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장악했던 만화들, 다시 게임으로 세상을 지배하다[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일 10시 00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만화 ‘드래곤볼’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일본의 만화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가 그린 이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하여, 단행본만 2억 6천만 부가 팔렸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작가가 ‘드래곤볼’ 연재를 종료하려고 하자 일본의 문화부 차관이 작가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제발 연재를 이어달라고 사정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만화 드래곤볼 1권 표지 일러스트 / 출처 아마존재팬
만화 드래곤볼 1권 표지 일러스트 / 출처 아마존재팬
국내에서도 ‘드래곤 볼’의 인기는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소년 만화 잡지 ‘아이큐 점프’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이 아이큐 점프에서 연재된 ‘드래곤볼’은 당시 국내 청소년들의 마음에 거센 파도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시절 중고등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손으로 장풍을 쏘는 시늉을 하면서 ‘에네르기파~’라고 외칠 정도였죠.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드래곤볼’은 2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세계를 장악한 만화는 또 있습니다. 일본의 오다 에이치로 작가가 1997년도부터 연재를 시작한 만화 ‘원피스’는 ‘드래곤볼’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으며 2022년에 전 세계 5억 부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해적왕이 되기 위한 설레는 여정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죠. 이외에도 ‘블리치’, ‘나루토’, ‘란마’, ‘유유백서’, ‘슬램덩크’, ‘철완 아톰’ 등 기라성 같은 일본 만화들이 1억 부 이상의 판매량을 돌파하며 세상을 주름잡았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만화는 어떨까요? 2000년 중반을 넘어 전 세계가 웹툰 시대로 넘어오면서 국내 만화들의 약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은 일찌감치 세계적으로 빠른 인터넷 환경과 스마트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웹툰 시대가 열렸는데요, 이 문화 혁명과도 같은 붐을 타고 한국 웹툰도 크게 발전하여, 세계로 뻗어 나갔습니다.

넷마블에서 내놓은 ‘나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 넷마블 제공
넷마블에서 내놓은 ‘나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 넷마블 제공

대표적인 작품으로 레드아이스 스튜디오에서 내놓은 ‘나 혼자만 레벨업’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만화는 인류 최약체로 불리던 헌터 성진우가 인류 최강 헌터로 거듭나는 과정을 풀어낸 스토리로, 누적 143억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외에도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같은 스테디셀러들이 등장하면서 세계 시장에 ‘K웹툰’이란 장르를 각인시켰죠.

K웹툰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네이버웹툰은 지난 2024년 6월 27일(현지 시간)에 공모가 주당 21달러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기도 했습니다. 1분기마다 150개 국에서 월 이용자가 1.7억 명에 이르는 실적이 상장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되었죠.

재미난 것은 이렇게 만화들이 세상을 장악하면서 콘텐츠 업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게임업계였죠. 마케팅 비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게임업계가 보기에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만화 IP(지식 재산)는 너무나 매력적인 소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익을 나누어 주긴 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마케팅 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수많은 게임사들이 인기 만화들에게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개발한 게임들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실적으로 이어졌죠. 웬만한 만화는 이제 다 게임화되어서 이용자들을 맞이하게 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PS4 용으로 출시되었던 ‘드래곤볼 파이터즈’ / 아크시스템웍스 제공
PS4 용으로 출시되었던 ‘드래곤볼 파이터즈’ / 아크시스템웍스 제공

‘드래곤볼’ 같은 경우는 1980년 닌텐도 패미콤 시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게임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등장한 누적 게임 수만 백 편이 넘을 정도이며, 인기 게임은 개별적으로도 천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기도 합니다. 당장 소니 PS2 버전에만 27편의 게임이 등장했고, 누적 3천만 장 이상 판매됐다고 하니 시장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인기 만화인 ‘원피스’, ‘나루토’, ‘슬램덩크’ 등도 당연히 수많은 게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PC 스팀부터 가정용 게임기, 휴대용 게임기 할 것 없이 모든 플랫폼에서 만화 기반의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 일반 액션 게임, 카드 게임, 턴제 RPG, 무쌍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도 등장하고 있죠.

나아가 국내 만화도 게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 첫 국민 게임으로 불리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도 만화가 원작이며, 넥슨의 게임 ‘바람의 나라’도 만화가 원작입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K-게임 열풍을 일으켰던 ‘라그나로크’도 국내 만화가 원작 작품이죠.

국내 최고 인기 게임 ‘리니지M’도 만화 ‘리니지’가 원작이다 / 엔씨소프트 제공
국내 최고 인기 게임 ‘리니지M’도 만화 ‘리니지’가 원작이다 / 엔씨소프트 제공

나아가 앞서 소개했던 ‘나 혼자만 레벨업’은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넷마블에서 계약을 맺어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라는 이름으로 2024년 5월에 출시되었습니다. 실적은 엄청났습니다. 출시 첫날 전 세계 141개국 다운로드 1위, 21개국 매출 1위, 105개국 매출 10위권을 기록한 데다 출시 5개월 만에 5천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습니다. 출시 첫날 매출이 140억 원에 이르는 등 엄청난 인기로 지난 ‘2024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고, 넷마블은 실적이 크게 늘며 흑자 전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상적인 점은 세계의 게임 팬과 만화 팬이 서로 뒤섞여서 더욱 공고한 팬층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화 마니아 층이 게임을 즐기며 게임을 배우고, 게임 마니아 층이 다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기며 관련 굿즈를 사고 더욱 빠져드는 형태. 아울러 새로 만들어지는 콘텐츠가 다시 젊은 세대로 이어지면서 생명력이 보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멀티 플랫폼의 선순환 구조가 이제는 콘텐츠 업계의 주요 트렌드가 되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새삼 IP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리고 왜 IP를 육성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전 세계를 석권한 오징어 게임 2 / 넷플릭스 캡처
전 세계를 석권한 오징어 게임 2 / 넷플릭스 캡처

얼마 전 ‘오징어 게임 2’가 넷플릭스 전 지역을 석권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넷플릭스 최초의 사례라는 소개와 함께 K 콘텐츠의 위력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이러한 문화 콘텐츠 IP의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진정한 한국의 먹거리이자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화#게임#일본만화#드래곤볼#원피스#K웹툰#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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