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살을 빼려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 하지만 체중계 바늘은 매번 같은 곳을 가리킨다.
왜일까.
이 분야 전문가에 따르면 운동을 한다고 해서 칼로리를 더 많이 소모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장이 터질 듯 헐떡이며 고강도 운동을 한 사람이나, 하루 종일 거의 움직이지 않고 시간을 보낸 사람이나 둘의 체격이 비슷하다면 소비한 열량도 거의 같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여전히 수렵 채집으로 삶을 영위하는 하드자(Hadza)족은 하루 종일 걷고, 뛰고, 잡아당기고, 무거운 것을 드는 등 끊임없이 움직인다. 하드자족을 10년 넘게 연구한 미국 듀크대학의 진화인류학자이자 생체에너지학자인 허먼 폰처(Herman Pontzer) 교수는 이들의 생활방식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칼로리 소모를 예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와 동료들은 하드자족과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평균적인 미국 사무직 노동자의 일반적인 일일 에너지 소모량(체격을 기준으로 조정한 데이터)을 비교한 결과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칼로리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이론인 ‘제한된 총 에너지 소비 모델’(constrained total energy expenditure model)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 몸과 뇌는 소모하는 칼로리의 양을 재조정할 수 있다. 특히 활동량이 많을 때 일부 생물학적 기능을 느리게 하거나 중단함으로써 총 칼로리 소비량을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한다.
폰처 교수는 “우리는 (러닝 애호가 같은) 매우 활동적인 사람들과 아주 비활동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들이 실제로 동일한 칼로리를 소모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라고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밀했다. 이는 운동이 사람을 더 건강하게 만들지만 체중 감량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에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고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운동의 역설’(Exercise Paradox·원제는 BURN)이란 책을 2021년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킨 폰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운동과 신진대사에 관한 상식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가장 기본 적인 질문. 신진대사란 무엇일까?
폰처 교수는 “우리 몸의 37조 개의 세포가 매일 수행하는 작업”이라며 “이 작업은 에너지로 측정되며 그래서 신진대사를 에너지의 단위인 칼로리로 측정한다”고 말했다.
신진대사는 사춘기 무렵에 가장 왕성하고, 중년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느려지며 남성이 여성보다 빠르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폰처 교수는 “매일 소모하는 칼로리의 주요 결정 요인은 몸에 얼마나 많은 세포가 활동 중인가 하는 것이다. 더 큰 사람이 더 많은 칼로리를 태운다. 세포의 종류도 중요하다. 지방 세포는 약간의 에너지를 태우지만, 그 양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을 비교했을 때, 남성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이유는 남성이 일반적으로 체격이 더 크고 지방이 더 적기 때문이다. 만약 남성과 여성이 체격과 지방 비율이 동일하다면, 하루 에너지 소비량은 똑같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에서 소모되는 총 칼로리가 가장 높은 시기는 청소년기 후반일 것이다. 하지만 체중 대비 칼로리 소모량으로 보면 3~4세 어린이가 1위다. 이 나이 대 어린이들의 신진대사는 매우 활발하다. 이는 성장과 발달 과정에서 세포가 수행하는 작업량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체구가 작아 총 칼로리 소모량은 적다”고 설명했다.
중년에 접어들면 대개 신지대사가 느려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는 “저는 40대 후반이고 20대 때와 비교해 음식 섭취에 대한 몸의 반응이 달라졌다고 확실히 느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20대부터 50대 이상에 이르는 수천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 체격을 조정한 후에는 신진대사율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60세 이후에는 약간 감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대사율에 변화가 없다면 중년에 접어들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사례가 흔한 이유는 뭘까.
“만약 소모하는 에너지의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가 섭취하는 에너지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스트레스가 더 늘어나거나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갖게 되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폰처 교수는 또한 사람들이 살이 찌는 과정을 보면 명절 등 연휴 기간에 불어난 체중을 새해 결심으로 다시 빼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가 들수록 체중이 늘어나고 그걸 다시 빼는 데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궁금증인 운동. 살을 빼려는 사람들은 운동을 열심히 하면 더 많은 칼로리를 태우기에 그에 비례해 체중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폰처 교수는 “오늘 운동하면, 오늘은 더 많은 에너지를 태운다. 하지만 생활 방식을 크게 바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그것이 새로운 일상이 된다면, 몸이 적응해서 결국 전체적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지 않게 된다. 기본적으로, 운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면 몸은 다른 작업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게 된다. 하지만 여기 좋은 소식이 있다. 염증과 스트레스 반응성 감소를 포함한 신체 조절은 운동이 우리에게 유익한 주요 이유일 수 있다”고 답했다.
뇌는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 소비처이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뇌에서 태우는 칼로리의 양이 증가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물론 뇌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다. 기본적으로 매일 5km를 뛰는 것과 같은 약 300칼로리를 소모한다. 하지만 깊은 사고를 할 때나 멍해 있을 때나 소모하는 열량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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