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OD 플랫폼 ‘시리즈온’, 12월18일 콘텐츠 판매 종료
OTT 이용 증가 등 콘텐츠 소비 변화…VOD 주요 시장 사라져
유료방송도 VOD 매출 감소로 타격…AI 접목 등으로 위기 해소
국내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이 유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 여파로 힘을 잃고 있다. 주요 VOD 시장 창구 중 하나였던 네이버 ‘시리즈온’도 오는 12월에 사실상 문을 닫는다.
월 1만원 안팎이면 영화, 방송 콘텐츠를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OTT 이용이 늘면서 VOD를 효자 상품으로 여겨 왔던 유료방송 업계의 관련 매출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6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영화·방송 VOD 콘텐츠 플랫폼 ‘시리즈온’이 12월18일부터 콘텐츠 판매를 종료한다. 사실상 운영 종료다.
시리즈온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영화 무제한 이용권 등)을 앞세워 국내 VOD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지난 2022년 12월 기준으로는 개별 결제를 이용한 이력이 있는 누적 순사용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번 종료에는 단건 구매 대신 스트리밍 기반 OTT 이용 확산세에 따른 콘텐츠 수요·공급 변화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시 당시에는 유료 OTT 이용률이 낮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OTT 이용률이 크게 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OTT 이용자 중 유료 OTT 이용률은 7.7%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용률 57%로 늘었다.
이처럼 OTT 이용 증가로 VOD 필요성이 떨어지면서 앞으로의 ‘시리즈온’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네이버도 최근 시리즈온 공지사항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콘텐츠 판매를 종료하게 됐다”며 종료 이유를 설명했다. ◆“VOD 4개 구매≒OTT 1개 월 구독료…굳이 VOD 살 이유 없네?”
OTT 이용자 관점에서는 VOD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건당 2000원(방송 기준), 5000~1만원(영화 기준)을 내지 않아도 월 1만원 안팎이면 영화, 방송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온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방송 콘텐츠 상위권에는 드라마 ‘굿파트너’와 ‘지옥에서 온 판사’, 예능 ‘나 혼자 산다’, ‘런닝맨’ 등이 있다. 이들 콘텐츠 한 회당 가격은 2200원이다. 한 달(4회)치를 고려하면 8800원을 내는 셈이다.
만약 두 개의 드라마 한 달치를 보고 싶다면 월 구독료 1만원 안팎인 OTT를 구독하는 게 효율적이다. 위 네 개의 콘텐츠는 웨이브를 통해 볼 수 있으며 ‘굿파트너’는 넷플릭스, ‘지옥에서 온 판사’는 디즈니플러스에서도 볼 수 있다.
시리즈온 영화 콘텐츠 상위권에 있는 ‘범죄도시4’(5500원), ‘인사이드 아웃2’(1만900원)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지난 6월 개봉한 ‘핸섬가이즈’(5500원)도 오는 8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티빙 구독자인 서모(32)씨는 “두 개의 OTT면 사실상 거의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다”며 “VOD를 이용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버, VOD 대신 넷플릭스와 ‘맞손’…IPTV “AI로 ‘코드커팅’ 막는다”
VOD 수요 침체는 지상파, 유료방송 업계 매출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IPTV 3사 유료 VOD 매출액은 4172억원이다. 2022년(5216억원)보다 1044억원(20%) 줄었다. 지난해 IPTV 가입자 유료 VOD 이용률도 24.6%로 전년(25.8%)보다 줄었다. 가입자가 계속 줄고 있는 케이블TV의 유료 VOD 매출도 2014년 1702억원에서 지난해 673억원으로 줄었다.
VOD 수요, 매출이 떨어지면서 VOD 판매로 사업을 영위했던 지상파와 유료방송, 두 업계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LG헬로비전, HCN 등 일부 케이블TV 업체가 지난달 이용자들에게 지상파 VOD 전면 유료화 전환을 공지했다. 지상파가 콘텐츠 대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무료로 제공하던 VOD 상품도 유료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지상파 대표 단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시청 선택권 침해라며 무료 VOD 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네이버와 IPTV 업계는 오히려 OTT 업계와 손잡거나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서비스를 강화해 매출 만회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는 다음 달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으로 넷플릭스를 추가한다. 자사 상품 대신 인기 OTT를 멤버십 혜택으로 편입했는데 현재 소비 트렌드에 맞게 혜택을 개편함으로써 멤버십 사업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LG유플러스는 자사 IPTV ‘U+tv’에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기술 익시(ixi)를 활용한 미디어 에이전트(비서)를 적용했다. SK브로드밴드는 AI 비서 ‘에이닷’을 셋톱박스에 탑재해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KT는 올해 안에 지니TV에서 AI로 특정 인물이나 노래, 춤추는 장면만 선택해 볼 수 있는 ‘AI 골라보기’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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