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용자들이 영어 공부를 즐겁게 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비결은 영어 학습 난이도를 사용자 수준에 맞게 실시간 조절하는 것이다. 게임 제조사들이 난이도를 사용자의 수준보다 약간 쉽거나 약간 어렵게 설계, 가장 재미있게 즐기도록 조절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대 사회에서 영어는 만국 공통어다. 이제 막 영어 단어를 접한 사람부터,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업무에 필요한 회사원까지 남녀노소에게 영어는 제2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영어 공부는 쉽지 않다. 대부분이 영어를 재미 없는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팝소프트(EpopSoft)는 이러한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학습 효과와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말해보카’는 이팝소프트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영어 학습 앱이다. 이팝소프트는 사용자가 말해보카로 부담 없이 쉽고 재미있게 꾸준히 영어 공부 하는 것을 목표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사용자에게 맞춤형 난이도의 문제를 제공하는 것,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수준을 알도록 하는 것이다. 또 사용자가 모르는 단어를 반복해 재학습하도록 도와서 잊어버리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팝소프트가 개발한 자체 AI 기술과, 게임 요소, 망각 곡선 이론 등이 녹아 있다. IT동아는 박종흠 이팝소프트 대표를 만나 말해보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효율적인 영어공부 방법을 찾아서
같은 게임회사 개발자로 일하며 23년 연을 이어온 박종흠, 최영민 공동 대표는 2018년 10월 이팝소프트를 창립했다. 말해보카를 출시한 배경에는 박 대표의 경험이 녹아 있다. 두 대표가 처음 창업했던 온라인 게임회사 ‘J2M소프트’가 미국 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에 인수됐다. 인수 합병 이후 영어 회의가 잦았는데, 그는 통역가를 쓰는 대신 직접 영어로 대화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영어 회화에 능하지 않았던 터라 형편없다는 평을 들어야 했다. 이후 박 대표는 1년 반 정도 다양한 영어 공부 방법으로 영어 실력을 쌓았다.
그러나 그는 본인이 했던 공부 방법에서 한계를 느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영어 공부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어 초보자들이 정말 어려워 하는 부분이 뭘까. 박 대표는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다른 언어를 추가로 배웠다. 이를 통해 그가 느낀 것은 한국어, 즉 모국어 단어를 보고 영어로 옮길 수 있어야 언어 능력이 향상된다는 점이었다. 박 대표는 이 방식이 기존에 학교에서 배웠던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라 판단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말해보카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특히 영어 학습 중 어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어 초보, 영어 고수 모두를 만족하는 난이도
이렇게 탄생한 말해보카는 게임 형식으로 사용자가 즐길 수 있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영어 학습 앱이다. 현재 말해보카는 어휘, 문법, 듣기 학습을 제공한다. 말해보카의 공부 방식은 한국어 문장과 이를 영작한 문장이 나오는데, 중요한 빈칸의 핵심 단어를 맞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말해보카의 특장점으로 ▲사용자 수준에 실시간 최적화하는 학습 ▲한 번 본 단어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재학습 ▲게임하듯 학습 세 가지를 꼽았다.
박 대표는 말해보카는 누구에게 가장 적합할 지 묻는 말에 “영어 초보부터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영어 고수까지 모두 쓰기 좋다”고 대답했다. 말해보카가 취급하는 단어는 완전 초보 수준부터 해외 유학생 수준 단어인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 단어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이팝소프트는 영화, 드라마, 유튜브, 공인영어시험, 수능 등 일상과 밀접한 스크립트에서 2024년 8월 기준 320만여 개 단어와 말뭉치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말해보카와 연동되는 영어 사전 앱도 개발했다.
말해보카에서 문제를 푸는 사용자에게는 레벨 1부터 레벨 30까지, 단어 수준에 따라 나눈 레벨 난이도가 실시간으로 부여된다. 레벨 난이도가 높을수록 어려운 단어가 나온다.
그렇다면 레벨 난이도는 어떻게 구분할까. 박 대표는 “단어의 빈도가 결국 난이도”라고 말했다. 즉, 단어의 의미별 사용 빈도에 따라 난이도를 책정한다.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단어는 난이도가 쉽다. 그러나 같은 단어여도 자주 쓰이지 않는 뜻으로 문장에서 사용된 경우, 난이도는 어렵게 느껴진다. 말해보카는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난이도에 맞게 학습 순서를 구성한다.
