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진단, 비대면으로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2일 08시 00분


충남대학교병원 피부과 이영 교수


탈모인에게는 모발 한 가닥도 소중하다. 따라서 탈모 유형을 정확히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탈모는 현대인이 흔히 겪는 고민거리다. 남성, 여성, 아이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으며 삶의 질과 심리적 불편을 초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의료기관 방문이 제한되면서 비대면 진료가 도입됐다. 그렇다면, 탈모 진단도 비대면 진료로 가능할까?

비대면 진료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이뤄지는 원격 의료서비스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활용도가 급증했다.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피해야 했던 시기에 의료 서비스를 원했던 사람들은 비대면 진료의 편리함을 경험했고 이런 흐름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장점 중 하나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는 매우 유용하다. 탈모와 같은 민감한 문제는 대면 진료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다. 원치 않는 시선과 불편한 질문을 피하고 싶어 비대면 진료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쉽게 놓치는 것이 있다. 탈모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탈모는 크게 비 흉터성 탈모와 흉터성 탈모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남성형 탈모, 휴지기 탈모, 원형 탈모는 비 흉터성 탈모다. 치료 후 모발이 다시 자란다. 반면 흉터성 탈모는 모낭이 파괴돼 영구적으로 모발이 자라지 않는다. 루푸스, 독발성 모낭염, 모공 편평태선 등이 흉터성 탈모다. 흉터성 탈모는 초기에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줄기세포까지 손상되지 않고 두피에 흉터가 남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탈모의 유형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탈모 진단은 육안 관찰이 필수적이다. 환자의 과거력, 탈모가 발생한 시기의 생활 습관, 두피 염증의 유무, 가족력 등 자세한 병력 청취도 중요하다. 또한 두피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도 해야 한다. 피부과 전문의가 사용하는 피부 확대경 검사(더모스코피)는 내과 의사의 청진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피부를 10배 이상 확대해 관찰할 수 있다. 모발 질환에서 두피의 상태와 모발 끊어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피부 확대경을 이용하면 흉터성 탈모와 비 흉터성 탈모를 구별할 수 있고, 머리카락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피부확대경검사로도 진단이 어려울 경우에는 두피 조직검사를 통한 진단이 필요하다.

가끔 지인으로부터 사진을 통해 탈모 진단을 부탁받는 경우가 있다. 매우 난감한 일이다. 피부과 전공의는 의료 사진 촬영 기법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진단을 위한 사진 촬영은 일반 사진 촬영과 다를 수밖에 없다. 탈모는 종류별로 특징적인 패턴이 있어 고해상도의 사진 촬영이 필요하다.

탈모 치료에 있어 비대면 진료는 편리함과 접근성을 제공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많은 한계점이 있다. 비대면 진료가 발전해 고해상도 카메라와 두피 촬영이 가능하게 된다면 미래에는 비대면 진료가 보조적 진료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은 한 올 한 올 중요한 모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험이 풍부한 피부과 전문의의 육안 평가와 보조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맞춤형 치료를 위해서 직접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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