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실명구호 활동 펼치는 ‘비전케어’ 의료봉사 현장
안과의 등 15명 현지서 490명 진료… 전국 환자들 수개월 전부터 예약
기후 특성상 백내장 발병률 높아… 환자들에게 무료 수술로 ‘새 빛’
현지 의료진 대상 안과 강의 진행… 매년 20개국 돌며 교육 등 지원
“스물한 살인데 벌써 백내장 증세가 있네.”
“백내장을 오랫동안 방치해 수정체가 돌처럼 됐네요.”
지난달 26∼3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헤브론병원을 찾은 비전케어 의료봉사팀들은 캄보디아 주민 150여 명에게 백내장 수술 등 실명구호 활동을 펼쳐 새 빛을 선사했다. 사단법인 비전케어는 실명 예방 및 시력 개선을 위해 전 세계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가 의료, 교육, 사회적 지원 등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다. 이번엔 센트럴서울안과 5명, 센트럴제일안과 2명, 강남서울밝은안과 1명, 자원봉사 5명 등 총 15명이 의료봉사팀에 합류해 헤브론병원을 찾았다.
● 한국인이 세운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의료팀이 찾은 헤르본병원은 한국인 선교사인 김우정 의료원장(71·소아과 전문의)이 2007년 가난한 환자들을 돕고자 시작한 곳이다. 작은 의원이었으나 지금은 5층 규모의 건물에 수술실 3곳, 입원실 100병상을 갖췄다. 의사는 총 38명이 근무 중이다. 의료진 포함 직원도 140여 명에 이른다. 매일 500여 명의 외래 환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김 원장은 2014년부터 의료인 양성을 위해 가정의학과 3년제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엔 간호대를 설립해 현재까지 간호사 130여 명을 배출했다. 2014년 문을 연 심장센터에는 해외 심장수술 전문 인력들이 찾아 현재까지 266명의 환아가 심장 수술을 받았다. 최근엔 부정맥 시술, 간색전술 등을 할 수 있는 앤지오실도 마련했다.
이 병원의 이치훈 가정의학과 진료부원장(선교사)은 “안과 전문의가 큰 불편함 없이 백내장 수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술실 시설과 간호인력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 의료봉사팀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 강렬한 자외선에 방치된 환자들
27일 헤브론병원 안과를 찾은 외래 환자는 70명이 넘었다. 의료봉사팀은 30일까지 총 490명의 환자를 진료했고, 백내장 수술 142건을 진행했다. 다른 외국 의료팀이 같은 기간 의료봉사를 했을 때 수술 10여 건을 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숫자다.
병원을 찾은 캄보디아 주민들은 한국에서 안과 전문의들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국에서 수개월 전에 예약을 한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베트남 국경과 마주한 라타나키리주에서 550km, 차로 10시간 넘게 운전해 찾아온 주민도 있었다. 캄보디아 국립대병원에서 안과 수술을 받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운 데다 민간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을 경우 무려 800달러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곳 주민 대부분은 백내장을 방치하기가 일쑤였다.
자원봉사에 나온 임동권 센트럴제일안과 원장은 “이곳은 자외선이 다른 곳보다도 강하고 선글라스 등을 통해 자외선을 예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백내장 환자들이 많다”면서 “특히 20, 30대 젊은 백내장 환자도 많았는데 젊은 백내장은 방치 시 실명 우려가 높아 수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7일에만 넴 피아크데이 씨(21)와 소카 스레이틴 씨(22) 등 20대 청년 2명이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 시간은 10여 분에 불과했지만 이들은 “평생 밝은 세상을 바라보며 살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 안 질환 교육도 실시
의료봉사팀 관계자들은 몰려드는 안과 환자들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보기 위해 각자 역할을 나눴다. 15명이 안저검사, 시력 측정, 수술 전 단계 담당, 수술 의료기기 소독 등 맡은 업무를 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빠른 소통을 위해 무전기를 사용한 게 큰 도움이 됐다. 28, 29일 오후엔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과 임 원장이 이곳 의료진들을 위한 안과 강의도 진행했다.
최 원장은 “의료봉사는 단순히 의술을 베푸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소통하고 부족한 것을 메워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강의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전케어 의료팀은 매년 20개국 나라를 돌면서 현지 안과 전문의들이 백내장을 수술할 수 있도록 하는 PTC(백내장 수술교육과정)를 운영하고 안경지원사업 및 백내장 수술 등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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