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베끼고 혁신을 품는다… 677조 글로벌 기업 텐센트의 성공 비결[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6일 10시 00분


중국 게임 시장을 넘어, 전 세계 게임시장을 논할 때 절대로 빠지지 않는 게임사가 있다.
압도적인 중국 내 플랫폼의 유통 배급력을 통해 677조 원(12월 4일 기준)의 시가총액을 일궈낸 IT 공룡 기업, 한국의 ‘크로스 파이어’와 ‘던전 앤 파이터’로 매년 조 단위의 수익을 내는 회사, 세계 최고의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한 회사. 이렇게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아시아 최대의 IT 기업 텐센트가 그 주인공이다.

텐센트. 자료 출처-텐센트 홀딩스
텐센트. 자료 출처-텐센트 홀딩스

1998년에 마화텅(馬化騰, Pony Ma) 회장이 장즈둥(張志東, Tony Zhang)과 함께 창업한 텐센트(텅쉰 컴퓨터 시스템)는 이메일과 무료 메신저 서비스를 주종으로 한 회사였다. 텐센트는 한국 카카오의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의 ‘라인’처럼 전 국민이 활용하는 PC용 무료 메신저 ‘QQ’ 서비스를 발표했고, 때마침 중국에 불어닥친 인터넷 열풍과 함께 눈부신 성장을 이어나갔다.

QQ 메신저는 1999년 초에 중국 내 가입자 1백만 명을 기록했고, 2000년 6월에 1천만 명, 2002년 3월에 1억 명을 넘기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용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2022년 공식 발표 자료에서는 이용자가 13억 9백만 명에 이른다고 명시됐다.

텐센트는 스마트폰의 탄생에 맞춰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도 출시했는데, 이 또한 지난 2019년 기준으로 11억 5천만 명의 사용자를 유치하고 일일 사용자 수도 3억 명을 넘기면서 중국 국민 플랫폼으로 발돋움했다. 한마디로 텐센트는 중국 전 국민의 메시지 유통을 독차지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회사라 할 수 있다.

텐센트 플랫폼 사업의 쌍두마차 QQ와 위챗. 자료 출처: 구글 앱 다운로드 페이지 발췌
텐센트 플랫폼 사업의 쌍두마차 QQ와 위챗. 자료 출처: 구글 앱 다운로드 페이지 발췌
그렇다면 2000년대 당시에 무수히 중국 내에 등장했던 무료 메신저 중에서 텐센트의 QQ 메신저와 위챗이 독보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적은 클라이언트 용량과 빠른 스피드 때문이었다. 중국의 척박한 인터넷 환경 속에서, 텐센트는 가장 적은 용량과 함께 다운로드 속도를 빠르게 유지하는 메신저 서비스를 고수했다. 서비스 초반에 다운로드 속도를 위한 유지보수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심각한 적자 상황에 놓이기도 했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미디어 그룹 내스퍼스(Naspers)의 자회사 MIH로부터 350억 원 상당의 투자를 받아 서비스 퀄리티를 유지했다.

당시 MIH에게 46.5%의 지분을 내주는 뼈 아픈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으나, 수많은 이용자들을 바탕으로 각종 콘텐츠 사업과 검색 광고 모바일 서비스, 전자 상거래, 소셜 커머스, 게임 서비스 등의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텐센트에게 날개를 달아준 한국 게임,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자료 출처: 스마일게이트와 넥슨 제공
텐센트에게 날개를 달아준 한국 게임,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자료 출처: 스마일게이트와 넥슨 제공

이윽고 텐센트의 메신저 사업은 2007년에 전환기를 마련하게 된다. 텐센트에게 구세주로 떠오른 FPS(1인칭 슈팅) 게임 ‘크로스 파이어’가 등장한 것이다. 한국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에서 내놓은 ‘크로스 파이어’는 초반 반응이 저조했지만 꾸준함 마케팅과 현지화 및 최적화를 통해 2009년에 동시 접속자가 1백만 명을 돌파했다. 3년 뒤인 2012년에는 동시 접속자가 4백만 명을 돌파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크로스 파이어’는 최고 동시 접속자 420만 명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기록은 온라인 게임 역사상 최고의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총, 복장 등을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과금 모델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 파이어’의 막대한 수익을 통해 텐센트는 게임업계의 큰 손으로 거듭났다. 기존에 중국에는 ‘미르의 전설’을 서비스한 샨다가 더 인지도가 높은 게임사였으나, ‘크로스 파이어’를 시작으로 한국 넥슨의 액션 온라인 게임 ‘던전 앤 파이터’로 또 한 번의 조 단위 메가 히트를 기록한 텐센트는 중국은 물론 아시아 최대 게임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텐센트가 인수한 슈퍼셀의 대표작 ‘클래시 로얄’과 ‘브롤 스타즈’. 자료 출처: 슈퍼셀 제공
텐센트가 인수한 슈퍼셀의 대표작 ‘클래시 로얄’과 ‘브롤 스타즈’. 자료 출처: 슈퍼셀 제공
이후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텐센트는 글로벌 기업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는데, ‘브롤스타즈’로 유명한 핀란드의 게임 개발사 슈퍼셀을 10조 원에 인수하고, 라이엇 게임즈를 4천8백억 원에 인수한 사건은 지금도 게임업계에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다. 

게임 부문 매출도 2015년에 10조 원을 넘어섰고, 2017년에 이미 16조 2300억 원을 넘었으며, 국내 게임사인 넷마블, 블루홀,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의 지분을 일정 부문 인수했다. 한마디로, 국내 게임사 중에 텐센트로부터 자유롭다고 할만한 게임 개발사는 거의 없는 셈이다. 

텐센트 로고. 자료 출처-텐센트 홀딩스
텐센트 로고. 자료 출처-텐센트 홀딩스
이렇게 초 거대 기업을 성공한 텐센트의 전략은 명확했다. ‘베끼고, 혁신을 통해 차별화한다’였다. 초반 ICQ 같은 메신저를 따라 만들었지만 빠른 다운로드 속도와 적은 클라이언트 용량으로 차별화를 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이어 텐센트는 메신저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뉴스 배달 서비스 등 맞춤형 서비스를 시작했고, 타 메신저를 넘어서는 단체 채팅 서비스, 가상 아이템 판매 등의 혁신을 이뤄냈다.

나아가 게임 서비스로 돌입하면서 텐센트는 QQ 메신저와 위챗을 사용하는 중국 이용자들에게 손쉽게 게임을 노출시켰고, 다양한 이벤트를 덧붙이면서 게임 매출을 키워나갔다. 메신저를 손에 쥐었기에 이용자 접근성을 우위로 밤낮으로 이벤트를 개최했고 게임이 저조하더라도 꾸준한 최적화로 기어코 성공을 이뤄냈다는 점도 기억할만한 점이다.

아시아 최대 IT 기업이 된 텐센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분주히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지금 텐센트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인공지능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이며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 중인 텐센트를 보면 여전히 혁신의 갈증을 엿볼 수 있다. 수많은 특허와 상표권을 내고 시장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텐센트의 모습을 보며 국내 기업들도 많은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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