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그린재킷 임시아 대표 “아직도 골프장 갈 때 현금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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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1월 6일 0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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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골프장을 찾은 A씨는 티오프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출발 대기장소로 나오는 바람에 현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코스 이용 요금(그린피)과 카트 이용 요금(카트피)은 골프장 체크아웃 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데, 캐디 이용/도움 비용(캐디피)은 유독 현금으로만 지불하기 때문이다. 결국 동반자들에게 현금을 빌려 캐디피를 지불한 A씨는, 늘 골프장을 올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한다.

‘왜 캐디피는 카드 결제가 안되는 걸까’

골프를 즐기는 거의 대부분의 골퍼가 한번쯤은 궁금했을 질문인데, 골프 분야 핀테크 스타트업 ‘그린재킷’ 임시아 대표가 시원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린재킷’은 전 세계 가장 권위 있는 골프 대회인 ‘마스터스(Masters)’ 우승자에게 입혀주는 초록색 상의를 말하며, 프로 골퍼에겐 그야말로 영광과 로망의 상징이다. 임시아 대표의 그린재킷도 골퍼들의 로망을 반영해, 그간 단단히 고착돼 있던 국내 골프문화를 점차 바꿔가고 있다.

출처=그린재킷
출처=그린재킷


그린재킷은 어떤 골프 플랫폼인가?

‘도대체 왜 캐디피는 현금으로만 내야 하나’에 대한 간결한 대답이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 찍어 카드 결제나 계좌 이체로 캐디피를 지불할 수 있는 핀테크 플랫폼이다. 즉 캐디가 QR 코드를 제시하면 그린재킷 앱을 열어 QR 코드를 찍어 즉시 결제하면 된다. 지불 영수증도 받을 수 있다. 골프장 갈 때 현금 챙기는 건 잊어도 스마트폰은 가져가지 않나. 이젠 캐디피도 스마트폰(카드) 결제할 때도 됐다.

지난 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되어, 비사업자인 캐디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국내 유일의 합법적 서비스다.

그린재킷은 어떻게 사용하면 되나?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그린재킷 앱을 설치하고, 결제할 신용카드를 최초 등록한다. 캐디의 경우 그린재킷 파트너 앱에 입금 받을 계좌를 최초 등록한 후, 라운드를 전/후로 고객에게 캐디피 결제용 QR 코드를 제시하면 된다. 그러면 고객이 QR 코드를 스캔해 2초 이내에 카드 결제가 완료된다. 사전 등록된 캐디의 입금 계좌로 3일 이내에 입금된다. 골프장 갈 때마다 번거롭게 현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고, 기업 고객은 지출 증빙도 가능하다. 팀 동반 4명과 각자 개별 정산도 할 수 있다.

요즘엔 길거리 요구르트 판매에도 카드 결제가 가능한데, 골프 캐디피 결제는 왜 그동안 카드 결제가 안됐나?

캐디라는 골프 진행 조력자는 산재법상 특수고용형태종사자(특고직)로 분류되어, 특정 골프장에 소속되지 않고 인적용역 사업자(프리랜서)로서 골프장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현금으로만 받았다. 사업자 등록에 대한 가산 규정이 없어서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 가맹점 지위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적용할 수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캐디피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현재까지 관행으로 굳어졌다.

그린재킷 임시아 대표 / 출처=그린재킷
그린재킷 임시아 대표 / 출처=그린재킷


캐디가 골프장 소속 직원이 된다면, 그래서 그린피+카트피+캐디피를 한 번에 (카드) 결제할 수 있다면 여러 모로 편할 것 같은데, 그리 진행되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국내 골프장과 캐디는 별개의 사업자다. 골프장 측에서는 캐디를 자사 근로자로 고용하는 것도 이래저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고용 부담, 노조 부담, 산재/사고 부담 등). 캐디 역시, 특정 골프장에 소속되어 매월 급여로 받기 보다는 각자 활동에 따라 현금으로 받는 게 유리하다고 여긴다.

양쪽에 그리 도움될 계약이 아니니 추진되지 않고, 결국 골프장 고객들만 번거로운 상황이다. 해외 골프장도 대개 우리와 비슷하게, 골프장과 캐디가 개별 사업자로 활동한다. 그린재킷이 해외 골프시장 진출도 계획하는 이유다.

