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사고파는 주체 실시간 분석해 증권사 제공… 이젠 세계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일 01시 40분


주식 수급분석 기술로 미국 진출한 피니트
대용량의 주식 거래 데이터… 거래소에서 직접 받아 초고속 처리
딥러닝과 추론 엔진 등 활용… 미국 2100여 종목도 실시간 분석
美 헤지펀드에 데이터 판매할 정도… “주식 외 암호화폐 등으로 확대”

최재현 피니트 대표이사(왼쪽)와 박제원 최고기술책임자 겸 공동대표이사가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자사의 미국 주요 주식 방향성 분석 솔루션을 설명한 뒤 미국 자회사 홈페이지 앞에 섰다. 이들은 주식 수급 분석 기술이라는 분야를 개척해 개인투자자에게 새로운 분석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불편을 개선하면 사업이 될 수 있다. 개선된 방식이 가치를 제공하면 소비자는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주식 수급 분석 솔루션을 개발해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는 피니트(대표이사 최재현)의 창업 과정과 성장 과정이 그렇다. 불편을 고치는 작은 출발로 시작해 수요처를 정확하게 찾았고, 공급 방식도 영리하게 찾은 사례로 볼 수 있다.

● “외국인 매매 동향, 실시간으로 알고 싶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주식 향방을 예측하면서 이런 과정을 겪곤 한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해당 시점에 누가(외국인이나 기관, 개인) 많이 사고파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증권사 주식 투자 프로그램의 매매 주체별 동향란을 눌러 본다. 그런데 당일 매매량은 비어 있다. 가끔 아침에 일부 뜨는 경우가 있고, 장 중간에 표출되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장이 끝난 오후 6시가 넘어야 표시가 된다. 투자자들은 ‘실시간 자료가 있으면 좋을 텐데 없네’라며 그냥 넘긴다.

그런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한 소규모 투자자문사가 2017년 당시 숭실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최재현 피니트 대표이사(45)에게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수급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지인의 부탁이어서 취미 삼아 개발을 해보자며 승낙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친하게 지내던 동료인 박제원 교수와 상의했고 함께 만들었다. 박 교수는 현재 피니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공동창업자다. 창업 과정에서 최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기로 했고, 박 대표는 ‘공동대표이사’로 활동하며 회사를 공동으로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사면 증권사별로 담당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입력해서 집계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며 “피니트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증권사 앱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주체별 매매량의 예측값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든 프로그램은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인 종목을 대상으로 했다. 요청을 했던 지인은 1년 정도 활용을 했는데, 그 사이 주변 투자자문사들 중심으로 소문이 나면서 증권회사에서도 서비스 공급 제안을 받게 됐다. 현재 10개 증권회사가 채택해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취미로 만든 프로그램의 수요가 늘면서 일이 많아졌고, 2019년 창업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교수직은 버리고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 매매 패턴 등 분석해 주식 방향성 예측

피니트가 만든 프로그램은 국내 주식의 수급을 분석하는 파워맵과 미국 주식의 수급을 분석하는 파워맵US 두 가지다. 실시간으로 주요 주식의 매매 패턴을 분석해 주가의 상승과 하락 기조가 바뀌는 시점을 예측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거 15년간의 데이터를 학습해 수급 패턴을 찾아냈다. 현재 수십만 개의 매매 패턴을 바탕으로 주가의 방향성을 예측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주가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동향이 중요하다는 전제하에 데이터를 분석한다.

최 대표는 “주요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느 기관이 주문을 냈는지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분석을 한다”며 “다만, 외부에 공개를 할 때는 외국인과 기관 정도로 구분해서 표출하고 있다”고 했다.

만일 삼성전자의 주식을 누군가 1분 단위로 100주씩 2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신호 등이 보이면 여러 다른 특성과 결합해 특정 외국 증권사가 매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런 형태의 매매 패턴은 수십만 건에 달하는데 이를 분석할 때 AI와 매매 패턴, 특징점 분석, 추론 엔진 등을 활용한다.

분석하고 추론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데이트 처리 능력도 중요하다. 피니트는 거래소에서 거래 데이터를 직접 수신해 실시간으로 1000개가량 종목(대상 종목은 코스피는 시총 2000억 원 이상, 코스닥은 시총 1500억 원 이상)의 수급 현황을 분석 처리한다. 최 대표는 “거래소에 직접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직접시장접속(DMA·Direct Market Access) 기술과 고빈도매매(HFT·High Frequency Trading)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어 가능하다”고 했다.

● 미국 시장 진출… “암호화폐 등으로 영역 확장”

파워맵US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같은 미국 주식 2100여 종목의 수급을 분석한다. 박 대표는 “미국 거래소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으로 구분된 매매 자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자체 연구를 통해 주가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인 대량 거래와 매수 강도 등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주가 향방을 예측하는 법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매수 강도와 대량 거래가 동시에 1분간 증가할 경우 3분 이내에 주가가 상승할 확률은 84% 정도 된다”고 했다.

1일 거래에서 주가가 오른다고 해도 오르는 폭은 평균 1.2% 정도이고, 정확도가 100%는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어떤 시점에 얼마를 투자하느냐에 따라 이익을 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최 대표는 “주식 매매 때 참고할 수 있는 사실상 새 지표를 하나 더 제공하는 셈”이라고 했다.

피니트는 시장을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사업을 하는데, 자신들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팔지 않고 증권회사의 서비스를 통해 판매한다. 이른바 B2B2C(기업-기업-소비자)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증권사에 서비스 이용료를 내고, 증권사는 피니트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시장의 불편을 개선한 서비스를 만들어 유통 채널까지 만들었으니 창업 초기부터 조금씩 이익을 내며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최근 70억 원 정도의 투자를 처음 받았는데, 이는 미국 시장 직접 진출에 필요한 자금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했다.

피니트의 파워맵과 파워맵US는 현재 국내 증권사에서 서비스를 채택한 곳이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증권사 앱을 통해 미국 주식과 국내 주식 수급 데이터를 볼 수 있다. 피니트는 이를 넘어 미국 개인투자자 시장도 노리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온라인 증권사인 인터랙티브브로커(IBKR)와 트레이디어브로커(Tradier Brokerage) 등 4곳과 계약을 맺고 그에 맞춘 파워맵US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최 대표는 “미국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20% 정도인데, 점점 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우리의 실시간 수급 분석 기술이 미국 개인투자자에게 새로운 분석 도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피니트는 주식의 수급을 분석한 데이터를 미국의 대표적인 고빈도매매 및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문 헤지펀드인 T사에 판매했다. 최 대표는 “우리의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았다는 의미가 있다”며 “나스닥 데이터 시장에도 우리 데이터를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했다.

피니트의 미국 자회사인 트레이드플러스 테크놀로지스의 임원(왼쪽)이 2024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벤징가 핀테크 딜 데이 & 시상식 행사에서 피니트의 독특한 수급 분석 기술을 소개하는 모습. 피니트 제공
피니트의 미국 자회사인 트레이드플러스 테크놀로지스의 임원(왼쪽)이 2024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벤징가 핀테크 딜 데이 & 시상식 행사에서 피니트의 독특한 수급 분석 기술을 소개하는 모습. 피니트 제공
피니트의 수급 분석 기술은 뉴욕에서 지난해 열린 벤징가 핀테크 어워즈에서 우수 데이터 분석 툴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 대표와 박 대표는 피니트의 미래에 대해 “우리 수급 분석 기술은 주식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파생상품과 암호화폐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피니트#주식 수급#실시간 분석#데이터 처리#딥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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