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AI로 인해 변화할 미래와 이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AI 창작 콘텐츠, 보호받을 수 있을까? 기존 저작물은 AI 학습에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까? AI 창작 콘텐츠와 윤리 문제 AI 창작 콘텐츠 관련 경기콘텐츠진흥원의 활동
AI 창작 콘텐츠의 완성도와 예술성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 사람이 제작한 것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각종 경연대회에서도 우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가 개최한 미술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 1등 수상작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은 생성형 AI 기반 이미지 제작 서비스 ‘미드저니’로 만들었다. 국내 지방 교육청의 박람회 주제가 공모전 1위에 선정된 곡 역시 AI가 만든 노래였다.
그렇다면 AI 창작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AI 창작 콘텐츠는 제3자가 마음대로 베껴도 될까? 이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자사 AI 소프트웨어 ‘드림라이터’로 작성한 기사를 제3자가 그대로 활용한 사안에 대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AI 창작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법률적 관점에서, 현행 저작권법은 AI 창작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인정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한다. 그런데 AI 창작 콘텐츠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볼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
문제는 AI 창작 콘텐츠의 창작 주체다. AI 창작 콘텐츠를 ‘AI가 창작한 콘텐츠’로 보느냐, ‘AI를 수단으로 인간이 창작한 콘텐츠’로 보느냐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창작 주체를 AI가 아닌 인간으로 본다면, AI를 인간의 보조 도구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AI를 창작 주체로 본다면 AI 창작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제3자가 자유롭게 배포, 가공해도 AI 창작 콘텐츠의 창작자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최근 AI 창작 콘텐츠를 저작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인간이 기획하고 프롬프트를 입력한 행위에 대해서는 저작권 등록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AI 창작 콘텐츠를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제3자가 이를 베끼거나 무단으로 사용해도 AI 창작 콘텐츠의 창작자는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떨까? 중국 법원은 AI 창작 콘텐츠의 저작권을 인정하기도 했다. 중국 법원은 텐센트 드림라이터로 작성한 기사를 제3자가 그대로 베낀 사안에 대해 제3자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중국 저작권 법령도 ‘자연인의 창작물’을 저작물의 요건으로 전제하고 있지만, 중국 법원은 AI 창작 콘텐츠에 대해 인간이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창작했다고 봤다.
미국 법원은 사실 관계가 다른 사례에서 이와 상반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국 법원은 미드저니를 활용한 AI 창작 콘텐츠에 대해, 프롬프트를 해석하고 자료를 생성하는 과정에 인간이 개입한 것은 창의성 발휘가 아닌 다른 작가에게 의뢰하는 것에 가까운 행위라고 평결했다.
이처럼 AI 창작 콘텐츠에 대한 법적 판단은 판단 주체나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림의 경우 프롬프트를 통해 AI 창작 콘텐츠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지만, 글은 프롬프트를 통해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과 미국의 사례는 국가별 관점과 함께 AI 창작 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I 창작 콘텐츠의 주체를 AI로만 단정 짓고 프롬프트의 역할을 격하한 우리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글이냐 그림이냐에 따라, 또한 AI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의 개입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AI 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AI를 활용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 또한 늘어날 것이다. AI 창작 콘텐츠의 저작물성을 무조건 부정하기보다는, 보호의 정도 및 필요성, 방법론에 대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글 / 옥다혜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 법무법인 미션 공공거버넌스팀 소속으로, 새로운 산업의 등장에 따라 새로운 제도를 입법 및 설계하도록 정부, 공공기관 등에 자문하고 있다. 또한 경기콘텐츠진흥원 법률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고를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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