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제2형 당뇨병 예측 AI 임상 착수
제2형 당뇨 고위험군 심전도 기록 활용… 위험성 패턴 지도화
그래프의 리듬 유형 파장 모양 등… 미세한 변화 감지
발병률 높은 환자, 미리 경보해 관리
40세 이상에서 주로 발병하는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도구에 대한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이 시작된다. 당뇨 환자 대다수가 제2형 당뇨병인 만큼 인류의 당뇨병과의 전쟁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주요 외신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영국 공공의료시스템인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의사와 과학자들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10여 년 전 예측할 수 있는 AI 도구에 대한 임상시험에 착수한다.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아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과 달리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이 커져 비정상적인 혈당 수치를 보이는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11.3%다. 한국인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일 정도로 흔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8억 명이다. 세계 인구 10명 중 1명도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린 미국 워싱턴대의 연구에서는 2050년 당뇨 인구가 13억 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혈당 수치를 제대로 조절하지 않거나 방치하면 실명, 신부전, 심장마비, 뇌졸중, 발 절단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은 국내 사망 원인 7위로 국민 10만명당 21.6명이 당뇨병으로 사망했다.
NHS는 제2형 당뇨병에 이를 위험이 높은 사람을 120만 개의 병원 심전도(ECG) 기록을 활용해 13년 전 선별할 수 있는 당뇨병 예측 AI 도구 ‘AI-ECG 당뇨병 위험 평가’를 개발했다.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그래프로 기록한 것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심전도 패턴을 지도화한 것이다. NHS가 개발한 AI 도구를 이용하면 심전도의 리듬 유형, 파장 모양 등에서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미래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조기 경보 신호를 울릴 수 있다.
NHS는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적용해 도구의 기능도 검증했다. 현재 다양한 연령대, 성별, 인종,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70%의 정확도로 예측하고 있다. NHS는 여러 유전적, 임상적 정보와의 결합으로 정확도는 앞으로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임피리얼 칼리지 헬스케어 NHS 트러스트’ ‘첼시&웨스트민스터병원 NHS 트러스트’와 함께 임상시험에 착수하기로 했다.
환자를 예측할 수 있으면 질병이 발생하기 전 식단, 운동 등의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는 조기 개입으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진다. 당뇨병의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은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이다. NHS는 “비침습적인 방법이면서 비용도 저렴한 AI 도구가 상용화된다면 당뇨병 위험을 조기에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예방할 기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며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이는 합병증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NHS는 “AI는 건강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의료 혁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데 있어 판도를 바꿀 이번 기술이 향후 몇 년 내에 영국과 다른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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