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X 동아닷컴 공동기획] 동아닷컴은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세계를 누빌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창업 지원과 스케일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홍보에 이르기까지. SBA의 지원을 받고 성장할 스타트업의 실력을 동아닷컴의 스타트업 미디어 IT동아와 함께 살펴봅니다.
플라스틱의 폐해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세계의 환경 문제로 떠올랐다. 자연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제품의 포장재, 식품 용기 등 1회용품 거의 모두를 플라스틱으로 만들기에 세계 사용량도 많다. 미세 플라스틱은 사람과 동물의 몸 안에 들어와 배출되지 않고 갖가지 건강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들 폐해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졌다.
이에 세계는 1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거나 플라스틱을 대체할 물질을 찾아 환경 오염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한다. 유용한 대체 물질도 여러 가지 나왔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주식회사나누(이하 나누)가 선택한 소재는 유독 돋보인다. 감귤 껍질, 맥주박(맥주를 만들고 남은 곡물) 등 지금까지는 버리던 천연 소재를 가공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것.
나누를 세운 이윤노 대표는 병원에서 기획 업무를 하다가 중남미 병원 사업에 참가, 보건 환경 컨설팅 경력을 쌓았다. 이 때 플라스틱 쓰레기의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한 점을 깨닫고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할 파트너를 찾는다.
그가 고안한 아이디어는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수거, 가공해서 신소재를 만드는 것이다. 이 신소재로 1회용품을 만들면, 비용을 들여 처리하거나 불법 소각·매립하던 식품 부산물을 유용하게 재활용 가능하다. 식품 부산물은 유기물이자 천연 소재이니 자연에서 생분해된다. 이전에는 버리던 것을 재활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면서 환경 오염도 줄인다. 자연스레 플라스틱을 대체해 사용량도 줄인다.
이윤노 대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줄 조력자를 찾는다. 그러다가 20년 이상 천연 소재와 바이오매스(유기물 원재료)를 연구한 충남대학교 교수를 만나 나누를 공동 창업한다. 덕분에 기술 이전을 포함해 튼튼한 연구 개발 역량을 갖췄다. 식품 부산물을 포함한 천연 소재로 플라스틱을 대체하자는 나누의 가치에 공감하는 임직원들도 속속 모인다.
이들과 함께 이윤노 대표는 천연 소재 추출물 분리와 혼합, 펄프몰드 성형, 친환경 코팅 분사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한다. 천연 소재 추출물 분리와 혼합 기술은 식품 부산물을 포함한 천연 소재를 수거해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 목재 펄프와 합치는 기술이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고도의 공정과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만 상품화 가능한 수준의 원재료를 만든다. 이 기술이 나누의 핵심 경쟁력이기도 하다.
펄프몰드 성형은 식품 부산물과 천연 소재로 만든 원재료를 금형(몰드)에 넣어 진공흡입 성형, 건조해서 각종 용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패스트푸드 가게나 식당에서 쓰는 트레이(쟁반), 식판 혹은 식품을 담는 용기, 종이컵 등에 적용 가능하다. 나누는 펄프몰드 성형 자동화 기계도 개발했다. 이 기계는 물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면서 하루 8시간 기준으로 펄프몰드 친환경 제품을 5000개 만든다.
친환경 코팅 분사도 나누의 핵심 기술이다. 펄프몰드 성형 제품에 친환경 코팅액을 분사해서 물이나 기름이 잘 묻지 않도록 처리한다. 항균 성능, 고온의 오븐에서 쓸 만큼의 가열 적합성도 준다. 펄프몰드 성형 제품을 식품 혹은 화장품 용기로 쓸 때 필수 기술이다. 이들 기술을 활용해서 나누는 천연 소재 펄프몰드로 만든 내외부 포장재와 산업용 펄프몰드, 펄프몰드 1회용기와 생활용품, 반려동물 용품을 만들 역량을 갖춘다.
기술과 제품 생산 능력을 갖춘 나누는 먼저 식품 기업들과 함께 플라스틱 대체 활동을 벌였다. 유명 백화점의 식품관에서 쓰이는 트레이, 식품 포장 용기와 음식 배달 용기들이 플라스틱제 제품에서 점차 나누의 펄프몰드 제품으로 바뀌었다. 인기 아이스크림 케이크 브랜드도 곧 나누의 펄프몰드 케이크 트레이를 쓸 예정이다.
이어 세계 유명 화장품 기업도 나누의 펄프몰드 제품에 관심을 쏟았다. 화장품을 담는 용기와 포장에 쓰기 적합하다고 판단해서다. 세계 가전 대기업도 베트남과 우리나라의 공장에서 나누의 친환경 트레이를 쓴다. 이들 기업은 나누 덕분에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했을뿐만 아니라 친환경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앞서 줄인다는 점, 비용을 들여서 버리던 소재를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점에서 탁월한 브랜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덕분에 나누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 앞서 공공기술활용 창업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경력을 토대로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코이카 혁신적기술프로그램(CTS, Creative Technology Solution)에 선정돼 기초 체질을 튼튼히 다듬었다. 각종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이름도 널리 알렸다. 이어 환경부가 선정하는 환경 일자리 으뜸 기업으로 선정됐다. 덕분에 식품과 화장품, 전자 제품 부문의 대기업에 속속 친환경 트레이 납품 계약을 맺었다.
이들 성과를 딛고 나누는 활동 범위를 더욱 넓힌다. 나누의 제품은 이론상, 종이로 만든 내외부 포장재를 거의 모두 대체 가능하다. 이윤노 대표는 대기업으로의 제품 공급 경력을 토대로 제약, 숙박 등 다양한 산업계로의 제품 보급을 노린다. 이를 위한 생산 공장과 생산 체계도 만들었다. 나누는 해외의 친환경 제품 시장도 겨냥한다.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을 짜는 한편 기술 특허 취득과 수출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들 목표를 이루려면 이윤노 대표는 여러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펄프몰드, 친환경 제품의 대량 생산 체계를 만들 자금을 모아야 한다. 그냥 대량 생산 체계가 아니라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제품을 원활히 공급하는 체계’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대기업, 나아가 세계 기업에 긍정 영향력을 전파할 것이다.
이윤노 대표의 전략은 자금 확보 후 인재를 섭외하고 파트너의 도움을 적극 받는 것이다. 먼저 투자금과 대출로 자금을 확보한 나누는 제품 생산, 품질 관리를 담당할 전문가를 초빙한다. 지금 구축 중인 친환경 제품 생산 공장의 제품 품질을 관리할 전문가다.
이어 해외 진출 파트너인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지원을 받는다. 나누는 이미 SBA와 베트남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이 때 이윤노 대표가 베트남 굴지의 맥주 기업 사베코, 현지의 전자 기업과 만나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도록 SBA가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나누는 이런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 해외의 플라스틱 1호용품을 차근차근 줄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윤노 대표는 “친환경 제품은 아직도 오해를 많이 산다. 가격이 비싸고 쓰기 불편하며 기능도 떨어진다는 오해를 없애는 것, 플라스틱으로 만든 1회용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나누의 도전 과제다. 모든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사서 손쉽게 쓰면서 성능도 뒤떨어지지 않는 친환경 제품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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