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되면 독해지는 전립선암… 표적 치료제로 고령환자 항암 부담 덜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8일 03시 00분


홍준혁 교수가 말하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전이암, 치료 저항성 비율 높고, 고령 환자 많아 항암제 사용 어려워
최근 표적 치료제 ‘올라파립’ 승인… 호르몬 억제제와 함께 쓰면 효과적
사망 위험 34% 감소, 부작용도 적어

홍준혁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전립선암(전립샘암)은 최근 5년간 환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암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매우 높지만 일단 전이가 되면 5년 생존율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치료도 훨씬 어려워진다. 초기 전이성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 차단 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치료가 계속될수록 호르몬 치료에 저항하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으로 진행한다. 이 시점부터는 적절한 치료 방법이 없다. 평균 생존 기간은 1년 미만으로 급격히 줄어들면서 순한 암이었던 전립선암이 무서운 암으로 변하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홍준혁 교수를 만나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국내 전립선암 환자 수는 어느 정도인가.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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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만 해도 전립선암은 남성 암 10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령화와 식사 습관의 서구화 등 여러 원인에 의해 전립선암의 발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검사의 발달로 초기에 발견되는 환자의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암 발생자 수는 1만8697명으로 남성에서 폐암, 위암, 대장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했다. 증가 속도는 암 중에서 가장 빨라 조만간 전립선암이 남성 암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립선암의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

“전립선암은 증상이 크게 없다. 보통 많이 진단되는 60대는 전립선비대증이 나타나는 시기다. 잔뇨, 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한다. 암의 특이적인 증상이 별로 없어 많은 환자가 건강검진 또는 전립선비대증 진단 검사를 하다가 PSA(전립선 특이 항원) 수치가 높아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립선암은 생존율이 높은 암이지만 전이되면 위험도가 달라진다고 들었다.

“암이 전립선 안에만 있는 경우에는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 후 생존율이 다른 암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타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생존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과거에는 원격 전이된 암의 경우 호르몬 억제 주사밖에 없어서 기대할 수 있는 생존 기간이 2년 정도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약제들이 나오면서 일부 연구에서는 4∼5년 이상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전이된 전립선암이 이렇게 생존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이성 전립선암은 주사제인 호르몬 억제제 치료가 표준 치료다. 투여 초기에는 대부분 치료 효과가 좋은 편이지만 일부 환자는 호르몬 억제제에 저항을 가지고 진행하는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행한다.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은 호르몬 억제제에 의해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감소한 때도 계속 성장하는 전립선암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때에도 많은 암세포가 호르몬 억제제에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호르몬 억제 주사는 계속 사용한다.”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의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전이성 전립선암이 호르몬 억제제에 듣지 않을 경우 항암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전이가 발견된 초기부터 도세탁셀 계열의 항암제를 추가하면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악성도가 높아서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주로 사용해 왔다. 새롭게 개발된 경구용 호르몬 억제제들이 전이가 발견된 초기부터 사용해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최근에는 많은 초기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호르몬 억제제와 항암제까지 사용해도 거세 저항성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그동안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었다. 최근에는 표적항암제와 루테시움을 이용한 동위원소 치료 등 새로운 치료 방법들이 등장하며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들에게도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립선암은 고령의 환자가 많아 항암제 사용이 조심스러울 것 같다.

“대부분의 전립선암 환자는 첫 진단 시 60대 이상이다. 처음부터 전이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1∼3기로 진단돼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받고 몇 년이 지나 재발이나 전이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70대 전후가 돼 암이 진행되는 것이다. 호르몬 억제제까지는 부작용이 크지 않아서 대부분 잘 치료받지만 항암 화학치료는 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서 투여하지 못하거나 치료를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전립선암 환자는 항암 화학치료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항암제를 잘 견딜 수 있을지 결정하기 쉽지 않다.”

―다른 치료 방법은 없나.

“최근 표적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많은 암에서 사용되고 있다. 전립선암에서는 올라파립(PARP 저해제)이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진단 후 항암 화학요법을 사용하지 않은 환자에서 호르몬 억제제인 아비라테론과의 병용 요법으로 승인받았다. 호르몬 치료 후 암이 진행한 환자 중 BRCA 변이 환자에서는 단독 요법으로 승인받았다. 특히 항암 화학요법을 하기 전 유전자 변이에 관계없이 올라파립을 사용할 수 있게 돼 고령의 환자들이 주를 이루는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치료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작용도 빈혈이 약간 발생하는 것 외에는 크게 없다.”

―올라파립의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올라파립은 PARP 억제제로 DNA 복구를 돕는 PARP라는 효소의 활동을 차단해 암세포를 죽게 만드는 기전의 표적 치료제다. 특히 종양 억제에 관여하는 효소인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최근 발표된 임상 PROpel 연구에 따르면 올라파립과 호르몬 억제제인 아비라테론을 함께 사용한 경우 항암 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위약 대비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켰다. 작년에 나온 추가 결과를 보면 평균 생존 기간을 7.4개월 연장했다. 이 연구는 올라파립 아비라테론 병용 요법이 유전자 변이에 상관없이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진단 후 항암 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성인 환자의 치료에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에도 위약 대비 질병의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50%까지 개선했다.”

#헬스동아#건강#의학#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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