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4개 임상센터-1개 하이브리드 센터… 내과-외과의 24시간 협진 시너지
올해로 10돌… 협력 병의원 3배↑
환자 데이터 축적, 맞춤 시술 강점… 장기육 병원장 타비 최초 기록 多
서울성모병원은 2014년 심뇌혈관센터를 열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심뇌혈관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병원은 판단했고, 그 결과물이 특화센터이다.
5년 후인 2019년, 서울성모병원은 이 센터를 심뇌혈관병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그사이에 심뇌혈관 질환자들은 더 빠르게 증가했다. 병원의 대응도 그에 맞춰 더 적극적으로 바꿨다. 독립적이고 규모가 큰 병원급으로 조직을 키운 것이다.
서울성모병원이 심뇌혈관 질환을 전문조직으로 운영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순환기내과 교수)에게 지난 10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장 교수는 2021년 심뇌혈관병원장에 취임했고, 2년이 지난 작년 9월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갔다.
● 내과와 외과의 협진 시스템 구축
심장 질환의 경우 내과적 시술을 할 것이냐, 외과적 수술을 할 것이냐를 놓고 의사들 사이에 의견이 다를 때가 적지 않다. 장 병원장은 “심뇌혈관병원으로 격상한 후로 내과와 외과 의사들 사이의 소통이 활발해져 이런 논란과 갈등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협진이 잘 된다는 뜻인데, 실제 이런 사례는 많다. 얼마 전이다. 80대 초반의 남성 A 씨가 한밤중에 심하게 배가 아파서 근처 병원에 갔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복부대동맥류 파열로 확인됐다. A 씨는 응급차를 타고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A 씨는 관상동맥 석회화 현상도 심했다. 협심증의 가능성이 있었다. 이 경우 무작정 수술했다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뇌혈관병원 소속 의사들의 단체 대화방에 A 씨의 상황이 곧바로 공유됐다. 단체 대화방에서 교수들이 치료법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순환기내과 의사가 먼저 관상동맥조영술(심혈관조영술)을 시행해 협심증 등 심장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곧바로 혈관외과 교수가 투입돼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이어 갔다. A 씨의 응급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장 병원장은 “내과 진료를 하던 도중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가 있다. 이 경우에도 곧바로 의사들끼리 소통하고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심뇌혈관병원 의사들은 전화나 단체 대화방을 통해 24시간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통과 토론을 통해 시술할 것인지, 아니면 수술할 것인지, 혹은 외과적 수술과 내과적 시술을 병행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 타비 시술에 강점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대동맥 판막 협착증 치료법 중 하나인 타비(TAVI·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 시술로도 유명하다. 장 병원장도 현재까지 1100회 이상 타비 시술을 했다.
판막은 심장의 문이다.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하면 판막이 닫힌다. 나이가 들면서 이 판막이 딱딱하게 굳어 버릴 수 있다.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대동맥 판막 협착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혈액이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흐르지 못한다.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만약 이 정도의 증세가 나타날 정도라면 이미 중증으로 봐야 한다. 신속히 처치하지 않으면 2년 이내에 사망할 우려가 크다.
타비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허벅지의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 판막을 집어넣어 손상된 판막을 대체하는 치료법이다. 주로 70세 이상 고령자나 수술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타비 시술에 있어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강점이 많다. 장 병원장은 특히 다른 질병 보유자나 고령자 등 이른바 고위험자의 타비 시술 성적이 좋은 점을 강조했다. 가령 89세의 B 할아버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B 할아버지는 외래 진료를 받았는데 협심증이 심했다. 관상동맥에 3개의 스텐트를 삽입했다. 덕분에 흉통은 사라졌는데 숨찬 증세는 가시지 않았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 중증이었던 것. 대퇴동맥으로 인공 판막을 넣어야 하는데, 혈관이 상당히 좁아진 말초동맥 폐쇄증이었다. 장 원장은 좁아진 오른쪽 다리 동맥을 스텐트와 풍선으로 확장한 뒤 인공 판막을 삽입했다.
B 할아버지는 신장도 좋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5일에 걸쳐 단계적으로 협심증, 말초동맥 폐쇄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을 치료했다. 결과는 좋았다. B 할아버지는 곧 일반 병실로 갔다. 장 병원장은 “뇌졸중 고위험 환자인 경우에는 센티넬이란 기구를 사용해 뇌졸중을 예방하면서 판막 시술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최초 기록도 많다. 2022년 장 병원장은 양측 대퇴동맥이 모두 막힌 환자도 타비 시술을 성공했다. 대퇴동맥 대신 겨드랑이 동맥을 통해 타비 판막을 삽입한 것. 이는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시술법이었다.
인공 판막을 넣었는데 다시 좁아지는 환자들이 있다. 이 경우 다시 타비 시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관상동맥과의 높낮이가 맞지 않아 시술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대로 시술했다가는 관상동맥이 막힐 수도 있다. 따라서 관상동맥이 막히지 않게 판막을 삽입해야 하는데, 이를 ‘바실리카 시술’이라고 한다. 2023년 장 병원장은 국내 처음으로 바실리카 시술에 성공했다.
국소마취만으로 타비 시술을 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의 병원이 전신마취와 국소마취를 혼용한다. 하지만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의 경우 100% 국소마취를 한다. 또 양쪽 다리의 대퇴동맥을 모두 뚫지 않고 한쪽 혈관만 뚫는다. 덕분에 시술 후 6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고, 하루 이틀 뒤 퇴원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국내에 들어온 4종류의 판막을 환자에 맞춰 각각 다르게 사용한다. 장 병원장은 “판막의 안전성이 과거 이슈였다면, 지금은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라며 “10년 동안 환자의 데이터를 축적해 놓았기 때문에 환자 맞춤형으로 시술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서울성모병원 심장뇌혈관병원은 타비 제조 기업이 지정한 ‘감독’ 자격도 얻었다. 이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타비 교육을 원하는 의사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자격이다.
● 지방 병원과의 협력 강화
장 병원장은 작은 병의원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도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장 병원장은 협력 병의원을 늘려 나갔다. 그 결과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과 직접 협력하는 병의원은 50여 곳에서 150여 곳으로 3배로 늘었다.
장 병원장은 “심뇌혈관 질환은 시간이 곧 생명이다. 응급 상황이 많다. 지방 병의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즉시 큰 병원으로 환자를 옮겨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 서울, 경기와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지역환자들에게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 다만 최근에는 전공의가 부족해 교수들만 당직을 서는 상황이라 야간에는 이 시스템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올해 초부터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중증 응급 심뇌혈관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장 병원장은 “심뇌혈관병원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30분 이내에 진단과 처치를 끝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심뇌혈관병원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대동맥센터 △혈관센터 등 4개의 임상센터로 구성돼 있다. 이와 별도로 하이브리드수술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수술은 혈관 내 치료법인 스텐트 삽입술과 외과적 치료법인 동맥우회술을 병행하면서 장점을 취하는 치료법이다. 심장 수술의 경우 피부 절개를 최소화하고, 수술 후 회복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의 심장·뇌혈관 센터의 주축이 되어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도 맡고 있다. 또 각 병원의 심뇌혈관 질환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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