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쉬어도 피곤하다면… 피로 아닌 질환 탓일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2일 03시 00분


‘중증근무력증’의 증상과 치료
눈꺼풀 처짐-물체 겹보임 증상… 근육 약해지고 심하면 호흡 곤란
단순 피로로 오인하는 경우 많아
조기 진단하면 약물로 치료 가능… “중증 환자 새 치료제 급여화 필요”

중증근무력증은 눈꺼풀이 처지고 물체가 겹쳐 보이는 등 단순 피로로 오인되기 쉽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일시적 피로와 달리 쉬어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헤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등 일상적 동작이 불편할 정도로 근력이 약화되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은 단순한 피로나 몸살이 아니라 중증근무력증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중증근무력증은 근력 약화 증상을 동반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피로, 무력감 등 특이하지 않은 증상으로 시작하는 데다 병원을 찾아도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며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진단이 지연되는 일이 많다.

신하영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중증근무력증은 국내에서 10만 명당 13명꼴로 발생하는데 단순한 피로로 오인하기 쉬운 초기 증상 때문에 진단이 지연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증상으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눈꺼풀이 처지고 물체가 겹쳐 보이거나 말을 할 때 콧소리가 나고 발음이 부정확해질 수 있다. 또 음식물을 씹고 삼키기 힘들고 팔다리가 무겁고 움직이기 힘든 경우에도 근력 약화가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근육 움직이는 신경말단에 이상 발생

중증근무력증은 운동신경과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근육접합부의 기능 이상을 초래한다. 환자 중 80%는 근육 수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가 발견된다. 근육이 수축되면서 걷거나 뛰려면 운동신경 말단부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수용체에 결합해야 한다. 그런데 자가항체가 수용체에 결합하면 면역 체계에서 활성화되는 물질 중 하나인 ‘보체’가 활성화되면서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기능이 소실되고 주변 신경근육접합부 구조가 파괴된다.

이 손상은 신경과 근육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해 근력 약화와 피로를 야기하고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중증근무력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눈꺼풀 처짐과 복시(겹보임) 같은 눈 관련 증상이다. 다만 특정 근육에만 증상이 발생하며 초기에 알아채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다 질환이 진행되면 목과 팔다리 근육 약화, 심하면 호흡근 약화로 인한 호흡마비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눈에서 시작한 중증근무력증은 보통 2년 내 전신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중증근무력증 환자 60% 이상은 전신 중증근무력증을 앓고 있다. 중증근무력증의 사망률은 5∼12% 수준이다.

● “치료 받으면 일생생활에 큰 문제 없어”

중증근무력증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꼭 필요하다. 치료법이 발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큰 지장 없이 일생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진단과 치료 시기가 늦어진 환자들은 중증근무력증이 진행되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예후가 좋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중증근무력증은 자가항체 검사를 통해 신경근육접합부를 공격하는 자가항체를 찾고 전기진단검사로 신경근육접합부 기능을 평가해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콜린에스테라아제억제제(콜린에스터 분해효소 억제제)를 투여해 증상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 등으로 진단한다.

진단 뒤 콜린에스테라아제억제제로 증상을 조절하고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같은 면역조절 요법 등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일부 환자는 기존 치료제로는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을 치료 불응성 또는 난치성 중증근무력증이라고 한다.

● “올해 허가 새 치료법 건강보험 적용을”

난치성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은 콜린에스테라아제억제제나 면역억제제가 아니라 다른 치료법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치료 허가를 받은 치료제에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있다. 신 교수는 “보체억제제 등 새로 개발된 치료제가 난치성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환자들이 적시에 필요한 치료를 받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증근무력증 환우회 정찬희 씨는 “난치성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은 일상 생활이 정말 힘들다”며 “증상이 심하면 ‘호흡기만이라도 없이 생활했으면 좋겠다’, ‘누워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올해 새로운 치료제가 허가를 받아 크게 기대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실제 치료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증근무력증#자가면역질환#근력 약화#피로#몸살#조기 진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