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레더로 친환경 가치 재단하는 패션 브랜드, ‘투영’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10월 16일 15시 08분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은 ‘나는 옷을 디자인하지 않는다. 나는 꿈을 디자인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가난한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났고 패션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7세부터 의류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팔며 시장 감각을 익혔고, 어려운 형편에 대학교를 중퇴한 이후에는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일하며 자신만의 넥타이를 선보였다. 랄프 로렌은 이 넥타이에 ‘폴로(POLO)’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했고, 지금의 랄프 로렌 브랜드를 만드는 근간이 된다.

이정은 투영 대표가 제품 패키지를 소개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이정은 투영(Toyeong) 대표의 이야기도 사뭇 비슷하다. 이정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아 의류를 직접 디자인했고, 스포츠 의류나 패션 브랜드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장 감각을 익혀왔다. 처음에는 의류학과로의 진입을 고민했지만, 창업을 한다면 경영학과를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동국대학교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선인장으로 만든 비건 레더로 자신만의 꿈을 재단하는 이정은 투영 대표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밑작업부터 소비자 손에 이르기까지··· 대표 겸 디자이너입니다”

이정은 투영 대표는 동국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며, 현재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 ‘투영’를 이끌고 있다. 투영은 사물을 비추는 ‘투영하다’의 의미와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숫자 0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이정은 대표는 “패션 트렌드가 민감하고 반응성이 빨라지며, 갈수록 소모적으로 되어간다. 저렴하고 대량 생산되는 패스트 패션의 한계와 대비되도록 지속가능한 제품을 소비하고, 환경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루 고려하는 소비가 자리잡도록 하는 게 투영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정은 대표는 직접 제품 기획, 디자인, 유통까지 진행 중이다 / 출처=IT동아

현재 재학생 신분인 이정은 대표,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은 대표는 “원래 패션 MD(상품기획)로 취업을 하고, 현장에서의 경험을 쌓고 창업을 하려 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염원이 강해 재학 중 창업을 선택했다”라면서, “이를 위해 2학년때부터 창업동아리에 가입했고, 관련 수업도 들었다. 그때 창업 관련 수업의 교수님의 도움으로 1년에 걸쳐 투영 브랜드와 제품을 구축했다”라고 말했다.

창업을 위해 남들보다 빠르게 경험을 쌓아온 점도 도움이 됐다. 이정은 대표는 고등학생 때 부터 저소득층 기부를 목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뱃지를 디자인해 외주 생산을 맡기고, 홍보까지 직접 했다. 또 대학생 때는 KT잘나나게 상권분석 플랫폼에 학생 컨설턴트로 참여해 소상공인 컨설팅도 했고, 패션머천다이징산업기사 자격도 땄다. 중간중간에 실무 경험을 쌓고자 의류 브랜드에서 아르바이트도 병행했다. 이런 노력들을 합쳐 시작한 것이 지금의 투영이다.

동물 없는 가죽 제품, 선인장 비건 레더로 시장 공략


이정은 대표가 브리프 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투영은 올해 안에 의류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 출처=IT동아

투영의 주력 제품은 카드 홀더, 명함 지갑, 브리프 케이스다. 전 제품은 이정은 대표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했으며, 공장을 통한 시제품 제작과 제품 양산, 유통까지 오롯이 혼자서 진행한다. 제품 콘셉트는 “세 제품 모두 선인장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로 만든 비건 레더 제품이며, 천연 가죽 제품보다 가볍지만 흠집이나 오염은 강하다. 브리프 케이스는 깔끔하게 디자인해 누구나 쓰기 좋고, 카드홀더와 명함지갑은 여성용으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패션 전공은 아니지만 옷을 좋아해 다양한 의류 디자인 등을 해왔고, 본인을 소비자 입장으로 볼 때 소비 가치가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도록 제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이정은 대표는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판매까지 맡아서 한다 / 출처=IT동아

값비싼 소재 특성 때문에 가격은 타사 제품보다 조금 높지만, 직접 공장과 소통하며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또 부자재도 국산 제품만 고집해 완성도를 높인다고 한다. 이정은 대표는 “1차 생산한 제품의 경우 샘플과 비슷할 정도로 괜찮았지만, 고객이 느끼기 어려운 세세한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공장을 바꾸는 등의 노력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더 끌어올렸고, 비록 손해는 났지만 소비자에게 더 좋은 제품을 확실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한다”라고 말한다.

이정은 대표는 “선인장 가죽 이외에도 향후에는 버섯이나 사과, 옥수수 등을 활용한 비건 레더를 활용할 생각이고, 텐셀, 모달, 리사이클 원단, 코튼 등의 친환경 소재로 다양한 의류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셔츠, 슬랙스, 셋업, 원피스, 반팔, 니트 등의 의류를 투영 이름으로 출시할 생각”이라며 향후 제품 라인업을 소개했다.

“의류 디자인하는 경영학도, 창업교육센터 역할 컸죠”

이정은 대표가 디자인한 카드지갑(좌)와 브리프 케이스(우) 상품 사진 / 출처=투영

투영은 현재 자사몰을 설립해 카드지갑을 판매 중이고, 명함지갑과 브리프케이스는 오는 11월 초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이정은 대표는 학교를 다니며 창업을 할 수 있는 배경으로 동국대학교 창업교육센터의 지원을 꼽았다. 이정은 대표는 “2학년 때 시작한 창업동아리가 창업교육센터 소속이다. 센터를 통해 아이템 개발비나 멘토링 지원을 받았고, 또 다른 기관에서 열리는 지원 공고 등도 받아 신청한 바가 있다. 멘토링의 경우 재무 회계, 마케팅, 펀딩 관련 피드백, 사업계획서 작성 등 실질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됐다”라고 말한다.

또한 캠퍼스타운에 작은 사무공간도 대여받았고, 자금 지원을 통해 사업도 이어나가는 중이다. 이창영 창업교육센터장도 펀딩업체 대표를 멘토로 소개했고, 창업 관련 수업을 들을 당시에도 사업계획서를 직접 보고 조언하는 등 구체적인 도움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카드지갑과 명함지갑 / 출처=IT동아

이정은 대표는 올해 3학년으로, 내년이면 졸업반이 된다. 다른 학생들이 취업의 길을 택할 때 이미 창업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각오도 결연하다. 이정은 대표는 “1인 기업이다 보니 제품 숫자, 출시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만큼 제품 품질이나 유통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이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다 보면, 그 가치를 인정하는 고객들이 생긴다. 이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투영을 키워나갈 것이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과 윤리적인 소비가 더 널리 실천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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