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많은 동네 살면, 조기사망 위험 15% ‘뚝’…“규칙적 운동과 효과 비슷”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8월 28일 09시 54분


루이빌 대학교 그린 하트 루이빌 프로젝트 제공.
나무가 많은 동네에 사는 것은 규칙적인 운동만큼 심장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루이빌 대학교(University of Louisville· UofL)의 연구자들은 켄터키 주 사우스 루이빌(South Louisville)에 있는 여섯 동네 주민 수백 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설계했다. 나무를 심기 전과 후, 마을 사람들의 심장 위험 요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혈액 및 기타 샘플을 사용하여 파악하기로 했다.

그린 하트 루이빌 프로젝트(Green Heart Louisville Project)의 ‘HEAL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무와 관목이 두 배 더 많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나무가 적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심장 질환, 당뇨병 및 일부 유형의 암과 관련된 혈중 염증지표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26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제36회 국제 환경역학학회 연례회의에서 공개 됐다.

NBC뉴스, 루이빌 대학교 등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를 이끈 UofL 의과대학 아루니 바트나가르(Aruni Bhatnagar) 교수는 “우리는 지역 공동체에서 심장 질환 비율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루이빌 대학교 그린 하트 루이빌 프로젝트 제공.
루이빌 대학교 그린 하트 루이빌 프로젝트 제공.

HEAL 연구는 의학적 치료의 효과 여부를 테스트하는 임상시험과 매우 유사하게 설계했다. 연구진은 중재군으로 선정한 동네에는 큰 나무와 관목을 심는 치료법을 적용했지만 다른 지역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 주민들의 건강 데이터를 비교하여 나무 추가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연구진은 고속도로로 나뉜 사우스 루이빌 10.4㎢ 지역에 거주하는 25세에서 75세 사이의 745명(여성 60%)을 모집했다. 이들 중 절반의 평균 가구소득은 5만 달러(약 6600만 원)로 나타났다. 미국 가구소득 중간 값(7만4580달러·약 9900만 원) 이하인 중·저 소득층 동네다.

연구자들은 중재를 시작하기 전에 각 참가자로부터 혈액, 소변, 손톱, 머리카락 샘플뿐만 아니라 건강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런 다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구 지역의 일부에 약 8500그루의 상록수, 630그루의 낙엽수, 45종의 관목을 심었고, 나머지 지역은 그대로 두었다. 연구진은 대기 질이 가장 나쁜 곳에만 녹지를 조성했다.

연구진은 작년과 올해 중재 지역과 대조 지역의 주민들로부터 새로운 샘플을 수집했다.

그 결과 녹지가 조성된 중재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나무나 관목을 심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 수치가 13%~20% 낮게 나타났다. 이 단백질은 뇌졸중, 관상동맥 질환 및 심장 마비를 포함한 심장 질환과 관련이 있다. hs-CRP 수치가 높을수록 당뇨병과 특정 암의 위험 또한 높다.

루이빌 대학교 그린 하트 루이빌 프로젝트 제공.
루이빌 대학교 그린 하트 루이빌 프로젝트 제공.

의학전문 매체 메디컬엑스프레스에 따르면 이 비율만큼 hs-CRP가 감소하면 심장마비, 암 또는 모든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거의 10~15% 감소하는 것과 같다.

바트나가르 교수는 이러한 감소가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의 여러 연구에서 주변 녹지율이 높은 지역에 사는 것과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지만, 의도적으로 주변 녹지율을 높이는 것이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와 곧 발표할 추가 연구를 통해 지역 내 녹지가 주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도시 녹지를 늘리려는 노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의과대학의 피터 제임스(Peter James)직업·환경 건강 센터 소장은 이렇게 강력한 바이오마커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나무가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인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 하는 연구 결과라고 NBC뉴스에 말했다.

나무는 그늘을 제공하고 기온을 낮춰 도시 열섬 효과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더운 날씨는 심장 질환을 악화시키고, 질환이 없는 사람에겐 열사병을 일으킬 수 있다. 나무는 또한 소음을 완화하는데, 소음은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제임스 소장은 설명했다.

워싱턴 대학교의 환경 역학자이자 환경·직업 건강 과학과 교수인 조안 케이시(Joan Casey는 “나무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운동하며, 아마도 더 중요하게는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또한 나무는 산업 부지와 같은 건강에 해로운 다른 토지 이용을 대체한다”라고 NBC뉴스에 말했다.

루이빌 대학교 그린 하트 루이빌 프로젝트 제공.
루이빌 대학교 그린 하트 루이빌 프로젝트 제공.

연구진은 주요 고속도로가 연구 지역을 관통하기 때문에, 나무들이 자동차 배기가스의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함으로써 동네 사람들이 유해 입자를 지속적으로 들이마시는 것을 막아 준 것이 녹지 지역 거주민의 염증 마커를 낮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연구진은 나무를 심기 전과 후 동네 공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녹지를 조성한 지역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계속 나타나면 3~4년 후 대조군 지역에도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아울러 나무와 관목들이 수면 개선과 어린이의 면역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바트나가르 교수는 “궁극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나무와 건강의 관계에 대한 그 어떤 연구보다도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케이시 교수는 도시 계획자들이 도시의 녹지 공간에 대한 공평한 접근성을 높일 때, 즉 수변과 같은 공간이 복원되고 그 결과 주택 가격이 상승하여 현재 거주자들이 녹지 공간이 완성된 후에는 그곳에서 계속 살기 어려워지는 ‘녹지 젠트리피케이션’(green gentrification)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임스 소장은 “핵심 메시지는 자연이 단순한 편의 시설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녹지 공간은 부유층의 특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우리에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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