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눈과 귀를 보호하라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눈 침침 노안 따뜻한 눈마사지 도움… 자외선 차단-안구건조 예방도 중요
난청 막으려면 소음 가급적 피해야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해진다. 노안이다. 귀가 먹먹해지다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노인성 난청이다. 노안과 노인성 난청은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 두 질환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최대한 늦추거나 증세를 완화시킬 수는 있다. 눈과 귀를 건강하게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 40대부터 시작되는 노안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하고 가까운 사물이 잘 안 보인다면 노안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노안이라고 해서 시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송종석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눈이 안 보인다며 병원을 찾아온 40대와 50대 환자 중에 정상 시력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시력 감퇴가 노안의 원인이 아니란 얘기다”라고 말했다.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성과 관련이 있다. 원래 가까운 것을 볼 때는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멀리 있는 것을 볼 때는 수정체가 얇아진다. 하지만 노화로 인해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지면 이 조절력이 떨어져 가까운 사물을 잘 볼 수 없게 되는 것.
노안을 늦추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송 교수는 “동공을 수축시켜 수정체의 역할을 돕는 방식으로 노안을 해결해주는 약물이 해외에선 상품화돼 팔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이가 들면 백내장을 피하기도 쉽지 않다. 70대의 경우 백내장이 있는 경우가 90%를 넘을 정도다. 나이가 들면서 투명했던 수정체가 혼탁해지거나 다치면서 안개가 낀 것처럼 사물이 흐려 보이거나 빛 번짐이 있는 질병이다.
백내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시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엄영섭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교수는 “수술은 10∼20분이면 끝나고 큰 부작용도 없다”라고 말했다. 각막을 2∼3mm 절개해서 초음파 기구를 넣고 백내장이 생긴 수정체를 빼내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한다. 상처 부위가 아무는 데 2개월 정도가 걸린다.
● 올바른 눈 관리법
송 교수는 “눈 영양제로 알려진 건강 기능성 식품을 먹는다고 해서 노안과 백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습관을 바꾸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와 엄 교수에게 눈 관리법을 들어봤다.
첫째,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자외선이 눈의 노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시신경 보호를 위해 금연은 필수다.
둘째, 눈에 작은 병이라도 생긴다면 눈의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 가령 눈에 염증이 생기는 포도막염이 있을 때 수정체도 빨리 노화한다. 따라서 안과 질환이 발생하면 곧바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안구 건조를 막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고 눈을 많이 쓸수록 눈이 마르기 쉽다. 이럴 때 인공눈물만 넣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안구 건조가 진행되면 안구 표면에 상처가 생기고 염증으로 이어진다.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를 해야 노화를 늦출 수 있다.
휴대전화는 안구 건조증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평균 4초마다 눈을 깜빡이는 게 정상인데, 휴대전화에 집중하면 수십 초 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을 수 있다.
넷째, 평소 근거리 작업을 했다면 가끔 먼 곳을 응시하는 게 좋다. 눈을 쉬게 하자는 취지다. 최소한 10초 이상은 먼 곳을 보도록 하자. 눈동자를 돌리는 식의 ‘눈 체조’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체조를 한다면 눈동자를 너무 크게 돌리면 안 된다. 시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따뜻하게 눈 마사지를 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눈물에 있는 기름 성분이 배출된다. 10분 정도 해 주면 좋다. 젖은 수건보다 마른 수건이 좋고, 대략 40도 내외의 온도가 적당하다. 세게 눈을 누르면 각막 등에 손상이 갈 수 있으므로 살짝 대는 식으로 마사지하는 게 좋다. 눈 마사지 기구들은 안압을 올릴 수 있어 녹내장 환자는 피해야 한다.
● 노인성 난청 예방해야
노인성 난청은 퇴행성 변화로 인해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국내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의 38% 정도에서 발견된다. 노인성 난청은 이르면 30대부터 시작된다. 이후 점차 심해져서 60대 이후에는 청력이 거의 들리지 않는수준까지 악화할 수도 있다.
노인성 난청이 시작되면 이명부터 나타난다. 임기정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라디오가 고장 나면 잡음이 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나이가 들수록 고음이 잘 안 들리고 ‘삐’ 하는 이명이 들린다”라고 말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낮은 소음의 이명이 들리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두통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청력과 관련된 근육에 문제가 생긴 근육성 난청일 확률이 높다. 근육성 난청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큰 소리에 노출된 게 원인인 소음성 난청도 있다. 소음성 난청은 당장 노인성 난청과는 관련이 없지만 방치했을 경우 청각 신경에 손상이 갈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나중에 노인성 난청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소음 난청도 미리 치료하는 게 좋다.
노인성 난청이 심해지면 청력이 떨어진다. 보통 청력의 40%가 손상되면 보청기 착용을 검토해야 한다. 청력의 50%가 손상되면 반드시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 청력 손상 정도가 60%에 이르면 청각 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
임 교수는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데도 노화를 인정하지 않고 착용을 거부하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그 경우 청력은 더 빠른 속도로 나빠진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상태를 방치할 경우 치매 확률도 높아진다. 임 교수는 “잘 들리는 사람과 난청이 있는 사람을 5∼10년 동안 비교했더니 난청이 있는 사람이 치매 발병 확률이 5배 높다는 연구가 있다”라고 말했다. 소리가 뇌를 충분히 자극하는데, 잘 듣지 못하니 뇌에 미치는 자극이 떨어진다는 것.
● 귀 건강 관리법
노인성 난청에 걸리면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임 교수는 “난청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건강기능식품들이 많은데, 아직 의학적으로 난청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우선 노인성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음성 난청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음에 덜 노출돼야 한다. 귀를 혹사해서는 안 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나는 소음은 40∼60dB이다. 이어폰을 쓰고 음악을 큰 소리로 들을 때 소음은 80∼100dB 정도까지 올라간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소음성 난청에 걸리기 쉽다.
둘째, 난청 자가 진단을 해보자. 먼저 △전화 통화에 어려움이 있는지 △두 명 이상과 동시에 대화하기가 어려운지 △TV 볼륨을 높여 주변 사람들이 불평한 적이 있는지 △대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를 떠올려 보자.
이어 △시끄러운 장소에서 듣기가 어려운지 △다른 사람에게 다시 말해 달라고 청했는지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못 이해해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특히 아이나 여자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지 △다른 사람의 말을 잘못 이해해 주변에 피해를 줬는지를 따져 보자.
총 10개의 문항에서 3개 이상 해당한다면 난청의 위험이 크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임 교수는 “정기적으로 청력 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셋째, 식습관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짠 것과 단것, 매운 것을 많이 먹으면 메니에르병과 같은 귀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이 또한 난청으로 악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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