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국제학술지 발표
상호작용 거의 없어 검출에 난항… IBS, 탐색 장비 자체 기술 개발
특정 범위서 액시온 탐색 성공 … 향후 추적 영역 좁히는 데 기여
표준 우주론 모델에 따르면 우주의 26.8%는 암흑물질이 차지하지만 암흑물질의 정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이론으로 예측된 범위에서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배제하는 식으로 암흑물질을 찾는다.
특히 액시온(Axion)은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다. 질량이 매우 작으며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입자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연구단은 최근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좁힌 연구 결과를 최근 잇따라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강력한 자석을 사용해 액시온의 존재 여부를 판단한다. 이론에 따르면 액시온은 자기장과 만나면 질량에 따른 주파수를 나타내는 광자(빛의 입자)로 변환된다. 이때 공진기를 이용해 주파수를 증폭하고 검출하면 해당 관찰 영역의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핵심은 액시온의 질량과 질량이 변환된 주파수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론에서 예측한 넓은 주파수 영역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조금씩 탐색해야 한다.
● 자체 장비 개발해 액시온 탐색
액시온에 대한 이론적 모델로 ‘DFSZ’와 ‘KSVZ’가 있다. ‘DFSZ 액시온’ 모델에서 예측한 액시온은 KSVZ에서 제시한 것보다 다른 입자와의 상호작용이 작아 실험에서 탐지하기 더 어렵지만 기존 우주론의 한계를 극복한 ‘대통일 모델(GUT)’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IBS 연구단은 ‘DFSZ 액시온’ 탐색에 초점을 맞춰 장비를 개발하고 특정 범위에서 액시온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12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X’에 공개됐다.
액시온 검출 확률은 자기장이 클수록 높아진다. 연구팀은 초전도체로 지구자기장 세기의 24만 배에 달하는 12테슬라(T)의 자석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장비를 활용해 1.025∼1.185기가헤르츠(GHz) 주파수 범위에서 질량이 4.24∼4.91μeV(마이크로전자볼트)인 액시온을 세계 최고 감도로 탐색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볼트(eV)는 주로 입자물리학에서 사용되는 매우 작은 에너지·질량 단위다. 멈춰 있는 전자의 질량이 약 511킬로전자볼트(keV)로 알려졌다.
정우현 IBS 연구단 연구위원은 “DFSZ 액시온을 탐색할 수 있는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두 곳뿐”이라며 “1GHz 이상 주파수에서 고감도로 액시온 탐색에 성공한 건 현재까지 IBS 연구팀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 고주파수 영역에서도 최고 수준 성과
연구단은 고주파수 영역에서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냈다. KSVZ 이론에 따른 최근 연구들은 액시온의 질량이 20∼30μeV, 주파수로는 4.8∼7.25GHz 영역에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연구단은 기존 실험보다 더 높은 고주파에 주목했다.
고주파 신호를 탐색하려면 주파수를 증폭하는 공진기의 부피를 줄여야 한다. 부피가 줄면 데이터를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연구팀은 원통형 공진기를 피자 조각처럼 나눈 ‘다중방 공진기’를 고안했다. 실험 결과 액시온이 질량 21.86∼22.00μeV 범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신뢰도는 90% 수준으로 해당 범위에서는 현재까지 가장 민감도가 높은 결과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됐다.
윤성우 IBS 연구단 연구위원은 “액시온 탐색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며 “차세대 액시온 탐색 실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연구”라고 밝혔다.
액시온(Axion)
빅뱅 때 물질과 함께 만들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물질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고안된 입자. 우주를 채운 암흑물질의 존재를 설명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질량이 매우 작고 전기적으로 중성이며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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