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연평균 10% 성장… 매출 확대 요인으로 ‘허가 외 처방’ 꼽혀
위산 조절 빠르게 돕는 ‘P-CAB’ 제제… 위장 보호 목적으로 다른 약과 함께 처방
동시 복용 때 적합성 등 알기 어려워… 식약처 허가에 맞는 약제 사용 장려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1조3000억 원이다. 2020년 946억 원, 2021년 1조644억 원, 2022년 1조1640억 원, 2023년 1조2666억 원으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차단제) 계열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가 국내 제약사의 매출 효자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HK이노엔의 케이캡(국산 신약 30호)은 2019년에 위·식도 역류증(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이후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국산 신약 34호), 제일약품 자큐보(국산 신약 37호)가 차례로 출시됐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2019년 2분기 출시 시점에는 시장점유율이 3.3%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11%, 2021년에는 16.4%, 2023년에는 28.4%로 꾸준히 성장했다.
신경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에서 ‘허가 외 처방’
P-CAB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는 식사와 관계없이 먹을 수 있고 즉각적인 효능이 나타나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위·식도 역류증 환자의 ‘타는 듯한 속’을 빠르게 완화한다. 하지만 P-CAB의 처방 내용을 살펴보면 급속한 매출 확대의 요인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허가 외 처방’이다.
위·식도 역류증은 위산이나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 안쪽으로 타는 듯한 통증이나 쓰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심하면 식도염, 식도궤양, 협착 식도궤양, 협착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역류한 위산이 식도를 지나 목까지 넘어와 후두염이나 천식, 만성 기침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내시경검사, 장시간 보행성 식도 산도(ph) 검사가 필요하다. 생활 습관의 교정과 약물치료,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위산을 조절하는 치료제 중 하나가 위산 분비를 차단하는 P-CAB이다. 서울대병원 홈페이지에는 위·식도 역류증 치료를 위한 진료과로 이비인후과와 소화기내과를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위·식도 역류증 치료에만 허가받은 케이캡과 펙스클루는 허가 이후부터 지금까지 신경과, 신경외과, 안과, 외과, 정신건강의학과는 물론 치과에서도 처방되고 있었다.
P-CAB 제제, 위·식도 역류증 외 처방 불가
신경과 치료부터 관절염이나 가벼운 감기, 치아 통증 등 다양한 치료를 위한 처방 약에는 통증을 낮추기 위한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가 포함된다. 이때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는 위장관 통증과 불편감, 작열감 등의 부작용이 있어 위 보호를 위한 치료제가 추가로 포함된다. 단순히 위장관 보호를 위한 약이라도 환자에 따라 몇 개월간의 장기 복용이 필요할 수 있고 다른 치료제와 같이 복용해야 하므로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다. P-CAB은 위·식도 역류증 환자의 통증 감소 외에 다른 치료제와의 적합성과 안전성, 장기 복용 시 부작용 발생 여부 등의 연구 결과가 부족해 아직 식약처로부터 위장관 보호 요법으로는 허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허가 외 요법으로 처방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처방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허가 외 처방은 환자 건강과 직결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문의약품은 효과가 뛰어난 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어 허가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허가가 취소되기도 한다”라며 “두 가지 약제가 같은 기전을 가지고 있더라도 각각의 임상 연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적응증을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어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적응증에 맞게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허가 외 처방은 보험 재정 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P-CAB보다 저렴한 치료제가 있는데도 아직 관련 병증에 대한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P-CAB이 건강보험 혜택 적용을 받으면서 처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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