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누래져 간 때문인 줄로 알았는데”…알고보니 ‘이암’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2월 11일 11시 06분


담관암, 5년 생존율 29%에 불과
뚜렷한증상 없어 초기발견 늦어
금연·절주·적절한 체중 유지해야

ⓒ뉴시스
#. 박씨(65)는 30여 년간 근무했던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 등산과 골프를 즐기며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등산하던 친구가 얼굴이 누렇게 보인다며 간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평소 간 수치가 정상이었던 박씨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한 달 후, 극심한 복통과 황갈색 소변을 경험하며 심각성을 깨달은 박씨는 병원을 찾았고, 담관암으로 진단 받았다.

담관암은 5년 생존율이 29%에 그쳐 ‘고약한 암’으로 불린다. 인구 고령화로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담관암은 담관(담즙이 지나가는 통로)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담관은 간내 실질에서 간문부를 거쳐 담낭, 췌장, 십이지장 유두부까지 이어지는 길고 가는 관형의 장기다. 이 부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통틀어 담관암 혹은 담도암이라 부른다.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담낭·담도에서 발생하는 암은 전체 암 중 2.7%를 차지한다. 암 발생률은 남성은 10위, 여성은 9위로 보고됐다.

담관암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고,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간 질환과 유사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발생 부위에 따라 간내 담관암, 간문부 담관암, 간외 담관암으로 나뉜다. 특히 간내 담관암은 병기가 꽤 진행된 후에야 증상이 나타나 조기 발견이 어렵다.

가장 주요한 담관암 발생 요인은 반복적인 담관 염증과 흡연이다. 담관 내에 반복되는 담석, 간디스토마와 같은 담관 기생충 감염,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바이러스성 간염, 궤양성 대장염, 담낭용종, 흡연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담관암이 발생하면 체중 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오심, 구토, 상복부 통증, 황달, 복부 종괴 촉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담관 폐색으로 간 기능 저하가 동반되기도 한다.

담관암 진단에는 혈청 종양표지자 검사, 초음파 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PET-CT,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 내시경 초음파 등이 활용된다. 병변의 위치와 침범 정도를 파악한 뒤, 내과와 외과를 포함한 여러 과 간 협진을 통해 병기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한다.

초기 담관암은 주요 혈관 침범과 원격 전이가 없을 경우 수술적 절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발생 위치에 따라 간절제술, 담도절제술, 유문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 등이 시행될 수 있다. 진행된 담관암의 경우 항암화학 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등 내과적 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내시경적 고주파 소작술과 담관 스텐트 삽입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최근 도입된 내시경적 고주파 소작술은 담관암으로 인한 악성 담관 폐색을 개선하고 스텐트 유지 기간을 연장할 뿐 아니라 종양을 직접적으로 괴사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난치성 담관암 치료에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과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가 기존 항암치료와 병합요법 시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관암은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진행 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불량해 종종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연과 절주, 적절한 체중 유지,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담관암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담관암은 예후가 불량한 악성 종양이지만 수술적 치료와 적극적인 항암치료, 내시경 중재술 등을 통해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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