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전 세계에 강한 ‘메타버스’ 바람이 불었습니다. 전례 없던 빠른 감염력과 치명적인 피해를 안겨준 전염병의 도래에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했고, 갑갑함을 해소할 새로운 여가 문화로 ‘메타버스’가 각광을 받았었지요.
이렇게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메타버스’는 게임을 전혀 모르던 이들에게는 ‘참신하다’,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이다’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게임을 즐기던 이들에게는 ‘참신함 보다는 식상하다’는 이유로 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메타버스’가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그냥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를 현실 세계 테마로 꾸며놓은 거 아니냐’라는 식의, 평가절하하는 글을 자주 볼 수 있었죠.
이렇게 ‘메타버스’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만,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부분은 게임이나 메타버스 모두 동일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라도 ‘메타버스’라는 사이버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면, 게임을 구현하는 방식의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었죠.
수많은 메타버스 개발사들이 넥슨이나 엔씨소프트 같은 대형 게임사들의 개발자들을 데려간 것도 그 이유입니다.
특히 여러 게임의 장르 중에서 ‘오픈월드’라고 하는 장르는 메타버스와 모든 것이 흡사합니다. 오픈월드 게임이란 ‘기본적으로 이동의 자유를 전제로 대부분의 장소로 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인 게임’을 말하는데요, 이 정의 안에서라면 오히려 ‘메타버스’도 오픈월드 게임의 한 종류일 수 있습니다.
물론 옛날에는 오픈월드 장르를 표현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198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초창기 비디오 게임은 메모리와 저장장치, 연산속도라는 현실의 장벽 때문에 게임 캐릭터가 정해진 공간에서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등장 캐릭터들도 주인공 외에 세네 명 정도로 제한되는 경우도 있었고, 정해진 패턴만을 반복했습니다. 하늘도 멋진 하늘색이 아름답게 색이 이어져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색이 층층이 지는 투박한 하늘인 경우가 많았죠.
초창기 게임이란 정해진 공간에서 개발자가 허용해 놓은 정해진 행동만을 하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식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기술력의 발전은 점점 게임 캐릭터의 자유로움의 영역을 넓혀줬습니다. 일단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함께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으며, 보다 많은 대사를 접할 수 있게 되었죠. 나아가 네트워크 시대가 되면서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거래를 해나가는 식으로 발전하게 되어 현재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중에서도 오픈월드, 나아가 메타버스를 포함한 시초 격인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세가의 가정용 게임기 ‘드림캐스트’로 지난 1999년에 출시된 ‘쉔무’입니다.
2D 시절 ‘스페이스 해리어’나 ‘행온’으로 입체감을 극대화시키고 ‘버추어 레이싱’이나 ‘버추어 파이터’로 3D 게임 시대를 열며 아케이드 게임계에서 신화적인 입지를 쌓았던 세가의 유 스즈키 개발자가 만든 이 게임은 출시 당시에 F.R.E.E(Full Reactive Eyes Entertainment)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오픈월드 게임의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쉔무’ 속 주인공 캐릭터는 다른 게임 캐릭터보다 훨씬 자유로웠습니다. 길을 가다가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코카콜라 음료를 뽑아 먹을 수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집에 가서 서랍을 열면 포크랑 젓가락이 들어있는 세밀한 묘사를 엿볼 수 있었죠. 심지어 오락실에 가서 옛날 게임을 즐길 수도 있었습니다. 시뮬레이션에나 존재하던 날짜, 날씨, 시간 개념을 도입한 것도 ‘쉔무’만의 특징이었습니다.
천문학적인 개발비인 70억 엔을 투입했던 ‘쉔무’는 당시엔 너무 실험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실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쉔무’는 수많은 글로벌 게임 개발자들의 마음속에 ‘이런 장르가 있다, 이런 시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동시다발적으로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쉔무’를 통해 ‘오픈월드’ 장르의 게임들이 태동하고 본격화되면서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고, 최근까지 통용될만한 오픈월드 장르를 아우르는 게임이 드디어 탄생했습니다. 지난 2001년에 락스타 게임즈에서 출시한 ‘GTA3(Grand Theft Auto III)’입니다.
오픈월드의 시초가 ‘쉔무’였다면, ‘GTA 3’는 오픈월드 대중화를 연 장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료 표지판을 보면서 길을 찾을 수 있을 만큼 3D 도시 하나를 통째로, 섬세하게 구현을 한 것 자체도 주목을 받았지만 ‘GTA 3’에서는 보다 진보된 행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목처럼 다른 사람의 차를 빼앗아 탈 수도 있었고, 은행을 털거나 근처의 다른 여자를 꼬실 수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길가는 행인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이런 것이 ‘오픈월드 게임 세계구나’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이러한 발전 방향이 이어지면서 현재의 ‘메타버스’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발전해 온 오픈월드 게임은 이제 더욱 기술력의 발달과 함께 AI(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정말로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형태로까지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새로운 사이버 세상을 기대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되겠지요. 특히 앞으로 등장할 최대 오픈월드 기대작 ‘GTA 6’이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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