다.
정신응급 상황 시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은 가족·친척이 64.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재활시설 61.6%, 평소 알고 지낸 의사가 22.3%로 조사됐다.
건강에 대한 인식도 대체로 낮았다. 건강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국민은 36.2%가 ‘좋음 혹은 매우 좋음’이라고 응답했지만, 정신질환자는 23.9%만이 같은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관리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만성질환을 앓은 적이 없는 경우를 조사한 결과 전체 국민 평균은 58.3%였으나, 정신질환자는 44.3%로 낮았다. 흡연율도 정신질환자는 26.5%로, 국민 평균인 17.0% 보다 높았다. 음주율도 정신질환자는 22.1%, 전체 국민은 13.4%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자 중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하는 경우는 18.1% 였으며, 주요 이유로는 두려움·불안감이 32.8%, 병원비 없음이 30.3%를 차지했다.
정신질환자의 69.6%는 지역사회 거주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60.1%가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또는 주변사람으로부터 괴롭힘이나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31.9%에 달했다.
정신질환자 가족 중 61.7%가 환자를 돌보는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보호자 사망 후 정신질환자가 혼자 남았을 때의 막연한 불안감이 42.1%,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돌봄 스트레스가 34.1%, 정신질환자의 취업 문제가 20.8%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자 가족이 돌보는 환자의 진단명은 조현병이 48.1%, 우울증이 20.1%, 양극성정동장애가 14.9%로 조사됐다.
환자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도 57.5%로 나타났다. 폭력 유형은 언어 및 정서적 폭력이 47.8%, 신체적 폭력이 33.9%로 조사됐다.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비율은 20.5%였으며, 자살 생각의 주요 원인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양육, 수발, 돌봄 부담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1.0%였다.
정신질환자와 가족이 원하는 지원 서비스는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거나 알고 있는 경우에 수요가 높았다. 대체로 정신질환자보다 가족의 서비스 수요가 높게 나타났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가족과정신질환자의 신속한 조력을 위한 위기개입팀 운영 등 정신응급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며 “내년부터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자립 지원을 위한 주거지원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정신질환자와 가족의 삶과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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