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AI로 인해 변화할 미래와 이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AI 창작 콘텐츠, 보호받을 수 있을까? 기존 저작물은 AI 학습에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까? AI 창작 콘텐츠와 윤리 문제 AI 창작 콘텐츠 관련 경기콘텐츠진흥원의 활동
챗GPT(ChatGPT), 달리(DALL-E) 등 생성형 AI 서비스의 빠른 성장 뒤에는 수많은 창작자의 작품이 있다. AI는 인터넷에 공개된 글, 그림, 음악 등을 통해 학습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정작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이 AI의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제 창작자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20일 ‘왕좌의 게임’ 작가인 조지 R.R. 마틴과 존 그리샴, 마이클 코넬리 등 17명의 미국 작가가 오픈AI를 상대로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작가들은 오픈AI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만들기 위해 작가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에는 세계적인 이미지 공급업체 게티이미지가 ‘스테이블 디퓨전’ 개발사 스태빌리티AI를 고소했다. AI 학습에 게티이미지가 소유한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다. 소설가, 화가도 기존 저작물의 AI 학습 문제에 대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공정한 이용’이라는 이름으로 AI의 저작물 학습을 허용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입장은 지난 2004년 구글이 진행한 ‘구글 북스 프로젝트’ 사례에서 가늠할 수 있다. 당시 구글은 대학 도서관의 책들을 모조리 스캔해 디지털화하는 ‘구글 북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에 해당 도서의 작가와 출판사는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교육과 연구 목적이라면 저작물을 활용해도 된다며 구글의 손을 들어 줬다. 이용 목적, 활용 분량, 기존 저작물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꼼꼼히 따진 후 허용한 것이다.
구글 북스 프로젝트에 대한 판결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AI 관련 사례의 중요한 선례로 꼽힌다. AI가 저작물을 학습하는 것도 ‘공정한 이용’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법을 개정했다. 이들 국가는 지난 2018년 AI 학습을 포함하는 ‘TDM(Text and Data Mining)’을 위해서는 기존 저작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단 창작자의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허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 실제로 기존 저작권의 활용 범위가 애매하다며 법무법인을 찾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말은 “알 수 없다”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가이드라인에도 ‘AI 학습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에 공정한 이용을 적용하는 것이 쟁점이지만, 학계의 의견 대립이 있으며 이를 직접적으로 판단한 국내외 법원의 판례는 없다’라고 나온다.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의 등장으로 법률적 공백이 생기는 경우 정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방치할 것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해당 이슈를 파고들어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해당 산업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창업가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AI의 발전을 맹목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균형이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AI 기술의 발전도 지원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AI 관련 기업이 창작자에게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안, 창작자 단체와 AI 기업이 포괄적으로 계약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기존 저작물의 학습 허용 범위, 적절한 보상 방식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글 / 옥다혜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 법무법인 미션 공공거버넌스팀 소속으로, 새로운 산업의 등장에 따라 새로운 제도를 입법 및 설계하도록 정부, 공공기관 등에 자문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법률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AI 시대에 콘텐츠 스타트업과 창작자들의 권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기고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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