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율은 단순히 해부학적 특징이 아니라, 태아 시절 자궁에서 받은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과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태아기에 테스토스테론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약지가 더 길며, 에스트로겐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검지가 더 길다.
영국 스완지대학교(Swansea University))와 폴란드 우츠 의과대학((Medical University of Lodz) 연구진은 평균 나이 22세의 대학생 258명(여학생 169명·남학생 8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검지가 약지보다 짧은 사람들은 음주 빈도가 더 높고, 음주로 인해 문제 행동을 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캘리퍼를 사용해 참가자들의 손가락 길이를 정밀하게 측정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개발한 알코올 사용 장애 선별 검사(AUDIT)를 통해 이들의 음주 유형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검지에 비해 약지가 더 긴 남녀 모두 알코올 소비량이 더 높고, AUDIT 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왼손보다 오른손 손가락의 검지: 약지 비율이 더 큰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오른손 검지: 약지 비율이 왼손보다 태아기 호르몬 노출에 더 민감하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연구진을 설명했다.
예상대로 ‘위험 음주’ 군에 속할 위험 또한 남성이 훨씬 더 컸다. 연구에 참여한 남성의 46%가 ‘낮은 위험’ 범주에 속한 반면 여성은 75%가 이 범주에 포함 되었다. 남성은 7%가 ‘알코올 중독 위험’을 보인 반면, 여성은 1%에 불과했다.
키와 몸무게 같은 다른 신체적 특징도 분석했으나 알코올 소비와의 연관성은 손가락 비율만큼 강하지 않았다. 검지: 약지 비율 효과를 고려했을 때 다른 요소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스완지대학교 응용스포츠·기술·운동 및 의학 연구팀의 존 매닝 교수는 “알코올 의존 환자들이 검지에 비해 약지가 매우 긴 경향을 보인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태아 시절 테스토스테론에 비해 에스트로겐 노출 정도가 낮았음을 의미한다. 예상대로 남성에게서 더 강한 연관성이 관찰되었다”라고 말했다.
검지에 비해 약지가 길다고 해서 반드시 음주 문제가 생긴다는 뜻은 아니며, 반대의 경우 술을 거의 안 마신다고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전체 인구 수준에서 일반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음주 습관은 유전, 환경, 개인의 선택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다만 손가락 길이 비율이 개인의 음주 습관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는 있다.
매닝 교수는 “알코올 소비는 주요 사회·경제적 문제이다. 따라서 알코올 섭취가 개인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이뤄진 바 있다.
지난 2006년 강남을지병원 한창우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김대진 교수 연구팀은 한 알코올중독치료센터에 입원한 남성 환자 87명의 검지와 약지 길이를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99%의 신뢰도로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검지 대비 약지 비율(검지 길이를 약지로 나눈 값)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대한정신약물학회지에 발표했다.
1을 기준으로 삼을 때, 검지 대비 약지 길이 비율이 낮다는 것은 검지가 짧고 약지가 긴 경우다. 대개 남성은 검지보다 약지의 길이가 길고 여성은 거의 비슷하거나 검지가 약지보다 긴 경향이 있다. 이는 왼손보다 오른손에서 더 두드러졌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검지 대비 약지 비율은 오른손에서 0.934로 일반인의 0.956보다 낮았다. 왼손의 경우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0.942, 일반인이 0.958이었다.
당시 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검지는 짧고 약지가 긴 남성일수록 알코올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태아가 뱃속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될 경우 약지의 길이가 검지보다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남성성이 발현되는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지며 알코올 의존증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적 특징을 나타내는 호르몬으로 공격성에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공격적인 경우가 많은데 실제 남성에게서 여성보다 3~4배 정도 높게 발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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