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심술, 고산증과 난기류[이기진의 만만한 과학]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9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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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교수 그림

보이지 않는 공기가 정체를 드러낼 때면 늘 문제가 발생한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박사 과정 때 연구차 아르메니아 공화국 뷰라칸 천문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르메니아는 국토의 86%가 산악 지대로, 평균 해발고도가 1792m다. 참고로 서울의 해발고도는 45m다.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 도착해 산 정상의 천문대로 차를 타고 올라가는데 몸이 점점 불편해졌다. 두통을 시작으로 메슥거림, 구토, 권태감, 위약감이 나타나고, 밤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당시는 여행의 피로이려니 생각하고 하룻밤을 지냈지만 견디기 힘들었다. 그다음 날 산에서 내려오니 정상으로 돌아왔다.

당시는 고산병인지 몰랐다. 그 후 일본 여행에서 해발고도 2000m에 위치한 숙소에서 같은 증상을 경험하면서, 그것이 낮은 기압에 의한 고산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고지대로 올라가면 대기압이 낮아지고 점차 공기 중 산소 농도가 떨어져 동맥 혈액에 녹아든 산소가 줄어듦으로써 신체 변화를 일으킨다. 심하면 뇌부종이나 폐부종이 생겨 죽을 수도 있다, 내게 고산병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고통의 경험이다. 그 후 해발 8848m의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의 기압은 대기압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산소분압도 3분의 1에 불과하다. 물리학자로서 보면, 이는 분명 견딜 수 없는 압력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자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다.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압이 떨어진다. 기압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기체의 압력이다. 우리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공기의 압력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 머리 위에 존재하는 공기의 양이 적으면 적을수록 공기가 누르는 압력이 낮아진다.

공기에 압력이 있다고 처음 생각한 사람은 16∼17세기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였다. 그 후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이 공기의 밀도와 중력을 이용해 압력을 측정했다. 뉴턴이 물체의 힘에 대한 뉴턴의 법칙을 발견한 것처럼, 파스칼은 압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그래서 우리가 쓰는 힘의 단위는 뉴턴(N)이고 압력의 단위는 파스칼(Pa)이다.

최근 지상 10km 부근에서 비행기가 자주 맞닥뜨리는 난기류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기는 고도 10km를 경계로 위쪽의 성층권과 아래쪽의 대류권으로 나뉜다. 대류권 기온과 성층권 기온의 격차가 커지면, 그 사이에 제트기류가 만들어져 난기류가 발생한다. 일반적인 난기류는 습도가 있는 공기 쪽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이상기온으로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청천난류는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에 발생하다 보니 기상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렵다. 사전 징후 없이 매우 짧은 시간에 발생해서 더 예측하기 어렵다.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면 요동치며 급강하와 급상승을 반복하고, 항공기를 제어할 수 없게 되거나 기체에 구조적 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시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가 없어, 안전띠를 푼 채 뜨거운 커피나 뜨거운 컵라면을 먹는 동안 갑작스러운 난기류로 비행기가 요동칠 수도 있다.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에서 뜨거운 컵라면이라니. 아찔한 일이다. 난기류를 예측할 수 없고, 난기류를 만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면 뜨거운 것들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비행기가 자유낙하 하는 와중에 컵라면을 즐기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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