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사이 극장가에서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지난 2023년 개봉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13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겨울왕국을 제치고 전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2위를 달성했죠. 국내에는 25년 개봉한 슈퍼소닉 3도 약 4억 8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등 게임 원작 영화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반대로 영화로 유명한 IP가 게임이 되어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웰메이드 공포 게임으로 유명한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같은 작품이나, 지난해 엑스박스와 PC로 등장해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은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죠. 이처럼 영화가 게임이 되고 게임이 영화가 되는 오늘날,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더 허물고 모호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바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전개가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게임들이 주인공입니다. 즐기는 플랫폼에 따라 인터랙티브 게임이나 인터랙티브 필름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죠. 나이가 좀 있는 독자라면 90년대 개그맨 이휘재가 등장해 “그래 결심했어!”라고 말했던 인생극장을 떠올리며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실제 배우를 모델링한 비욘드 투 소울즈 (출처-스팀)
■ 이게 영화야 게임이야? 퀀틱 드림이 만든 게임
대표적인 게임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개발사 퀀틱 드림이 선보인 ‘헤비 레인’, ‘비욘드: 투 소울즈’,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선보인 게임은 게임으로 봐야 할지 영화로 봐야 할지, 게이머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을 정도로 그 경계가 정말로 흐릿합니다.
이용자는 퀀틱 드림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게임을 하기보다는 영화를 본다는 느낌을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용자의 조작이 필요한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를 이동시키거나 선택을 위한 버튼 입력 등을 제외하면 이용자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간단히 시간에 맞춰 화면에 등장하는 것을 입력하는 형태는 QTE(퀵타임 이벤트) 정도가 “아, 이게 게임이었구나!” 하는 느낌을 전해주죠.
조작이 간단하다. 이미지는 헤비레인 (출처=스팀)게임적 요소가 많지는 않았지만, 앞서 언급한 세 작품은 모두 게이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변화하는 이야기를 마련한 것이 주효했죠. 이용자들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의 결과는 게임에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일반적인 영화가 감독이 만들어둔 대로 진행되는 콘텐츠라면,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게임은 이용자의 선택이 가미되어 한층 발전된 느낌이 들게 합니다.
특히, 세 작품 모두 시나리오도 매력적이었습니다. ‘헤비 레인’은 사랑하는 것을 위해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질문했고, ‘비욘드: 투 소울즈’는 유명 배우 엘렌 페이지와 윌렘 대포를 게임에 그대로 담아내며 초자연적 현상을 주제로 제법 빨려드는 이야기를 만들었죠.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안드로이드가 일상화된 근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안드로이드를 기계로 볼지 아니면 사람으로 대할지와 같은 선택을 이용자에게 하게 만듭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AI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 플레이하면 새로운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출처=스팀)
■ 인터랙티브는 공포가 제격! 요즘엔 FMV도 인기
이와 함께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게임은 단연 공포나 호러가 제격입니다. 무시무시한 살인마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내린 선택이 삶과 죽음을 가른다면 그 공포는 배가될 수 있죠. 덕분에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에는 호러 게임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은 슈퍼매시브 게임즈가 선보인 ‘언틸 던’을 꼽을 수 있습니다. ‘언틸 던’은 산에 있는 통나무 오두막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 청춘남녀들을 그린 작품인데, 마치 슬래셔 무비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이용자가 잘못된 선택을 내린다면 동료들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주변 인물을 모두 살릴 수 있는지 아니면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지는 이용자의 선택에 달려있죠.
극한 공포가 전해진다. ‘언틸 던’ (출처=스팀)‘언틸 던’은 동명의 영화도 개봉을 앞둔 상황입니다. 영화 같은 게임으로 사랑받았던 ‘언틸 던’이 정말 영화가 된 재미있는 상황이죠. 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겼다면, 같은 개발사의 작품인 ‘쿼리’나 ‘더 다크 픽처스 앤솔로지’ 시리즈 등 더 많은 작품을 만나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FMV(풀모션 비디오)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FMV는 쉽게 말해 동영상인데요. 3D 모델링이 아닌 실제 배우들이 등장해 연기한 영상이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의 특성인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미녀 매우가 잔뜩 등장하는 중국 FMV 게임 (출처=스팀) FMV 게임들은 실제 영상을 촬영하고 사용하는 면에서 다른 어떤 게임들보다 영화와 더 비슷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누아르, 호러, 서바이벌, 연애 등 장르도 가리지 않죠. 특히 중국의 개발사들이 미인 배우들이 잔뜩 등장하는 FMV 게임을 만들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FMV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유명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대거 등장하는 작품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아울러 넷플릭스와 같은 OTT에서도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영상을 선보였는데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와 같은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특정 순간에 이용자가 선택을 해야 다음 장면이 나오는 방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스트리밍이 시장의 중심이 되면서 과거 비디오테이프와 같은 저장장치 시대에는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방식의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죠.
오늘은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점점 모호하게 만드는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게임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장르 특성상 별다른 조작이 없어 누구나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강점입니다. 게임에 관심이 있었지만 낯설어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면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게임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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