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정신건강 관리,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0일 03시 00분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 캠페인전문위원장)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 캠페인전문위원장)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자살 문제 해결은 함께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다. 국내에서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7년 321만 명에서 2022년 434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정신장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1조 원을 넘는다.

또 한국은 지난 20년간 약 26만 명 이상이 자살로 숨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의 자살로 인해 남겨진 유족들은 자살자의 6배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깊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에서 살고 있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6월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위원회는 정신 건강 문제를 이용자 중심의 관점으로 전환하고 정신 건강 환경과 서비스를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이 꼭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정신 건강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하다. 대표적인 편견은 정신 건강 문제로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사회적 낙인 문제다. 정신 건강은 신체 건강만큼이나 중요한데, 이런 낙인은 치료 받을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또 다른 문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거나 능력이 없으며 회복이 어렵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이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과 차별 의식을 갖게 하고 법적, 제도적 불이익을 경험하게 만든다. 이런 문제는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살자 유족들 역시 사회적 편견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자살자 유족들은 자살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죄책감, 수치심, 우울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사회적 오명에 대한 두려움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우울증과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정신 건강 문제는 나와 관계없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다. 먼저 정신 건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정신 건강 문제는 결코 수치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이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또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해야 한다.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과 제도, 정책, 서비스는 혁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자살로 내몰리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협력과 지속적 캠페인을 통해 정신 건강과 생명 존중 문화가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정신건강#사회적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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