이팝소프트는 사용자의 영어 수준에 맞게 서비스를 최적화하는데 AI 기술을 쓴다. 이팝소프트는 말해보카의 방대한 어휘 데이터베이스에 AI를 접목해 ‘핵심 어휘 우선 암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팝소프트는 퓨리오사AI와 손잡고 ‘단어 의미 판별(WSD, Word Sense Disambiguation)’ 기술을 토대로 AI 모델 ‘이팝 WSD’를 자체 개발했다. 이는 특정 문장에 사용되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판별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take’는 숙어를 포함해 굉장히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이팝 WSD는 단어가 해당 문장에서 어떤 뜻을 가졌는지 빠르게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기업에서도 WSD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것이 있지만, 이팝 WSD를 개발할 당시 다른 기업의 WSD 정확도는 약 84% 정도에 불과했다. 박 대표는 “말해보카는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정확도를 94%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쉽게, 재미있게, 꾸준히 하는 영어 공부
이팝소프트의 목표는 사용자들이 쉽게 영어를 공부하도록 돕는 것이다. 핵심은 “부담 없이 저절로 되는 공부”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 말해보카의 많은 기능을 오히려 노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습에 임하는 자세에 따라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기능은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반면 꼭 필요한 기능은 알아서 나온다. 사용자는 공부를 하다가 틀린 단어를 찾아 보지 않아도 된다. 말해보카는 사용자가 그 단어를 잊지 않도록 망각 곡선을 토대로 몇 분 후, 또는 며칠 후 등장시킨다. 이로써 사용자는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팝소프트의 또다른 목표는 사용자가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말해보카의 단어 공부 방식은 빈칸이 포함된 영어 예문과 한국어 번역문을 보고, 빈칸에 적절한 어휘를 맞히는 퀴즈 형식이다. 사용자는 정답 단어를 텍스트로 또는 음성으로 입력한다. 단어가 어려우면 힌트를 볼 수 있고, 스펠링 하나가 헷갈릴 때는 맞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게임 요소가 곳곳에 녹아있다. 두 대표는 게임회사 넥슨에서 크레이지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등 게임을 제작했던 경험이 있다. 그들은 게임과 교육을 접목해 차별점을 뒀다. 주요 기능은 ‘리그’다. 사용자는 성적이 아닌 학습량에 따라 브론즈 리그부터 시작해 총 12단계 리그 등급을 달성할 수 있다. 배정된 그룹에서 상위 학습량을 기록하면 다음 리그 레벨로 승급하는 시스템이다. 각 리그별 전용 라운지가 있어 보상도 주어진다. 사용자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되, 앱을 열심히 사용하면 누구나 리그 등급을 올릴 수 있어 동기 부여가 된다.
캐릭터도 중요한 요소다. 사용자는 영어 공부를 하며 ‘다이아’를 얻어 ‘니니’를 비롯한 총 13개 캐릭터를 꾸미고 수집할 수 있다. 다이아는 과금으로 얻는 것이 아니다. 출석을 포함한 도전 과제와 리그 참여로 누구나 얻는다.
마지막으로 이팝소프트는 사용자가 ‘꾸준히’ 영어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말해보카 사용자들은 자신의 수준에 가장 적합한 문제를 풀면서 학습량을 채운다. 이때 사용자들이 문제가 지나치게 쉬워 흥미를 잃거나, 어려워 낙담하지 않도록 적절히 섞어 주는 ‘밸런싱(balancing) 기법’을 적용한다. 난이도를 사용자 수준에 맞게 실시간 조절해 학습의 흥미를 유지하고 꾸준한 학습으로 연결하는 것. 또한 이팝소프트는 A/B 테스트를 통해 최적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구현한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주기 업데이트도 이팝소프트가 기울이는 핵심 노력이다.
국내 성장세 타고 글로벌 진출 목표
말해보카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말해보카는 2024년 6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600만 건을 달성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국내 교육 앱 중 가장 높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를 기록했다. 매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말해보카에 클로드 3 오푸스 기반의 ‘AI 질문 답변 기능’이 추가됐다. 사용자는 학습 중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즉시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현재 1주일에 20개 질문이 가능한 티켓이 주어진다. 다른 사용자들과 모든 질문, 답변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이미 나왔던 질문에 대해서는 티켓을 소진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박 대표는 가까운 시일 내에 말해보카에 회화 모드를 추가할 계획을 덧붙였다. 그는 “말해보카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할 때,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장 좋은 효과를 내면서 가장 재미있는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 중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말해보카는 세계로 진출한다. 이팝소프트는 지난해 9월 일본에서 ‘Epop’이라는 이름으로 앱을 출시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권, 스페인어권을 넘어 유럽까지 진출할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달성 중이다. 박 대표는 “일본에서 1년만에 3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며,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 나라의 문화권의 특성을 잘 반영하며 계속 진화하는 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중장기적 목표가 “이팝소프트의 앱이 모든 국가 영어 학습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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