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감염증(UTIs)이 전 세계 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이로 인한 사망자 수도 빠르게 늘고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거의 생각하지 못 했던 것이다.
1990년에서 2019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보고된 요로감염증 수는 2억 5200만 건에서 4억 500만 건으로 1.6배 증가했다. 사망자 수 증가 폭은 더욱 크다. 1990년 9만 9000명에서 2019년 23만 7000명으로 2.4배 늘었다.
요로감염증은 세균이 요도로 들어가 요도와 방광, 심한 경우엔 신장을 감염시켜 발생한다. 여성에게 특히 흔하다. 성관계나 뒤에서 앞으로 닦는 것 같은 부적절한 위생습관으로 대부분 감염된다.
균이 방광에만 영향을 미칠 때는 위험하지 않으며 치료 없이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 과정이 몇 주에서 며칠로 단축된다. 그러나 이러한 감염이 신장, 혈류, 또는 생식계의 다른 부위로 퍼지면, 혈액 중독, 패혈증, 신장 손상, 또는 신부전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하지 않은 상태로 방치하면 비율이 매우 낮기는 하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라고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의 세균 세포 생물학자 제이콥 라자루스(Jacob Lazarus) 박사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말했다.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사례도 무시 못한 수준이다.
2023년 조지 워싱턴 대학교 밀켄 공중보건 연구소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800만 건의 요로감염증 중 최대 64만 건이 고기에서 발견되는 세균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랜스 프라이스 환경·산업보건학과 교수는 “음식에 들어있는 대장균이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엔 익숙하지만, 요로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개념은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생고기가 종종 이러한 감염증을 일으키는 대장균 균주로 오염된다는 점을 인식하면 그리 이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장균은 사람과 가축 포함 동물의 장에서 흔히 발견된다. 가축을 도축할 때 장에 서식하던 세균이 고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우리가 그 고기를 조리해 먹는 과정에서 대장균이 우리의 장을 통과해 요로로 퍼져 요로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대장균은 충분히 익히면 대부분 제거된다. 하지만 준비과정에서 사람의 손, 도마, 싱크대, 다른 음식 재료와의 접촉 등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요로감염증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도 육류 소비와 관련 있다. 사육과정에서 항생제를 먹고 자란 가축을 인간이 점점 더 많이 섭취하면서 항생제 내성이 커져,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었던 요로 감염증 치료가 어려워진 탓이다.
가축을 사육할 때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한 동물들에도 일상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한다. 이에 약한 세균은 사라지고 항생제에 더 강한 균이 번성하게 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UCSF) 의대 소속의 비뇨기과 전문의이자 비뇨생식기과 의사인 미셸 반 쿠이켄(Michelle Van Kuiken) 박사는 “항생제를 많이 먹여 키운 고기를 인간이 섭취하면 항생제 내성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고기 섭취가 인간의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고기를 먹으면 요로감염증에 걸린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다약제 내성균(다양한 항생제에 대하여 내성을 가진 병균)에 감염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 밀켄 공중보건연구소의 항생제 내성 행동 센터의 최고 의료 책임자이자 미생물학자인 신디 리우(Cindy Liu) 박사는 더 위험한 감염 수가 증가하는 배경에 있는 또 다른 강력한 요인으로 항생제 내성 요로감염의 증가를 꼽는다. “항생제 사용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방광, 신장, 요로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리우 박사는 경고했다.
앞서 언급한 2023년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리우 박사는 미국 소매 시장에서 팔리는 육류 제품의 30%에서 70%가 대장균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리우 박사는 특히 닭고기, 돼지고기의 대장균 감염 확률이 높아 취급할 때 주의해야 한다며 생고기를 만질 경우 따뜻한 물과 비누로 최소 20초 동안 손을 자주 씻고 사용한 조리 도구를 소독하는 등 청결하게 관리하며 고기는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기농’, ‘무항생제’, ‘동물복지’ 등의 인증마크가 붙은 제품을 선택할 것을 권장했다.
스탠퍼드대학교 의대 비뇨기과 전문의인 그레이그 코미터(Craig Comiter) 박사는 다른 경로의 요로감염을 예방하려면 자주 손을 씻고, 용변 후 앞에서 뒤로 닦고, 물을 충분하게 마시고, 성관계 후 소변을 볼 것 등을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