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돈이 될까?” 진짜로 돈이 된 게임들[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7일 10시 00분


한국의 게임 업계에는 아주 유명한 ‘밈’(MEME)이 있습니다. 바로 “이게 돈이 될까?”라는 말이죠.

이 ‘밈’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SNS인 ‘블라인드’에서 모 업체 소속의 직원이 다른 게임을 두고 “이게 돈이 되냐?”라고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됐는데요. 

달러 이미지(자료 출처-셔터 스톡)
달러 이미지(자료 출처-셔터 스톡)
이는 즐거움을 줘야 하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서 게임을 단순히 돈으로 보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재미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지닌 게임이 나올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밈’입니다.

특히, 색다른 시도와 과감한 도전으로 참신함을 주기보다 기존의 성공한 게임을 그대로 답습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려는 몇몇 게임사들의 행태가 이 발언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안정적인 요소만을 넣어 수익을 거두려는 의도가 보이는 게임에도 사용되기도 하죠.

이 발언자의 기준에 따르면 세상에 돈이 안 되는 게임은 참 많은데요. 이렇게 돈이 안 될 것 같은데도, 개발자의 노력과 새로운 시도가 빛을 발해 ‘진짜로 돈이 된 게임’이 시장에 존재합니다. 

활협전(자료 출처-게임동아)
활협전(자료 출처-게임동아)
●흔하디흔한 비주얼 노벨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활협전’

‘비주얼 노벨’은 텍스트와 일러스트 그리고 CG 및 그래픽 효과로 스토리를 이어 나가는 게임 장르입니다. 적은 인력과 자금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한해에도 수백 개 이상의 게임이 등장하고, 많은 수익을 내기 힘든 장르이기도 한데요.

대만의 개발사 Obb 스튜디오에서 출시한 ‘활협전’은 이 비주얼노벨 장르에 육성과 무협이라는 요소를 섞어서 대박을 낸 작품입니다. 이 게임의 특징은 정말로 못생긴 외모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지금껏 등장한 영화, 소설 등 모든 미디어를 통틀어서 압도적으로 생김새가 매력적이지 못하죠.

실제 주인공의 외모(자료 출처-게임동아)
실제 주인공의 외모(자료 출처-게임동아)
이러한 주인공의 외모는 천시받던 인물이 기연을 만나 성장하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무협 소설의 클리세와 연관되어 유저에게 상당한 쾌감을 제공합니다. 더욱이 게임 내 등장하는 다양한 미니게임 스타일의 전투, 엄청난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과 육성 콘텐츠까지 어우러져 한편의 잘 만든 무협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입니다.

이러한 게임의 재미는 유저들에게 입소문으로 퍼져나가 상반기 엄청난 흥행을 거둔 게임으로 거듭났고, 한 달 만에 약 7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단 2명이 6년간 게임을 만들며, 개발자 중 한 명이 병환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던 Obb 스튜디오는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기도 했는데요. 많은 인기에 힘입어 게임의 추가 콘텐츠를 더한 버전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혀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퍼스트 디센던트(자료 출처-게임동아)
퍼스트 디센던트(자료 출처-게임동아)
●국내 최초의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상당한 모험을 단행한 게임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 모바일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온라인 롤플레이게임) 위주의 한국 게임시장에서 루트슈터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루트 슈터는 3인칭 FPS(슈팅게임)와 RPG의 재미가 결합된 장르인데요. 이 장르는 고퀄리티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FPS 게임의 타격감, 액션 플레이도 수준급으로 구현해야 합니다. 여기에 밸런스 조절, 서버 관리 등 MMORPG의 운영도 필요하죠.

퍼스트 디센던트(자료 출처-게임동아)
퍼스트 디센던트(자료 출처-게임동아)
더욱이 유료 콘텐츠 역시 MMORPG에 비해 선택이 폭이 좁아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이러한 조건에도 넥슨 산하 개발사 넥슨게임즈는 과감히 루트슈터 게임인 ‘퍼스트 디센던트’를 지난 7월 출시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퍼스트 디센던트’는 출시 직후부터 스팀 동시 접속자 22만 9천 (약 23만)을 기록하며, 가장 많이 플레이한 게임 2위를 기록했고, 최고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자료 출처-게임동아)
매력적인 캐릭터들(자료 출처-게임동아)
여기에 최근 진행한 스킨(캐릭터 복장) 업데이트는 해외 유저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밈’을 양산하기도 했죠. 현재 ‘퍼스트 디센던트’는 시즌1 업데이트 이후 다소 주춤한 상황인데요. 출시 초반 엄청난 기세를 보여줬던 작품인 만큼 향후 업데이트에 다시 인기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매너로드(자료 출처-게임동아)
매너로드(자료 출처-게임동아)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1인 개발자의 도전 ‘매너로드’

‘슬라빅 매직’에서 출시한 ‘매너로드’는 중세 시대의 영주가 되어 마을을 경영하는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입니다. 자원과 생산을 관리하면서 마을을 도시까지 발전시키고, 정복 활동을 통해 영토를 확장할 수도 있으며, 대규모 병력을 운영하는 전투 시스템도 존재하죠.

이 게임은 언리얼 엔진 4로 개발되어 굉장히 수려한 그래픽을 보여주는데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을 단 혼자서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1인 개발작의 경우 인력이나 자금의 한계로 2D 그래픽이나, 픽셀 그래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매너로드’는 AA급 게임 못지않은 퀄리티의 그래픽으로 개발되어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매너로드(자료 출처-게임동아)
매너로드(자료 출처-게임동아)
물론, 아트 등 세세한 부분에서 외부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게임 디자인, 프로그래밍 핵심 부분들은 ‘슬라빅 매직’의 그렉 스틱젠이 혼자서 개발했죠.

이 ‘매너로드’는 스팀 얼리엑세스(앞서 해보기) 서비스로 출시된 이후 이틀 만에 100만장 이상을 판매했고, 동시 접속자가 17만 명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 판매량은 지금도 상승 중인데요. 과연 얼리엑세스가 끝난 이후 정식 출시에는 또 어떤 평가를 받을지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 이외에도 게임 시장에는 기존에 없던 참신한 시도와 과감한 도전으로 진짜 ‘돈이 되게’ 만든 사례가 무수히 존재합니다. 

한국 게임사들 역시 지난해부터 모바일 MMORPG를 넘어 해외 AA급 게임 못지않은 대작을 PC, 콘솔 등의 다양한 플랫폼에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인데요. 이들의 새로운 시도가 “이게 돈이 될까?”라는 의혹을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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