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경동맥 협착증’…이런 사람은 정기검진이 최선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12월 27일 13시 32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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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맥 협착증은 주로 특별한 증상이 없이 찾아오는 탓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초기에 발견하려면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경동맥 협착증이란 경동맥의 혈관 벽에 지방이 축적돼 근육 세포가 늘어나고, 혈관이 좁아지거나 딱딱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좌우 경동맥을 거쳐 각각 좌뇌와 우뇌로 흐른다. 척추동맥은 소뇌와 뇌간 등 뒤쪽에 있는 뇌에 혈액을 공급한다. 경동맥은 뇌로 가는 혈액의 80%를 보내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하다.

경동맥 협착증의 원인으로는 ▲죽상 동맥경화 ▲고혈압 ▲이상 지지혈증 ▲당뇨병 ▲흡연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이는 낡은 파이프에 이물질이 끼면 물이 잘 흐르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경동맥 협착증은 초기에 치료를 놓치면 뇌 기능과 연결된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는 어지러움, 시력 소실, 사지 마비, 안면 마비, 삼킴 장애, 이상 감각, 비뇨기계 장애, 소화기계 장애, 의식 저하 등이 포함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권형민 교수는 26일 동아닷컴에 “혈관 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자각하기 어렵고, 막히거나 터지는 큰 사고가 나서야 알게 된다”며 “정기검진만이 최선”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경동맥 협착증이 건강검진이나 초음파 검사로 많이 발견된다”고 했다.

권 교수는 가족 중 심뇌혈관 질환자가 있거나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이 있는 사람, 흡연자, 고령자 등은 빨리 정기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이어 “약 처방도 필요하지만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옛날엔 우리나라에 경동맥 질환이 많지 않았는데, 식생활 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됐고 이것이 동맥 경화를 일으킨다고 했다.

권 교수는 “비만의 경우 고지혈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 지방질이 핏속을 떠다니고 혈관 벽에 쌓이게 된다”며 “이것이 플라크를 형성하고 두꺼워지면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경동맥 협착증이 발견된 이후에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재발의 위험이 크다. 협착증 정도가 50% 이상으로 좁아지면 중등도로 취급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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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연구팀은 올해 9월 미국 심장 협회의 AHA 저널에 무증상 경동맥 협착증과 뇌졸중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무증상 경동맥 협착증 환자 2만 6384명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경동맥 협착증의 고위험군 집단에서 뇌졸중 56.6%, 심혈관 질환 64.9% 발생했다. 이들이 과거 앓은 질환으로는 관상동맥 질환(56.2%), 당뇨병(42.6%), 뇌졸중 및 일과성 뇌허혈발작(31.3%), 말초동맥 질환(17.6%) 순으로 많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고상배 교수는 동아닷컴에 “뇌로가는 혈류가 심하게 감소하면 혈류 저하에 의한 허혈뇌졸중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혈류가 느려질 정도로 좁아지지 않더라도, 동맥경화판에서 혈전이 떨어져 뇌동맥을 막게 되면 색전에 의한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고 교수는 “경동맥에서 동맥경화가 발견되면 전신 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있을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증상이 없지만 심장 혈관(심근경색, 협심증 등)에 문제가 생긴 환자의 경동맥을 검사하면 경동맥 협착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경동맥은 뇌혈관 및 전신 혈관의 상태와 심장 혈관의 협착 위험도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지표인 셈이다.

경동맥 협착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선 혈관조영술 검사가 필요하다. 초음파로도 좁아진 단면을 볼 수 있지만, 경동맥 협착 정도를 가장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대퇴동맥을 통해 혈관조영술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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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교수는 “치료에 있어 협착의 정도와 뇌졸중 발생 위험 정도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협착 정도가 70% 이상이면서 최근 6개월 이내에 해당 혈관에 의한 허혈뇌졸중을 겪은 경우 동맥경화판을 제거하는 경동내막절제술이나 혈관성형술(스텐트 삽입술), 약물 치료 등을 한다.

협착 정도가 50% 이상이고, 해당 혈관에 의해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는 동반된 질환과 나이 등을 종합 평가해서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50% 이하로 협착된 경우는 약물치료만 시행한다. 뇌졸중 같은 증상 없이 건강검진에서 무증상 경동맥 협착이 발생한 경우, 협착 정도가 60% 이상의 심각한 수준이 아니면 시술, 수술을 시행하지 않는다.

경동맥 협착으로 뇌졸중이 생길 수 있지만, 치료 목적의 시술과 수술로 인해서도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에 환자 개인의 뇌졸중 위험도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고 교수는 협착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 비만은 운동과 체중조절이 필요하고, 흡연자는 금연을 적극적으로 할 것을 권고했다. 당뇨나 고혈압이 있으면 적절하게 약물 투약이 필요하다. 특히 동맥경화가 심하지 않을 때 고지혈증을 조절하는 스타틴계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동맥경화판의 두께가 일부 줄어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경동맥의 폐쇄 및 협착(I65.2)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9년 10만 9003명에서 2023년에는 15만 9294명으로 약 46%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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