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은 우리나라 국민 중 62.9%가 즐기는 대표적인 여가활동과 취미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는 무려 게임 이용률이 74.4%에 달하기도 했을 정도였죠.
이러한 높은 수치가 나온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게임을 손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만난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스마트폰만 켜면 앱 마켓에서 게임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고, PS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기로 게임을 즐겨도 10만 원 안팎의 가격이면 고품질의 게임을 씹고 뜯고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콘솔이나 PC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앞으로 만만치 않은 초기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수백만 원 상당의 장비를 갖춰야 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최근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는 자사의 신형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PS5 Pro)를 공개했습니다.
PS5 Pro는 기존 PS5보다 GPU, 컴퓨터 유닛이 67% 증가했으며 28% 더 빠른 메모리 속도를 갖추었습니다. 소니의 설명에 따르면 렌더링 속도가 최대 45% 빨라져 훨씬 더 매끄러운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죠.
또 더욱 강력한 레이 트레이싱을 추가하여 빛의 반사와 굴절을 보다 한층 더 역동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광선이 현재 PS5 콘솔 대비 두 배, 심지어 세 배 더 빠르게 표현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AI 기반 업스케일링 기술인 PSSR도 도입했습니다. PSSR은 머신 러닝 기반 기술을 활용해 더 선명한 화면을 제공합니다. 실제로는 4K 해상도에 못 미치는 화면으로 구동되지만, PSSR을 통해 4K 디스플레이에 걸맞은 화면 퀄리티를 보여주게 됩니다.
이러한 강점을 가진 PS5 Pro는 초기 예약 판매 물량이 빠르게 품절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기기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PS5 Pro의 가격은 한국에서 약 111만 80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물론 이 가격에는 2TB SSD와 듀얼센스 무선 컨트롤러가 포함됐지만, PS5 Pro는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는 디지털 버전으로 출시됩니다. 이미 기존 PS5 디지털 버전의 2배 가량의 가격이지만, 별도 판매하는 디스크드라이브까지 구매한다면 130만 원이 넘는 가격대가 형성됩니다.
이에 이용자들은 벌써부터 다음 모델인 PS6의 가격을 걱정하고 있고, 이 가격이면 차라리 게이밍 PC를 구매하고 만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30만 원 정도면 24년 10월 현재 CPU에 AMD 라이젠 5 7500F, GPU에 엔비디아의 4060TI를 탑재한 제법 괜찮은 수준의 PC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사양의 PC라면 AAA급의 타이틀도 FHD 해상도는 가볍게 돌릴 수 있고, 옵션을 적당히 타협하면 QHD도 구동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게임도 대부분 즐길 수 있고요. 오로지 게임만 가능한 PS5 Pro와 용도에서 비교가 되지 않죠
이러한 이유로 PS5 Pro에 대한 가격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PC 시장도 녹록한 상황은 아닙니다. 주요 PC 부품들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GPU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50 시리즈가 25년 출시될 예정인데요. 벌써부터 들려오는 가격 루머가 심상치 않습니다.
현재 만날 수 있는 지포스 RTX 4090의 경우 공식 출시 가격 (MSRP)이 1,599달러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소매점에는 2,000달러 이상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환율이나 유통 마진 등을 더해 300만 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죠.
시장에는 내년에 등장할 지포스 RTX 5090이 1,999달러에서 2,499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는 루머가 있습니다. 단순환율로 272만 원에서 340만 원 사이의 가격인데요. 현재 지포스 RTX 4090의 사례를 보면 도저히 얼마가 될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루머이기에 100% 신용할 수는 없지만, 400만 원은 우습게 넘을지도 모르죠.
여기에 인텔의 신형 CPU인 애로우 레이크의 경우 새로운 LGA 1851 소켓을 사용하는데요. LGA 1851 소켓에 호환되는 Z890 칩셋 메인보드 가격이 199달러에서 999달러까지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메인보드에만 100만 원 가량을 투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최상의 모델들만 살펴본 것이기에 얼마든지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제품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데요.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깨져버린 지 오래이기에 이전 세대와 같은 가격으로 신 제품에서 엄청난 성능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1995년 삼성에서는 세가의 새턴을 국내에서 정식으로 선보이며, 55만 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했는데요. 1995년 최저임금은 시간 당 1,170~1,275원 이었습니다. 새턴을 가진 친구들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던 농담이 그저 농담이 아니었는데요. 고품질의 게임을 즐기기 위한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 한 명의 게이머로서도 착잡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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