이후 그린재킷은 골프장 예약 결제와 캐디피 결제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원스탑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런 상황에서 캐디피 카드 결제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린재킷에 대한 일선 캐디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그동안 세금 납부 없이 전액 현금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는데, 카드 결제로 처리되면 수익만큼 세금을 납부해야 되니 그린재킷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것 같다.

당연하다. 2021년 그린재킷 데모 버전을 그들에게 공개하며 캐디피 카드 결제 내용을 전달했을 땐 대부분 손사래를 치는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자신들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캐디들도 일상을 살아가며 근로자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제도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소득은 있지만 소득신고가 되지 않으니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고, 근로자가 아니니 그에 따른 혜택이나, 예를 들어 금융상품 관련 신청/지원 자격에서 배제되곤 한다. 이를 테면, 아파트 청약 저축을 가입하려 해도 정식 근로자가 아니니(소득이 없으니) 신청 자격이 안된다.

당시에도 이런 불편함 때문에 그린재킷에 호감을 보이는 캐디들도 꽤 있었다. 정식으로 소득 신고도 하고 세금도 내면서 자신들도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근로자로서의 기본 권리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정식 서비스 런칭 3년이 지난 지금도 캐디들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지만, 사회 변화의 트렌드를 몸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이전처럼 무작정 거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 적극적인 수용과 혜택 제공을 요청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현재는 캐디 직종도 2021년 11월 이후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가 있고, 그에 따른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카드 결제에는 여전히 탐탁치 않은 반응이다. 카드 결제 수수료와 특히 현금 추가봉사료(팁) 수익 때문이다.

그린재킷은 캐디가 제시하는 QR 코드를 통해 캐디피와 추가봉사료 등을 카드 결제 또는 계좌이체 결제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점이 캐디들의 부정적 인식을 서서히 바꿔가고 있다. 실제로 그린재킷 결제 데이터를 보면, 2022년~2023년 결제 내역 중 60% 정도는 카드 결제로 추가봉사료를 지불하고 있다.

즉 그린재킷은 캐디피 ‘카드 결제’만 가능한 게 아니라, 계좌이체 결제나 팁 지급도 앱을 통해 바로 가능하다. 단지 골프장 현장에서 현금을 주고받지 않을 뿐이다. 골프장 고객의 캐디피 결제 방식의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현장에서 현금을 주고받지 않으면 현금 분실 사고도 지급 여부 논쟁도 발생하지 않는다. (일전엔 한 캐디가 수백 만원의 캐디피 현금을 자동차에 보관했다가 도난 당한 사건도 있었다.)

출처=그린재킷
출처=그린재킷

들어보면 그린재킷은 궁극적으로 골프장 고객은 물론, 캐디에게 좀더 유용한 플랫폼인 듯하다. 현재 그린재킷을 활용하는 캐디 수와 골프장 수가 궁금하다.

국내 캐디 수가 약 4만 명 정도인데, 그린재킷을 활용하는 이들은 약 7,400명이다. 내년에는 2만 명 돌파가 예상되고, 가맹 골프장은 현재 70여 개다(국내 골프장 수는 약 500개다). 올해 말까지 120여 개 골프장으로 확장될 예정이고, 내년에 200개 골프장 가맹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신용카드 사업자와의 협업으로 캐디피 할인 등 골프장 고객 대상 서비스도 제공되니, 이후로는 캐디와 골프장 확보 활동에 좀더 탄력을 받으리라 예상한다.

요즘 ‘노캐디’, 즉 캐디 도움 없이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도 적지 않다. 그린재킷이 캐디 중심의 플랫폼이라면 노캐디 플레이는 그린재킷과 완전히 배치되는 상황이다. 노캐디 플레이에 대한 그린재킷의 대응이 궁금하다.

노캐디 선호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 원인이 중요하다. 우선 캐디피가 너무 급격하게 인상됐다. 고객과 골프장 증가 대비 캐디 수도 현저히 부족하다. 최근 들어, 지불하는 캐디피에 비해 캐디의 서비스 품질이 떨어졌다고 골퍼의 불만이 표출되는 이유다.

노캐디에 대해서는 환경적인 측면과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자연 환경 상 노캐디 플레이에 적합하지 않다. 국내 골프장 대부분은 산악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 항상 사고의 위험이 존재하고 있고 중대재해법도 강화되고 있다. 또한 노캐디 플레이의 경우 골퍼의 진행 시간이 지체되기 마련이고, 그만큼 시간대 팀 예약을 받지 못하면 골프장에겐 적지 않은 손실이 된다.

