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등 국제공동연구팀
제임스웹 활용해 사상 첫 발견
흡입 속도 이론적 한계의 40배
빅뱅이 일어나고 15억 년이 지난 초기 우주에서 이론적으로 예측된 한계보다 물질을 40배 빨리 ‘먹어 치우는’ 초대질량(supermassive) 블랙홀이 사상 처음으로 발견됐다. 초기 우주에서 거대한 블랙홀이 빠르게 성장한 이유를 설명하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혜원 제미니천문대 연구원이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활용해 기존 이론에서 예측했던 한계보다 훨씬 빠르게 주변 물질을 흡수하는 초대질량 블랙홀 ‘LID-568’을 발견하고 연구 결과를 4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초대질량 블랙홀은 보통 은하 중심에 존재하는 거대한 블랙홀이다. 빅뱅 이후 초기 우주에서도 초대질량 블랙홀들이 관측됐지만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빨리 커질 수 있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과거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을 통해 조사됐던 은하 샘플 중 X선을 강렬하게 방출하는 데이터를 발견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JWST의 근적외선분광기(NIRSpec)의 ‘적분장 분광법’이라는 기능을 활용해 목표물인 블랙홀 LID-568과 주변의 강력한 가스 분출을 자세히 살폈다. 블랙홀은 주변 물질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가스 등으로 이뤄진 제트(jet)를 분출하기도 한다.
블랙홀 LID-568 주변의 가스 분출 속도와 크기를 분석한 결과 블랙홀의 질량 증가가 기존에 이론적으로 예측됐던 한계보다 더욱 빠른 시간 안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블랙홀 LID-568은 블랙홀이 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이론적 최대 속도인 ‘에딩턴 한계(Eddington limit)’의 40배에 달하는 속도로 물질을 흡수했다. 에딩턴 한계는 블랙홀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광도, 물질 흡수 속도 등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지구에서 관측된 블랙홀 LID-568은 초기 우주인 빅뱅 이후 15억 년 뒤의 모습이다. 연구팀은 “블랙홀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묘사하며 “이번 블랙홀 발견으로 우리가 초기 우주에서 매우 무거운 블랙홀을 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 중 하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블랙홀 이론에 따르면 별이나 가스 구름의 붕괴로 생긴 작은 블랙홀 ‘씨앗’이 초대질량 블랙홀로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관측으로는 확인된 바 없다. 서 연구원은 “블랙홀 씨앗이 가볍든 무겁든 한 번의 ‘식사’ 동안 질량 증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블랙홀 LID-568의 작동 메커니즘을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JWST와 후속 관측을 계획 중이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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