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이라이드(Avride)는 자율주행 차량과 배송 로봇을 개발하는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에이브이라이드는 국내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도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1년 설립된 에이브이라이드코리아는 한국에서의 기술 테스트와 사업 확장을 담당하며, 오스틴 본사 및 텔아비브 연구개발 부서, 글로벌 사업팀과 협력한다. 고석진 에이브이라이드코리아 대표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사무실에서 만나 국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율주행 기술테스트와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인지 들어봤다.
러시아 구글로 불린 ‘얀덱스’ 자율주행 핵심 멤버 모여 ‘에이브이라이드’ 창립
‘에이브이라이드’는 얀덱스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담당한 핵심 인력들이 모여 만든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이다. 얀덱스는 1990년대 후반 나스닥에 상장하며 ‘러시아의 구글’로 불린 IT 기업이다. 2017년부터 얀덱스 자율주행팀은 글로벌 각지에서 자율주행 차량과 무인배송 로봇을 테스트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같은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주요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글로벌 기업이 얀덱스와 관계를 단절했기 때문이다. 이에 얀덱스의 모회사였던 네비우스 그룹이 러시아 기반 자산을 매각하자, 얀덱스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 핵심 인력이 모여 에이브이라이드를 설립했다. 고석진 에이브이라이드 코리아 대표 또한 얀덱스 출신이다.
고석진 대표는 “유년시절부터 컴퓨터를 좋아하고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기술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었기에 미국 대학에서 이론수학을 공부한 후 기술 기업으로 진로를 정했다”며 “러시아에서 자랐기 때문에 러시아 유명 IT 기업인 얀덱스가 낯설지 않았고, 인턴으로 입사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얀덱스에서 유일한 한국인 인턴이었다.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돼 얀덱스와 인연을 지속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얀덱스에서 클라우드나 데이터 분석과 같은 다양한 기술 기반 업무를 수행하다가, 자율주행 프로젝트 초기 멤버로 참여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었는데, 가장 빠른 길을 찾았다고 느꼈다”며 “한국에서 자율주행 관련 사업을 진행하던 중 앞서 언급한 대외 변수가 터져 진행하던 사업들이 에이브이라이드로 인수 이전됐다. 이후 에이브이라이드코리아 대표직을 맡아 자율주행 차량과 배송 로봇 사업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광주과학기술원에 자율주행 배송 로봇 공급…강남 일대서 자율주행 차량 테스트
이 같은 과정을 거쳐 2021년 설립된 에이브이라이드코리아는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자율주행차와 자율주행 배송 로봇 관련 기술 테스트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고석진 대표는 “자사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테스트하기 위해 통신사와 협력, 강동구 아파트 단지에서 로봇배송 시범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2023년부터는 대학가에 맞춤화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앱 운영 기업 ‘클라우드스톤’과 손잡고 광주과학기술원에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공급 중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캠퍼스에서 에이브이라이드 배송 로봇을 만날 수 있다”며 “최근에는 법 개정으로 실외 배송로봇이 인도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을 다니게 됐다. 공공도로에서도 보행자로 똑같이 취급하므로, 본격적으로 기술력을 테스트할 기반이 마련됐다. 여러 기업과 로봇배송 관련 사업 협상을 활발히 진행 중이며, 한국 내 자율주행 배송 로봇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사가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차량 테스트에도 매진 중이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강남대로 주변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시험 중”이라며 “현대 아이오닉 5 루프에 360도 라이더 센서를 부착하고, 헤드라이트 양옆에도 라이더 센서를 탑재, 주변 정보를 수집한다. 이후 축적된 모든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해 자율주행 차량이 올바르게 달리도록 돕는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을 트렁크와 전방 후렁크(Frunk)에 넣었다. 국내 도로는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최적화된 장소다. 해외에 비해 도로 폭이 좁아 정지선과 신호등의 거리가 가깝다. 또 많은 이들이 혼동하는 우회전법 등 교통 법규도 매우 복잡하다. 우회전 시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환경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이끄는 요인이다. 한국에서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차라면, 어디든 통행이 가능하다고 본다. 가장 복잡한 도로로 꼽히는 강남 일대에서 기술 고도화에 매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 확대…배달 효율화 꾀하는 기업과도 손잡을 예정
에이브이라이드는 추후 자동차 제조사 및 배달 효율화를 꾀하는 기업과 협력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고석진 대표는 “자사는 자율주행 차량과 배송 로봇을 동시에 개발·운영하는 강점을 지녔다. 두 제품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며, 기술적 노하우와 경험을 상호 적용할 수 있다”며 “다른 기업과 비교했을 때, 자사가 지닌 강점은 방대한 학습량이다. 에이브이라이드는 자사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 차량으로 세계 각지에서 자체 추산 2200만 킬로미터 이상을 주행한 경험을 지녔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은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20만 건 이상의 배달을 완료했다. 다양한 기후와 시간대, 도로 상황에서 기술을 테스트 중이며, 서울의 혼잡한 교통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주행 중이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는 악천후 속에서도 배송 로봇이 학생들에게 식사를 배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은 항상 개선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차량이 도로 공사 구역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을 경우,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분석하고 해당 기술을 개선한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을 학습시킨다.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된 공사장까지도 문제없이 인식하도록 기술 고도화에 매진 중”이라며 “로봇이 얼어붙은 인도를 오르지 못한다면, 서스펜션과 속도 제어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이처럼 기술테스트 중에 발견하는 개선점은 소중한 자산이 된다. 예컨대 자동차 모양의 유모차를 발견했을 때, 자동차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기계 관점에서는 흥미로운 데이터다. 이런 데이터가 모여 정확한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는 과정에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가 이뤄진다. 자사는 완전 자율주행을 향해 기술과 제품을 지속해서 개선 중”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에이브이라이드의 향후 활동 계획을 들었다.
고석진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 적용을 위해 더욱 다양한 차종에서 테스트가 필요하다. 자동차 제조사 역시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 회사와 연구개발이 필요하므로, 상호 협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쯤 공개 가능한 협업 계획도 있다. 기술적 파트너를 찾는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와도 활발히 협업 가능성을 모색 중”이라며 “배송로봇의 경우, 음식 배달 서비스나 자체 배달원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개인사업자가 솔루션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여러 국가에서 장거리 화물차를 운전할 기사가 부족한 상황이므로, 라스트 마일 배달에도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기술 적용은 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도울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이나 로봇은 24시간 내내 휴식 없이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율주행 기술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다. 도로에 로봇만 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로봇은 예측 가능하지만, 도로에는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기술이 인간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자사 차량과 로봇은 공공 도로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며, 신경망이 이러한 상황을 분석해 각 제품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돕는다. 향후 에이브이라이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자 하니, 행보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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