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원 찾아 우주로 간다… ‘꿈의 원소’ 채굴해 지구로 전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11일 03시 00분


우주 자원 탐사-개발 가시권
인천서 우주 탐사 기술교류회 열려… 달 자원 개발-에너지 수급 등 논의
美 자원채굴기업, 헬륨-3 주문 계약… “2029년까지 달에서 지구로 보낼 것”
한국,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목표… 감마선 분광기 등 원소 탐지에 활용

4일 우주항공청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한국 최초 달 착륙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32년 발사해 2033년 12월까지 달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달에 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자원 탐사·개발을 빼놓기 어렵다. 먼저 달에 인간이 거주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수송하는 데 한계가 있는 물이나 산소 등을 현지에서 직접 구해 활용해야 한다. 또 달에 풍부한 ‘꿈의 자원’ 헬륨(He)-3를 지구로 가져오는 방안도 주목받는다.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인천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우수연구자교류지원(BrainLink)’ 기술교류회 ‘달에서 화성까지 자원 탐사 및 현지 자원 활용을 위한 국제 협력 네트워킹’에서는 세계 각국 과학자들이 모여 지구 밖 자원 탐사·활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행사에서는 소규모이긴 하지만 이미 헬륨-3를 달에서 채굴해 공급하는 주문 계약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국내 처음으로 공개됐다. 달 자원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 달의 헬륨-3, 이미 구매 주문 진행 중

5일 인천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우수연구자교류지원(BrainLink) 기술교류회 ‘달에서 화성까지 자원 탐사 및 현지 자원 활용을 위한 국제 협력 네트워킹’ 행사에서 미국 자원채굴기업인 XMC의 글렌 마틴 최고경영자(CEO)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5일 인천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우수연구자교류지원(BrainLink) 기술교류회 ‘달에서 화성까지 자원 탐사 및 현지 자원 활용을 위한 국제 협력 네트워킹’ 행사에서 미국 자원채굴기업인 XMC의 글렌 마틴 최고경영자(CEO)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미국 자원채굴기업인 XMC의 글렌 마틴 최고경영자(CEO)는 달과 지구를 왕복하며 헬륨-3를 채굴해 지구로 가져오는 계획을 설명하며 “이미 구매 주문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5일 발표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XMC가 미국 에너지부 지원을 받는 비영리 기업 UT-바텔(UT-Battelle)에 순도 99% 이상의 헬륨-3 416.67mg을 2029년 12월 31일까지 전달한다는 계약 내용이 포함됐다. 계약 규모는 총 9895.91달러(약 1364만 원)다.

헬륨의 동위원소 중 하나인 헬륨-3는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나 양자컴퓨터의 냉각장치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핵융합 발전 효율을 기존 30% 미만에서 이론적으로 7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가동 중인 상용 대형 원전과 유사한 연간 1000MW(메가와트)의 발전량에 필요한 헬륨-3는 연간 약 100kg이라는 계산이다. 원전에서는 1기당 우라늄이 연간 수백 kg 소모된다.

지구에도 헬륨-3가 있긴 하지만 매장량이 매우 적어 주로 인공적으로 합성돼 쓰인다. 달은 지구와 달리 대기가 없어 표면이 운석이나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돼 헬륨-3가 많이 생성될 수 있다. 달에는 헬륨-3가 약 100만 t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양과 매장 위치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헬륨-3를 채굴한다 해도 이를 바로 핵융합에 활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윤시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부원장은 “헬륨-3를 활용한 핵융합 반응로는 아직 세계 어디에서도 증명되지 않았다”며 “가까운 미래는 아니지만 다음 세대 핵융합 발전기에 헬륨-3가 좋은 옵션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 달 토양 금속 활용하려면 에너지 수급 중요

물과 산소는 달에서 활동할 인류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이미 달에 보내진 탐사선들이 달 얼음의 양과 분포를 파악하는 이유다. 인류가 달에서 생존할 뿐 아니라 자급하며 장기간 생활하려면 다른 자원도 현지에서 수급할 필요가 있다.

실리콘이나 티타늄, 철 등 지구에서 다양한 물건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금속은 달 토양인 레골리스(regolith)에도 포함돼 있다. 레골리스에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는 금속에서 산소를 추출하고 나면 부산물로 여러 금속이 섞인 다금속 조각이 나온다.

캐서린 해들러 유럽우주자원혁신센터(ESRIC) 이사는 “다금속 조각은 다루기 쉽지 않다”며 “사용할 수 있는 순수한 금속을 얻으려면 추가 공정이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존슨스페이스센터에서 우주 자원 활용 부문을 담당하는 쿠로시 아라기 기술매니저는 “레골리스를 녹여서 산소와 금속을 분리하는 공정에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며 “금속의 사용처에 따라 달성해야 하는 순도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메가와트급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달에서 전력 생산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은 “지질연은 2008년부터 미래 행성 탐사를 위한 탑재 장비를 개발해 왔다”며 “한국 달 궤도선(KPLO)에 탑재된 감마선 분광기를 포함한 여러 장비는 행성 표면의 원소를 탐지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 탐사#기술교류회#달 착륙선#꿈의 원소#헬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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