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뒤면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 것이다. 다가올 변화의 주역이 될 한국의 젊은 혁신가, 학생들에게 장기적인 투자와 기부를 이어가겠다.”
지난 9월 3일부터 4일까지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4(KBW 2024)’을 맞아 한국을 찾은 수지 얀(Suji Yan) 마스크 네트워크(Mask Network) 대표가 4일 IT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수지 얀은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다 중퇴 후, 20살의 나이였던 지난 2017년 마스크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마스크 네트워크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프로젝트이자 이를 위한 프로토콜이다.
마스크 네트워크는 현재 엑스(구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게시물과 메시지를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하는 기능을 웹브라우저의 플러그인 형태로 제공 중이다. 현존 웹2.0 인터넷 환경에 웹3.0의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암호화 경험을 도입한 것이다.
마스크 네트워크의 성공으로 20대 초반의 나이에 암호화폐 부호가 된 수지 얀은 이제 웹3.0 생태계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와 기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본파이어 유니온이라는 투자사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 인프라, 콘텐츠 등 웹3.0 생태계에 투자를 시작했다. 2023년에는 비영리단체인 마스크 네트워크 아카데미를 설립 후 전 세계 주요 대학의 웹3.0과 블록체인 기술 관련 교육과 연구를 지원 중이다.
수지 얀 마스크 네트워크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탈중앙화 소셜네트워크를 만들 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블록체인 분야에 뛰어들기 전 나는 시민 기자였다. 세계적인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기사를 쓰기도 했다. 몇 년 동안 그렇게 일하면서 지정학적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인터넷은 과거에는 글로벌한 공간이었지만 갈수록 국가주의적 공간이 되고 있다. 이제 모든 나라들이 인터넷에 더 강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사람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지는 중이다. 이런 흐름에 대항하기 위해 탈중앙화 미디어,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 탈중앙화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스토돈이나 블루스카이와 같은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도 이미 있는데, 마스크 네트워크와 같은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마스크 네트워크는 마스토돈의 후원사이기도 하다. 마스토돈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우리가 금전적, 기술적 도움을 주고 있다. 마스토돈의 iOS 앱 개발도 마스크 네트워크에서 지원했다.
블루스카이의 CEO인 제이 그래버와도 잘 아는 사이다. 하지만 블루스카이는 내가 보기에는 매우 폐쇄적인 커뮤니티다. 블루스카이가 글로벌한 소셜 네트워크라면 한국에서든 홍콩에서든, 터키에서든 블루스카이 이용자를 볼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블루스카이의 기술은 글로벌 지향적이지만 그들의 팀은 매우 서양 중심적이다. 미국 혹은 영국에만 머물고, 영어 화자들에 대해서만 신경 쓴다.
탈중앙화 소셜네트워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출시 첫날부터 글로벌 서비스가 되어야 하고, 운영자도 매우 열린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마스트돈도 블루스카이도 이 점에서 아직 충분치 않다고 본다.
이런 점은 유감이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있으면 돕고, 서로 협력해 나가려 한다. 마스크 네트워크는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10년 이상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이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암호화와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운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개인정보보호의 어쩔 수 없는 이면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기술이나 제도를 통해 보완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보는가?
암호화나 개인정보 보호는 필요하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보듯 그 어떤 암호화도, 개인정보도 없다면 독재나 검열이 매우 쉬워진다. 물론 한국에서 최근 불거진 것처럼 텔레그램이 음란물 유포에 악용되는 문제도 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대화 내역 전체를 넘기지 않고도 범죄 혐의에 대한 결백은 증명할 수 있다. 암호화 기술은 지난 수십 년간 발전을 거듭했다.
문제는 현재 국회의원이나 규제 당국은 이런 기술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한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젊은 세대가 정책 입안자가 되면 기술에 대한 두려움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 디지털 서비스법과 같은 규제 법안은 빅테크 기업들의 지배력을 약화하는 한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가짜 뉴스·허위 정보 확산 등에 대한 막대한 책임도 부여한다. 이런 규제와 같은 대외 환경 변화가 마스크 네트워크와 같은 탈중앙화 소셜네트워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보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부여하면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도 자정될 거라고 본다. 문제는 지금은 그럴 만큼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엑스에는 커뮤니티 노트라는 팩트체크 기능이 있지만, 신분을 밝힌 선별된 이용자만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팩트체크를 할만한 전문가 중에는 익명으로 남길 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팩트체크 활동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팩트체크에 참가하는 이들을 늘리려면 이들에 대한 익명성 보장과 보상 지급이 필요하다. 익명의 참가자들에게 보상을 지급하기 위한 방법은 암호화폐가 유일하다.
한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앞으로 한국에서 무엇을 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한국에는 카카오처럼 일상의 모든 영역에 관여하는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매우 한국에 한정된 서비스이기도 하다. 한국 밖에서는 그 누구도 카카오를 쓰지 않는다. 이건 문제지만 카카오는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스크 네트워크는 당장 한국에서 카카오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과 경쟁하려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암호화, 개인정보 보호, 암호화폐에 관심이 있는 젊은 세대들이다. 이들은 언젠가 마스크 네트워크와 같은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로 옮겨갈 것이다. 마스크 네트워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이들은 언젠가 웹3.0을 활용해 카카오보다 더 나은 솔루션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본다. 이를 위해 마스크 네트워크에서는 한국에 많은 투자와 기부를 하고 있다. 해커톤과 같은 대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한국의 개발자, 학생들에게 항공편, 숙박비 등 모든 걸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마스크 네트워크가 현재 눈여겨 보고 있거나 같이 협력 중인 한국 내 기업이 있나?
마스크 네트워크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세대가 이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닌 기업에 투자한다. 아직 이름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다섯 곳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소셜 미디어 분야에서 한국은 큰 시장이다. 앞으로도 한국에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마스크 네트워크의 향후 계획은?
인터넷이 우리 삶에 통합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은 탄생한 지 이제 10년이 지났다.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면 인터넷이 우리 삶에 통합되었듯 모든 영역에서 암호화폐, 블록체인, 탈중앙화 기술에 의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마스크 네트워크는 이런 변화한 세상 속에서 첫 사이버 공간에 기반한 대기업이 되고자 한다. 현재 모든 대기업은 어느 국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기업, 카카오는 한국 기업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국가에 기반한 기업이 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마스크 네트워크는 첫 사이버 대기업으로서 엔터테인먼트, 소셜 네트워크, 탈중앙화에 집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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