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글로벌] 알지티 “국산 자율주행 서빙 로봇으로 전 세계 달리겠다”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12월 30일 14시 55분


[SBA X 동아닷컴 공동기획] 동아닷컴은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세계를 누빌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창업 지원과 스케일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홍보에 이르기까지. SBA의 지원을 받고 성장할 스타트업의 실력을 동아닷컴의 스타트업 미디어 IT동아와 함께 살펴봅니다.

로봇 분야는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미래 산업을 이끌 국가적 먹거리로 인식된 지 오래다. 국내외 굴지의 중견/대기업이 로봇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 의료, 물류, 서비스 분야 등 여러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리라 예측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스타트업으로서 도전하기 결코 쉽지 않은 분야지만, 나름의 로봇 기술과 아이디어로 과감히 로봇 시장에 뛰어든 이들이 적지 않다.

알지티(RGT)는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100% 국내 기술의 로봇 개발 스타트업이다. 로봇 기획, 개발, 생산, 유통, 관리 모든 과정에 알지티가 직접 관여한다. 괄목할 성과도 거두고 있다. 정호정 알지티 대표를 만나 그가 만드는 ‘로봇월드’를 가늠해본다.

정호정 알지티 대표 / 출처=IT동아
정호정 알지티 대표 / 출처=IT동아

알지티는 어떤 로봇 스타트업인가?

자율주행 기술을 근본으로 하고 있는 서비스 로봇 토탈 솔루션 스타트업이며, 2018년에 창업했다. 흔히 대형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서빙 로봇이나 안내 로봇, 청소 로봇, 배송 로봇, 보안/경 로봇 등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한 단계 나아가, 로봇 자동화 시스템도 개발, 구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여기서 자동화 시스템이라면, 로봇 운영(오퍼레이팅) 관련 전반적인 영역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조리 로봇이라면 조리 자동화 솔루션이 그것이다.

알지티의 서빙 로봇 ‘써봇’ / 출처=알지티

참고로, 알지티(RGT)는 ‘로봇 글로벌 팀(Robot Global Team)’을 뜻한다. 일상 로봇을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의지로 이름을 지었다. 전 세계 인재와 함께 목표를 이루겠다는 뜻도 포함된다. 이에 알지티 서비스 로봇은 현재 12개국 이상의 국가에 수출되고 있는데, 미국, 영국,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 등 현지의 우수한 인재와 근무하고 있다.

스타트업에게 로봇 분야가 다른 분야보다 성장하기가 훨씬 어렵고 고될 텐데, 이 분야 창업을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창업 계기나 이유가 그리 거창하진 않다. 대학에서 자율주행 분야를 전공하던 도중에, 당시 미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시던 고모님의 하소연을 듣게 됐다. 장사도 제법 잘 되고 매출도 오르는데, 인력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계시길래 고모님도 뵐겸 미국으로 이동해 현장을 둘러봤다.

일단 인력 변동/이동이 잦아, 고모님이 매장 운영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인 듯했다. 공학자, 개발자로서 매장 운영에도 정규화, 제도화, 규격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매장 인력의 노동 강도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 여기고, 자율주행 전공을 토대로 서빙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창업을 결심했다. 미국 외에 일본, 호주 등도 둘러보니 비슷한 상황인 듯해서 서빙 로봇 시장을 면밀히 조사한 뒤 2018년 알지를 창업했다. (고모님은 결국 폐업하셨다.)

현재 알지티는 어떤 종류의 서비스 로봇을 개발, 공급하고 있나?

서빙 로봇은 현재 3세대 모델(써봇-SIRBOT)까지 업그레이드됐고, 국내외 여러 매장, 공간 등에 배치돼 있다. 서빙 로봇 외에 제조 공장을 주행하는 물류 로봇,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에 유용한 판촉/판매 로봇도 있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큰 공간에서 길 안내를 돕는 안내 로봇이나 건물 내 경비/순찰 로봇도 개발, 운영 중이다.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근간으로 각 용도와 역할에 맞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등을 직접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알지티 마트 판촉용 자율주행 로봇 / 출처=알지티

알지티의 서비스 로봇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고객에게 만족감을 준 성공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은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노부부였다. 아무래도 로봇에 익숙하지 않을 연세의 고객인데, 그리 크지 않은 식당을 운영하셨다. 할아버지가 다리가 불편해 지셔서 식당 운영이 많이 힘들어졌고, 이에 서빙 로봇을 알아보던 중 우리 써봇을 최종 구매하셨다. 가게에 배치해 드리고 두어 달 후 다시 방문했더니, 너무 편하게 잘 사용하고 계신다고 감사의 의미로 밥 한 상 차려 주셨다. 로봇의 순기능에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면서도, 좀더 노력하고 잘 만들어야 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현재 알지티의 각 로봇은 전국에 2000여 대가 배치되어 고객을 돕고 있다.

