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남 고성 삼락리 해안. 언덕에 다다르자 수천 개의 공룡 발자국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 필드트립 행사의 일환으로 이곳을 방문한 지질학자 37명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 공룡 발자국 화석 앞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필드트립 행사는 거제, 통영, 고성 등 경남 지역의 백악기 후기 척추동물의 ‘생흔화석’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이 중 거제 청곡리 공룡 발자국 등은 이날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다.
생흔화석은 뼈나 껍질 등과 달리 발자국, 둥지 등 생물의 흔적이 화석으로 남은 것을 말한다. 특히 중생대 백악기 후기 넓은 호숫가였던 경남 일대에는 공룡, 악어, 도마뱀, 익룡, 조류 등이 남긴 생흔화석이 다수 있다.
현장에서 이를 직접 본 이사도라 피지 브라질 우베라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책임연구원은 “대규모의 공룡 발자국 화석과 알이 온전하게 보존된 공룡 둥지 화석은 남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라 무척 인상 깊다”는 소감을 남겼다.
필드트립을 이끈 김경수 진주교대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과학교육과 교수)은 “한국의 생흔화석은 공룡 시대의 끄트머리인 백악기 후기, 다양한 종의 공룡과 새가 어떻게 공존했는지 보여주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지질유산”이라고 소개했다.
경남 고성, 전남 해남, 여수, 화순 등 남해안 일대 공룡 화석지는 2002년부터 유네스코 자연유산 잠정 목록에 올라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공룡 화석이 묻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지 다수가 현재는 연구 인력과 지원 부족으로 미발굴 상태다.
허민 IGC 2024 조직부위원장(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은 “1972년 한국에서 첫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이래로 한국 공룡 연구는 어느덧 50여 년의 역사를 쌓았다”면서 “신진 연구자를 양성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룡 연구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