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 누리호 제작 현장… 발사 성공 좌우하는 ‘추진체 탱크’
가벼우면서 고압 견딜 수 있어야… 최적의 설계 구현할 정밀성 요구
제작 공백 길어 완성도 유지 관건… 내년 4차 발사부터 민간 주도 전환
15일 우주항공청에서 4.5km 떨어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종포공장에 들어서니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1단 산화제 탱크 조립이 한창이었다. 3단 발사체인 누리호에서 1단은 전체 길이 47.2m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거대한 위용을 뽐냈다. 1단 산화제 탱크 길이는 무려 10m다. 김정현 KAI 우주생산팀 부장은 “현재 제작 중인 1단 산화제 탱크는 내후년 누리호 5차 발사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11월 4차 발사 예정인 누리호 1단 산화제 탱크는 제작이 이미 완료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보내졌다.
한국을 자체 우주발사체 보유 국가 대열에 올라서게 한 누리호는 내년 11월 4차 발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2026년 5차, 2027년 6차 발사가 예정됐다. 누리호의 핵심 부품 중 하나가 연료탱크와 연료를 점화할 산화제 탱크로 이뤄진 추진제 탱크다. 2021년 누리호 1차 발사 실패와 2022년 2차 발사 연기가 모두 이들 부품에서 기인했다. 발사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 누리호 1단 탱크 제작은 KAI가 종포공장에서, 2·3단은 두원중공업 사천공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체 탱크의 85%가량 제작이 완료됐다.
● 0.1mm의 오차를 줄여라
KAI와 두원중공업 공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0.1mm의 오차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발사체 엔진의 연료인 추진제 탱크는 누리호 전체 부피의 약 80%를 차지한다. 가벼울수록 발사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발사 중 생기는 대기압의 약 6배인 내부 압력, 관성력, 공력을 견딜 만큼 구조적으로도 튼튼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을 고려해 누리호가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두께와 길이, 휘어짐의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이 기준에 맞춰 오차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업이 탱크 위와 아래를 덮는 돔 형태의 덮개를 제작하는 일이다. 특수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원 형태의 구조물을 스피닝 장비를 이용해 얇게 펴서 돔 모양으로 만든다. 덮개 두께를 위치에 따라 2∼6mm 사이에서 미세하게 다르게 만들어야 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최윤호 두원중공업 차장은 “탱크 주재료인 알루미늄은 온도에 따라 잘 변형된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판을 이어 붙이는 용접 과정에서는 습도 때문에 기포나 균열이 생기는 결함이 나오기도 한다.
현장에서 결함 있는 탱크 구조물은 미련 없이 폐기한다. 누리호 탱크 개발을 주도하는 유준태 항우연 발사체기술연구1부 책임연구원은 “한두 번 보수했는데도 결함이 해결되지 않거나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하면 수개월 동안 공들인 구조물이라 할지라도 폐기한다”라면서 “사소해 보이는 결함이 발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변수는 2년 반의 발사 간극
2023년 5월 누리호 3차 발사 이후 4차 발사는 약 2년 반이 지난 2025년 11월 예정돼 있다. 부품 제작 현장에서는 2년 반의 간극은 제작 노하우를 유지하기에 굉장히 긴 시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품 제작 숙련도를 확보할 만큼 충분한 반복 제작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발사체의 신뢰도도 안정적인 반복 발사에서 확보되는 만큼 발사체 성공에 직결되는 부품 제작도 빈번하게 반복 제작하면서 숙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누리호 4차 발사 준비를 앞두고 탱크를 비롯한 여러 부품 제작 과정에서 지난 발사에 비해 유독 결함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탱크 구조물을 폐기하고 결함을 보수하는 사례가 수차례 나오며 탱크 납품 목표 시기를 9월에서 12월로 연기하기도 했다.
김 KAI 부장은 “발사체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들이 제작 실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속으로 구조물을 제작하는 것”이라며 “현재 1단 추진제 탱크 하나를 만드는 데 1년 반 정도가 걸렸지만 발사체 수요가 이어져 탱크를 계속 만들 수 있다면 8개월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가 발사체 공장을 쉬지 않고 돌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지난 발사 때와 달리 4차 발사 누리호 제작 현장에는 눈에 띄게 다른 점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직원이 두원중공업 사천공장에 항상 머문다는 점이다. 4·5·6차 발사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맡았던 누리호 제작부터 발사까지의 업무를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가 수행하기 때문이다. 유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누리호 6차 발사까지의 목표는 누리호 조립부터 발사까지 모든 절차를 민간이 주도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 항우연은 한화를 통해 부품 제작 과정, 자료 등을 받고 한화와 함께 제작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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