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체육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문구다. 1~2세기 활동한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가 검투사의 건강한 육체를 선망하는 청년들에게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를 바라노라”라는 풍자의 의미로 썼다고 한다. 하지만 앞뒤 잘라내고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사용한다.
그런데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문구를 진리로 여겨도 될 것 같다. 운동이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학술지소아학(Pediatric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구조화된 신체활동 프로그램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지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참여자들의 지능지수(IQ)가 평균적으로 4점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운동이 신체와 정신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 된 것이다.
스페인 알메리아 대학교 연구진은 운동과 두뇌 발달 간 연관성을 연구한 기존 논문을 메타분석 했다. 이는 여러 연구 결과를 결합하고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보다 통찰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신체활동과 청소년의 인지발달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운동을 지능향상을 위한 도구로 탐구함으로써 어린이와 청소년의 발달을 지원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접근 가능한 전략에 대해 조명하고자 했다”고 제1저자인 알메리아 대학 의과대학 박사 후 연구원 하비에르 S. 모랄레스가 의료정보 매체 사이포스트(PsyPost)에 설명했다.
연구진은 3203명을 대상으로 한 14개의 무작위 대조실험 데이터를 종합했다. 메타분석은 표본 크기나 방법론이 상이할 수 있는 개별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는 데 특히 유용하며, 주제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개별연구 사이의 차이를 고려하면서 결과를 통합함으로써 운동 개입이 지능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평가했다.
연구진은 IQ로 측정되는 일반지능과 두 가지 주요 하위영역인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과 결정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에 초점을 맞췄다.
유동성 지능은 기존 지식이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문제해결, 적응력, 추론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낯선 도전에 대처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반면, 결정 지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되는 지식, 기술, 경험을 나타내며 어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 학습된 정보를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유동성 지능은 일반적으로 성인 초기에 정점을 이루는 반면, 결정 지능은 나이가 들면서 계속 향상된다.
연구 결과 운동 개입은 지능에 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IQ수준이나 운동기간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유동성 지능에서 유의미한 이점을 제공하는 것을 알아냈다. 반면 결정 지능 향상에 대한 증거는 많지 않았다.
모랄레스 박사는 “규칙적인 운동이 신체 건강은 물론 지능 향상을 포함한 인지 발달에도 기여한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구체적으로 운동 프로그램은 어린이오 청소년의 IQ를 평균 4점 높인다. 이는 추가 1년의 교육을 통해 얻는 향상과 비슷한 결과다”라고 사이포스트에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교와 집 모두에서 체육활동이 크게 줄어 든 우리나라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0대 청소년들에게 매일 1시간씩 숨이 가쁜 정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을 하라고 권장한다. 하지만 WHO가 146개 국가 11∼17세 학생들의 운동량을 비교한 결과 한국 학생들의 경우 권장 운동량을 채우지 못한 비율이 94%로 가장 높았다(2019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30분 이상 운동한 비율을 조사했는데, 10대 학생들 중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47.9%로 전 연령을 통틀어 최하였다. 이유는 그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게 이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운동이 지능을 향상시킨다는 이번 연구결과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체육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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