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헬스장 문 다 닫겠네”… 한미약품, ‘살은 빼고 근육 늘리는’ 혁신 비만약 개발 중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9월 9일 18시 11분


한미약품 “비만 프로젝트 순항… 하반기 중요 시점”
위고비 등 기존 GLP-1 계열과 다른 기전 비만 신약
오는 11월 美 비만학회서 연구결과 발표
“비만약 패러다임 전환·시장 게임체인저 기대”
한국인 맞춤 비만약·디지털의료 융합 비만 솔루션 개발 병행

한미약품 비만약 개발 프로젝트 H.O.P. 개요
한미약품 비만약 개발 프로젝트 H.O.P. 개요
한미약품은 작년 9월 가동에 들어간 비만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 내 주요 과제와 임상, 비임상 개발이 순항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9일 밝혔다. H.O.P는 비만 치료 전 주기 영역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맞춤형 치료제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한미약품 핵심 프로젝트다. 한국인에 최적화된 한국형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혹은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개발을 추진하면서 궁극적으로 삭센다나 위고비 등 기존 GLP-1 계열 치료제를 넘어서는 신약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약품이 H.O.P.프로젝트에서 비공개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해 온 신개념 비만치료제를 주목할 만하다. 한미약품은 체중 감량 시 근육 손실(감량 체중의 최대 40%)을 동반하는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를 극복하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삭센다나 위고비의 인크레틴(장 분비 호르몬,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 대표적)과 전혀 다른 작용 기전으로 체중감량 시 근육을 증가시키는 신개념 비만치료제로 디자인됐다. 치료제 개발 성공 시 음식을 먹고 살을 빼기 위해 헬스장을 다니는 대신 간단하게 약물 투여로 살을 빼고 근육까지 늘리는 시대가 현실화된다. 삭센다나 위고비 등을 넘어선 ‘꿈의 비만약’이 나오는 셈이다.

삭센다나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계열 약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거나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느끼도록 해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한미약품의 경우 삭센다·위고비와 다른 기전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타깃과 비임상 연구결과를 오는 11월 미국비만학회(ObesityWeek)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해당 비공개 파이프라인은 인크레틴 병용은 물론 단독요법으로도 체중감량의 질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미약품은 강조했다.

H.O.P프로젝트 선두주자로 처음 임상에 들어간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는 현재 국내 임상 3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 비만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어 다른 제약사 약물들과 차별점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첫 장기 지속형 GLP-1 비만 치료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임상 종료 예상 시점은 오는 2026년 하반기다. 이르면 2027년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미국당뇨학회(ADA)에서 처음 공개돼 주목 받은 또 다른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인 ‘HM15275’의 후속 비임상 연구결과도 올해 미국비만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HM15275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잇는 차세대 혁신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이다.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25% 이상 체중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제라고 한미약품은 소개했다. GLP-1과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3가지 수용체 각각의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됐고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순항 중이고 내년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H.O.P.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경구용 비만치료제부터 비만 예방 및 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 등 비만 환자 라이프스타일 및 복약 순응도 교정이 가능한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의료기기 융합 의약품은 개발 성공 시 국내 최초 사례가 된다. 비만 영역에서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한국인 맞춤 GLP-1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디지털의료기기를 융합해 효능 극대화와 안전성 개선 등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비만 신약 출시 시점뿐 아니라 비만 및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연구나 노하우 측면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이 한미약품이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가 큰 상황”이라며 “한국 제약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첫 비만 신약 탄생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올해 하반기 여러 글로벌 학회에서 비만·대사 파이프라인과 희귀질환, 항암 등 주요 질환영역에서 개발 중인 혁신 과제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현재 발표가 예정된 연구 과제만 총 13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올해 하반기는 그동안 연구 성과들을 글로벌 무대에서 선보이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며 “미국비만학회에서 처음 공개할 신개념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은 단독요법으로도 비만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기존 치료제와 병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한미약품 비만 프로젝트(H.O.P.)의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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