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화성으로 이주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꿈을 담은 ‘스타십’이 한 번 더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 스페이스X는 로켓 재사용을 위해 지구로 재진입한 스타십의 1단 ‘슈퍼 헤비’를 공중에서 발사대의 로봇 팔이 잡아 회수하는, 이른바 ‘젓가락 기술’에 성공했다.
우주 업계에서는 이번 성공으로 스페이스X를 포함해 뒤를 따르는 여러 우주 개발 기업들의 사업 범위가 달에서 화성으로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도 내달 대형발사체 ‘뉴글렌’도 첫 발사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착륙 기술, 경제성 크게 높여
13일 오전 7시 25분(현지 시간) 스페이스X가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스타베이스’ 발사장에서 스타십의 5차 발사에 성공했다. 앞서 6월에 있었던 4번째 발사에서는 지구에 재진입한 슈퍼 헤비가 인도양으로 떨어지는 것까지 시험했지만, 이번 발사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슈퍼 헤비를 공중에서 잡는 발사대 ‘메카질라’의 로봇 팔 기술을 추가로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사를 통해 스타십이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메카질라의 로봇 팔이 재진입한 슈퍼 헤비를 공중에서 잡게 되면 슈퍼 헤비가 땅이나 해상에 착륙할 때보다 연료를 덜 사용할 수 있다. 재발사 준비 기간도 약 한 달에서 1시간 내외로 크게 줄어든다. 연료가 차지하던 공간과 무게를 화물에 양보하고, 더 빠르고 많이 발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타십은 이번 발사 성공을 통해 달을 넘어 화성까지 진출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모두 갖추게 됐다. 최대 100명이 탈 수 있는 거대한 수송선 역할을 할 스타십이 화성 탐사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 IMARC 그룹은 화성과 같은 심우주 탐사 시장이 2032년 572억 달러(77조609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성까지 수송 서비스, 위성, 통신, 탐사 로버 등 관련 시장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뉴글렌’ 내달 첫 발사
스타십을 타깃해 개발된 블루오리진의 대형 발사체 ‘뉴글렌’도 내달 첫 발사에 나선다. 지구와 달 사이 공간인 ‘시스-루나 공간’까지 연료와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궤도 운반선 ‘블루링’을 태울 예정이다. 약 25번 재사용이 가능한 뉴글렌은 이번 발사를 통해 지구 저궤도와 중궤도, 더 나아가 화성까지 상업용 수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기업은 화성 통신 분야에서도 경쟁에 나섰다. 지구에서 평균 2억2500만km 떨어진 화성을 탐사하기 위해 통신은 필수 기술 중 하나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10월 “정교한 레이저를 장착한 통신 위성 스타링크는 화성에 만들어질 스페이스X 우주 도시의 최초의 시민들에게 통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화성 시장이 열리면 스타링크의 ‘화성 버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는 NASA의 ‘마스 오디세이’, 유럽우주국(ESA)의 ‘마스 익스프레스’ 등 5개의 위성만이 화성 궤도를 돌고 있다.
아마존 역시 ‘카이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구 저궤도에 3000여 개 위성을 올릴 예정이다. 블루오리진이 카이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만큼 화성 통신 사업에서도 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우주항공 전문가는 “대형 로켓이 하나둘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 탐사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며 “교두보 역할을 하는 달 탐사 경쟁이 그대로 화성 탐사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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