서빙 로봇 분야는 현재 국내외 여러 대기업은 물론, 알지티처럼 유망한 스타트업도 몇몇 활약하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알지티 서빙 로봇 ‘써봇’에는 이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국내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판매하는 자율주행 서빙 로봇은 거의 대부분 미국, 특히 중국 제품이 많다. 아무래도 중국의 로봇 기술이 가격 대비 성능이 좋기 때문이다. 알지티의 로봇은 서비스 분야에 특화된 100% 국산 기술/생산 자율주행 로봇이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공간은 투명하고 반짝이는 재질의 벽이나 유리, 바닥재로 꾸민다. 그런 환경에서는 광학 센서를 적용한 로봇의 자율주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데, 알지티의 서비스 로봇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알지티 자율주행 로봇은 주변의 움직이는 물체(사람)의 이동 경로를 기록, 예측함으로써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한다. 산업용 로봇과 달리 서비스 로봇은 움직이는 물체, 즉 사람의 예상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스스로 (멈추거나) 우회해야 한다. 알지티의 서비스 로봇은 그렇게 개발됐다.

알지티의 서빙 로봇이 서빙 인력을 대체하게 된다면, 사람의 일자리가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로봇과 사람의 조화, 로봇 개발자로서 어떤 모습을 예상하는가?

고객 중에 가끔, 서빙 로봇을 1대 배치하면 인력을 1명 줄여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권장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서빙 로봇을 단순히 인력을 줄여 비용을 아끼려는 목적보다는, 인력의 노고를 덜고 그 대신 그가 손님과 감성적 접촉에 좀더 집중하려는 목적으로 배치하길 제안한다. 현재의 로봇 기술로는 불가능한 손님과의 인간적 교류에 집중하는 것이다. 손님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짓고 먼저 다가가 대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빙 로봇이 사람을 돕는 모습이다. 서빙 자체는 로봇에게 맡기고 사람은 손님과 좀더 친근히 교감하면, 그 한 사람 인건비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노부부의 작은 가게에서 다리가 불편하신 할아버지는 이제 서빙 로봇을 배치하고 단골 손님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신다.

스크린골프장에 배치된 알지티 ‘써봇’ / 출처=알지티

알지티는 현재 조리 로봇도 개발해 시장에 공급, 배치하고 있다. 어떤 요리를 조리하는 로봇인지 궁금하다.

2019년 커피 바리스타 로봇을 처음 개발해, 한 공공기관에 납품했다. 주문, 결제, 커피 조리까지 로봇이 처리하는 무인 카페였는데, 로봇 암으로 커피를 손님에게 건네주는, 요즘 대형 쇼핑몰 등지에서 볼 수 있는 형태다. 튀김 로봇도 있다. 이 역시 로봇 암이 치킨, 감자, 도넛, 돈까스 등을 튀겨 조리한다. 면 요리도 가능하다. 조리 로봇의 경우 로봇 암은 전문 기업의 제품을 도입하고, 손/손가락 역할을 하는 그리퍼(gripper)를 우리가 개발해 로봇 암에 부착한다. 조리를 위한 프로그램과 자동화 솔루션도 함께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알지티의 튀김/조리 로봇 / 출처=알지티

알지티는 모든 로봇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 규모는 얼마나 되나?

국내 여러 로봇 제조 공장과 협력해 한 달에 200여 대 생산하고 있다. 국내 생산이다 보니, 외국 로봇을 수입해 공급하는 기업보다 기술/사후 지원에서 유리한 측면은 있다. 아직 부족하지만 기술 지원 인력도 자체 보유하고 있다. 현재 30명의 직원들 중 개발자가 70%다. 그래도 여전히 기술 인력, 개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SBA(서울경제진흥원)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 관련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의 지원인가?
SBA가 일본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SBA가 연결한 일본의 한 기업과 실증 검증(PoC)을 진행 중이고, 일본 현지에 로봇을 공급하기 위한 제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이 두 번째 일본 시장 진출 시도인데, SBA와 함께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리라 기대한다.

올해 2024년 목표는 얼마나 달성했고, 2025년 목표는 무엇인가?

스타트업으로서 항상 목이 마르지만, 올해는 어느 정도 만족할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내년 2025년에는 매출 증가가 우선 목표고, 신제품 출시도 계획돼 있다. 초격차 스타트업으로 연초 미국 CES 2025 전시회도 참가할 예정이다.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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