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오염시킨 납성분, 고대 로마인 IQ 3점 떨어뜨려”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월 8일 15시 58분


로마시대 대중 목욕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로마시대 대중 목욕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대 로마의 멸망 원인으로 지목된 납이, 대기를 오염시켜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저하시켰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대 로마는 지금 못지않은 상하수도 시설을 갖췄다. 2000년 전 로마인들은 도시 곳곳을 촘촘하게 연결한 파이프를 통해 집으로 물을 끌어들여 식수와 목욕물로 썼다. 문제는 물을 담거나 끓인 그릇은 물론 상하수도 관 대부분을 납으로 만들었다는 것.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6일(현지시각)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대 로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기까지 납으로 오염됐다. 이로 인해 당시 사람들의 지능지수(IQ)가 평균 2.5~3점 떨어졌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그린란드에 채취한 얼음 코어의 납 농도 분석을 바탕으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얼음 샘플에서 발견한 납을 고대 로마의 은 제련소와 연결 지으며, 그곳에서 배출한 엄청난 양의 오염 물질이 대기에 섞여 유럽 여러 지역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구진은 납 노출에 관한 현대의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납이 로마인의 혈류에 얼마나 축적 되었을 지와 그로인해 인지 능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 지를 분석했다.

납은 강력한 신경 독소로 오늘 날에도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협으로 남아 있다. 안전한 혈중 납 농도란 있을 수 없다. 미량의 납도 인체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납은 체내에서 특히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킨다. 학습 장애, 정신 이상, 생식 문제, 청력 손실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역사적으로 광범위한 산업 오염의 첫 번째 명확한 사례라고 말했다.

미국 네바다 주 소재 비영리 연구기관 사막연구소(Desert Research Institute)의 기후·환경 과학자 조 맥코넬(Joe McConnel) 박사는 “2000년 전 인간 또는 산업 활동이 이미 대륙 규모에서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며 “로마시대 납 대기오염은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최초의 명백한 사례”라고 말했다.

북극권에 속한 그린란드와 다른 극지방의 얼음 화학 성분은 과거 환경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얼음을 깊숙하게 뚫어 채취한 원통형 코어를 조사하면 과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나 특정시기의 납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3개의 얼음 코어를 분석한 결과, 납 농도가 약 천 년 동안 로마의 경제사와 연관된 주요 사건들에 따라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로마가 현재의 스페인 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해당 지역에서 은 생산량을 늘렸을 때 대기 중 납 농도가 상승했다.
고대 로마 은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대 로마 은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은 1온스(약 28그램)를 얻으려면 납 1만 온스가 부산물로 생성된다고 맥코넬 박사가 설명했다. 로마인들은 은을 주화와 경제에 사용하기 위해 채굴하고 제련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납이 대기로 유입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대기 중 납 오염만 들여다본 것이기에 고대 로마에서 납이 건강에 미친 전체적인 영향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고대 로마인들은 납으로 도금한 잔에 술과 와인을 담아 마시고, 납으로 된 배관을 타고 들어온 물로 목욕을 하는 등 보다 광범위하게 납에 노출됐다.

납 전문가인 브루스 란피어(Bruce Lanphear)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건강과학과 교수는 “고대 로마에는 어디에나 납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 연구는 대기 중 납만을 평가했기 때문에 그들의 추정치는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미국 NBC뉴스에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 결과는 납 중독이 로마 제국의 몰락에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할 증거를 추가한다.

이에 대해 란피어 교수는 “납이 로마 제국의 몰락을 촉진한 요인 중 하나라는 점에 상당한 확신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결코 하나의 요인만으로 몰락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 매닝(Joe Manning) 예일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또한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로마의 몰락은 전염병, 경제 문제, 기후 변화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도시들은 너무 더럽고, 질병으로 가득했으며, 이질이 만연했다. 납 문제는 끔찍한 위생 상태 위해 더해진 요소”라고 같은 매체에 말했다.
#헬스동아#납#로마#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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