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가면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여기서 보면 세상이 정말 완벽해 보인다.”
세계 최초로 우주 유영에 성공한 민간인 재러드 아이잭먼(41)은 12일 우주 유영에 성공한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주선을 벗어나 약 10분간 우주 공간을 떠다닌 뒤 우주선으로 돌아왔다.
12일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타고 간 민간인이 한국 시간 오후 7시 50분경 고도 700km에서 우주 유영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10일 오후 7시 23분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민간인 4명을 태운 크루 드래건을 발사했다.
●공기 빼고 넣는 ‘우주 유영’ 준비 작업 필수 민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주 유영에 성공한 아이잭먼은 미국 신용카드 결제업체인 시프트4페이먼트를 창업한 억만장자다. 그는 민간 우주 비행 프로젝트 ‘폴라리스 던(Polaris Dawn·북극성 여명)’을 지원하고 있고, 이번 임무는 폴라리스 던의 첫 비행이었다. 우주 유영에는 아이잭먼과 퇴역 공군 조종사 스콧 키드 포티(50)와 스페이스X의 여성 엔지니어인 세라 길리스(30), 애나 메논(38) 등 4명이 참여했다.
이중 직접 우주 밖으로 나간 것은 아이잭먼과 길리스 등 두 명이었다. 나머지 2명은 우주선 안에서 산소와 전력을 공급하는 ‘생명줄’을 관리하고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았다. 우주 밖으로 나간 이들은 15~20분 가량 우주복의 유연성 등을 테스트한 뒤 다시 우주선으로 돌아왔다.
유영을 하는 순간은 짧지만 우주로 나가기까지는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갑자기 무중력 상태에 노출될 경우 혈액에 기포가 생겨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잠수부가 깊은 바다에서 갑자기 수면으로 빠르게 올라올 때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주 유영 전 우주인들은 고농도의 산소를 흡입해 혈액에서 질소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우주선 내 공기가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는 우주인들이 생활하는 공간(게이트웨이)과 우주 바깥 공간 사이를 이어주는 ‘에어록’ 공간이 있다. 하지만 크루 드래건에는 이 공간이 없기 때문에 우주선 내 공기를 빼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주 유영을 마치고 나면 다시 우주선에 공기를 채워야 한다.
우주 유영 임무를 무사히 성공한 이들은 이틀간 지구 저궤도에서 머물다가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귀환 뒤 우주 방사선 및 우주의 진공 상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대상이 될 예정이다.
●24조 우주관광 확대 가능성 보여 이들을 태운 크루 드래건은 고도 190~1400km의 타원형 궤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1970년대 미국의 아폴로 임무 이후 인류가 올라간 가장 높은 지점이다. ISS는 고도 400km에서 돌고 있다.
이번 임무는 우주 비행 경험이 전혀 없는 민간인이 우주 유영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주 유영은 우주 비행사가 우주복에 연결된 산소줄에 의존해 우주 공간으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임무에 속한다. 우주 유영 중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우주인은 없지만, 2013년 이탈리아 우주인 루카 파르미타노는 ISS에서 나와 우주 유영을 하던 중 우주복 필터가 막혀 약 1L의 물이 헬멧으로 들어와 익사 위기에 놓인 바 있다.
때문에 그간 우주 유영은 ISS를 방문하는 국가기관 소속 우주 비행사 중에서도 수년간의 훈련을 받은 이들만 우주 유영 임무를 수행해왔다. 이번 임무 성공은 민간인들의 우주 관광 범위를 우주 유영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닷어스는 2032년 우주 관광 시장이 2032년 177억4240만 달러(약 24조764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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