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 식품(ultra-processed food)을 많이 섭취할수록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하며, 이를 덜 가공된 식품으로 대체하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2형 당뇨병은 선천적으로 인슐린을 잘 생성하지 못 하는 제1형 당뇨병과 달리 식생활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섭취 열량 중 초가공 식품 비중이 25% 정도다. 미국(60%) 등 일부 국가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지만,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라면, 햄, 감자 칩, 치킨 너겟,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등이 초가공 식품에 속한다. 방부제, 유화제, 인공색소 같은 수십 가지 합성 첨가물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 학술지 ‘란셋 지역 건강-유럽’(The Lancet Regional Health – Europe)에 최근 게재된 논문을 위해 연구자들은 유럽 8개국에서 31만 1892명을 평균 10.9년 동안 추적관찰 해 초가공 식품 섭취와 제2형 당뇨병 발병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기간 동안 약 1만4236명이 제2형 당뇨병에 걸렸다. 연구자들은 식단에서 초가공 식품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17% 증가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한, 초가공 식품 섭취를 줄이면 당뇨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초가공 식품의 10%를 최소가공 식품(unprocessed or minimally processed food) 또는 소금, 버터, 기름 같은 가공된 요리 재료(processed culinary ingredient)로 대체하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6% 감소하고, 초가공 식품을 가공식품(Processed food)으로 대체하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8%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브라질 연구팀이 개발한 NOVA(노바) 식품분류시스템에 따르면 식품은 가공 정도에 따라 네 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 최소 가공 또는 자연식품 (과일 등), ▽2단계 가공식 재료 (설탕 등), ▽3단계 가공식품 (치즈 등), ▽4단계 초가공 식품 (소시지 등).
연구자들이 지목한 가장 위험도가 높은 초가공 식품군은 ‘짭짤한 간식’, ‘가공육과 같은 동물성 제품’,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 ‘식사용 즉석식품’, 그리고 ‘설탕이 든 음료’와 ‘인공 감미료가 포함된 음료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음식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빵과 시리얼과는 다르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저자인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의과대학의 레이첼 배터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가공 식품으로 분류되는 모든 음식이 건강 위험과 관련하여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예를 들어, 빵과 시리얼은 많은 사람의 식단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연구결가에 따르면 이런 식품들을 짭짤한 간식이나 설탕 음료와는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라고 영국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초가공 식품은 집에서 요리할 때 사용하지 않는 여러 가지 재료를 결합한 음식이라 쉽게 구별할 수 있으며 어디에나 있어 접근하기 쉽고, 저렴하며, 편리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 한다고 제1저자인 UCL 의과대학의 임상 과학자 사무엘 디켄 박사가 CNN에 말했다.
그는 “예로는 설탕이 든 음료, 즉석식품, 짭짤한 간식(감자 칩 등), 시리얼, 식물성 대체 식품 등이 있다”며 “이런 식품들은 종종 포장에 긴 재료 목록과 다양한 색상으로 브랜드화된 것이 특징이며, 저지방 또는 고식이 섬유와 같은 영양·건강 주장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초가공 식품이 제2형 당뇨병과 더 큰 연관성을 가지는 이유를 확실하게 밝히지 못했지만,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초가공 식품은 음식의 무게에 비해 칼로리가 높아,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디켄 박사는 말했다. “또한, 우리는 체지방 증가(칼로리 과잉으로 인한)가 제2형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체중을 고려했을 때, 허리와 키 비율의 증가(복부 지방 증가)가 이 연관성의 거의 절반을 설명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디켄 박사는 또한 의료 전문 매체 메디컬 뉴스 투데이에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은, 일반적으로 덜 가공된 식단을 섭취하는 것이 제2형 당뇨병 위험을 줄이는 데 좋다는 것”이라며 ”덜 가공된 식품을 섭취하고 특히 설탕이 든 음료와 짭짤한 간식을 피하는 것이 제2형 당뇨병 위험을 줄이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산음료 대신 물을 마시고, 감자 칩 대신 과일이나 무염 트레일 믹스로 바꿀 것을 권장했다.
이 연구는 한계가 있다. 관찰연구이기에 초가공 식품과 제2형 당뇨병 위험 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의 영양·건강 학자인 힐다 멀루니 박사는 모든 가공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멀루니 박사는 “사실 모든 식품은 어느 정도 가공 과정을 거친다. 나무에서 사과를 따는 것도 일종의 가공이다. 가공은 식품 안전을 보장하고 유통 기한을 늘려 식중독 위험을 줄이는 등 유익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가공의 정도”라고 CNN에 말했다.
이어 “식품 라벨을 보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다. 최종 제품이 원재료와 유사하지 않고, 긴 재료 목록을 가지고 있다면, 그 식품은 초가공식품일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이상적으로는 원재료와 유사한 음식을 최대한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멀루니 박사는 식단만이 당뇨병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활동 수준, 앉아 있는 시간, 수면 시간, 수분 섭취량, 흡연 및 음주 습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 3월에 발표된 다른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암, 심장병, 대사증후군, 비알코올성 지방간, 제2형 당뇨병 등 서른두 가지 건강상 부정적 결과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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