그린재킷의 목표는 단순 캐디피 카드 결제가 아니라, 지속성장이 가능한 골프산업에 맞는 서비스 확대다. 신입 캐디 양성과 드라이빙 캐디 등의 캐디 운영 다양화와 함께, 캐디의 고객서비스 평가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캐디 선택 제도를 통해 고객에게는 좀더 좋은 서비스를, 골프장에는 좀더 원활한 플레이 운영을, 캐디에게는 좀더 나은 휴식과 혜택을 제공하려 한다.

공감한다. 노캐디 플레이를 몇번 경험했는데, 이래저래 불편하고 힘든 점이 너무 많았다. 어쨌든 국내 캐디 수가 부족해서 노캐디 플레이가 일부 운영된다면, 올바른 캐디문화 확립을 목표로 한 그린재킷도 무언가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서울시와 함께 캐디 양성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올해 2월 서울경제진흥원(SBA)와 상생협력 MOU를 맺었고,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문 캐디 양성과 알선/중개 활동을 진행한다. 주로 경력 단절 여성이나 고립/은둔 청년, 보호종료 자립 청년 등이 대상인데, 그들이 전문적인 캐디 활동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전국 지자체를 통해서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해 지난 해 캐디전문 기업부설연구소로 설립했고, 각 금융사와 협업해 캐디맞춤 금융 상품과 보험, 정부지원금 혜택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캐디피 카드 결제 연동 수익이나 광고 수익 등이 그린재킷의 주요 사업 모델은 아닐 듯하다. 그린재킷의 성장 로드맵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온라인 상의 모든 경제 활동에는 ‘데이터’가 남는다. 이 데이터는 우리 같은 플랫폼 기업에게 대단히 소중한 자산이다. 캐디피를 그린재킷을 통해 카드나 계좌이체로 결제하면, 구체적인 결제 데이터가 고스란히 차곡차곡 쌓인다. 이런 결제 빅데이터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골프 분야 핀테크 전문 플랫폼으로 확장하려 한다. 데이터가 충분히 쌓일 시간이 필요하다.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되어 2029년 10월까지 이 시장에서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니(금융 규제 샌드박스) 목표 실현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5년 후 다른 경쟁 사업자가 범접할 수 없을 수준의 빅데이터를 만들겠다.

그린재킷은 기존의 골프 플랫폼이 제공하는 골프 부킹/예약, 스코어카드 서비스 등을 목표로 하지 않고, 같은 서비스인듯 다른 전략으로 매출 중심의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캐디 사전 지정 기능, 캐디별 캐디피 차등 지급 기능 등도 가능하리라 기대된다. 현재 골프여행 상품도 그린재킷 앱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골프 부킹 앱/서비스나 골프 관련 기업 등과의 협업도 적극 진행 중이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 등록도 지난 4월 완료했다.

결론적으로, 그린재킷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은 캐디피 간편 결제지만, 캐디 포함 전 세계 골프 고객과 골프장이 그린재킷 성장 로드맵의 중심이다. 골프장 고객에게는 결제의 편리함을, 캐디에게는 올바르고 당당한 캐디문화와 복지를, 골프장에게는 고객을 좀더 유치할 수 있는 조건을, 정부/기관에게는 골프시장 경제의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 그린재킷 로드맵의 종착지다.

출처=그린재킷


오랜 시간 고착된 국내 골프문화를 그린재킷이 서서히 바꿔가고 있는 듯하다. 스스로 만족할 수준의 변화가 완성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리라 예상하나?

예전에는 골프장 첫 홀 티 박스에서 드라이버만 들어도 캐디피 전액을 다 지불해야 했는데, 현재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플레이가 중단되면 홀 별로 정산, 지불하는 정책이 적용됐다. 그러기까지 2년 정도 걸렸다.

그린재킷이 작년에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되고, 정식으로 전자금융업 사업 등록된 게 올해 4월이다. 그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기획재정부, 노동부, 문화체육부 등 관련 주요 정부기관과 국회 등을 오가며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모두들 그린재킷에 공감했다. 이제 시작이지만, 100여 개의 골프장과 제휴하면 전국 골프장으로 확산되는데 그린재킷 역시 2년 정도 걸리리라 예상한다. 골프산업이 다소 보수적인 분야지만, 골프장 간의 경쟁에도 대단히 민감하다.

어떤 산업 분야에서도 현금 지불이든 카드 결제든 계좌이체 결제든, 결제 수단 선택의 당사자는 고객이어야 한다. 골프장은 더 이상 이 고객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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