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경의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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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1월 5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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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들이여, 사랑과 나이에 당당하게 맞서라!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는 담배 연기처럼…’.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는 서른 고개를 넘는 남자들의 헛헛한 마음을 시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노래가 아니라 애절한 절규이고 공감이다. 허공을 바라보며 목이 쉬도록 부르고 또 무한 반복듣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눈물만 뚝. 뚜우뚝 떨어진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서른 고개를 넘어간다.

여자들도 그럴까? 빙고! 그녀들 또한 서른 이후에 심하게 몸살을 앓는다. 사랑이든, 관계든, 일이든. 이십대엔 서른 살이 되면 많은 것을 알고 많이 달라져서 살아갈 것이라고, 나의 서른 잔치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디 세상이란 게 그리 녹록한가. 서른 잔치는 고사하고 눈물과 초조의 시간이 그녀의 옷자락를 타고 가슴 깊이 들어온다. 그 괴리를 채우는 것은 눈물 뿐. 그러나 그때 흘리는 눈물은 다이아몬드다.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눈물이고 삶을 아름답게 꽃피우는 자양분이다.

여기 인생의 성장통을 앓고 있는 서른 즈음의 여인들의 눈물을 어우만지고 보듬어주는 멘토, 아니 친구가 있다. 작사가 이애경이 그 ‘친구’다. 그녀는 신작 에세이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허밍버드)’을 통해 힘겹게 서른 고개를 넘는 젊은 영혼들에게 푸근한 길라잡이가 돼 준다. 왜? 느낌 아니까.

그녀가 겪은 서른 언저리의 결론은 이렇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잘 견뎌 내는 방법을 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우리 모두에게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이 분명히 온다는 것을. 눈물 자국은 슬픔의 흔적이 아니라 단련의 마음이 걸어온, 빛나는 발자취가 된다는 것을.’이라며 이슬비 내리듯 슬쩍 처진 어깨에 손을 얹어놓는다.

이 책엔 30대 여성들의 삶과 여자로서 나이 듦에 대한 고민들을 바라보고 조언해주는 67편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아니 메시지를 넘어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시(詩)다. 때론 하이쿠처럼 단칼로 내려찍는가 하면 때론 부드러운 서정시로 마음을 보듬어준다.
도대체 이렇게 감각적인 사람이 누구인가 했더니 “아하!” 소리가 절로 난다. 저자 이애경은 연예 음악담당 기자를 거쳐 조용필의 ‘기다리는 아픔’ ‘꿈의 아리랑’ 등의 노랫말을 쓴 주인공이다. 윤하의 ‘오디션’과 ‘섬데이’ 유리상자의 ‘비가’ 등도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또 지난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넣은 ‘그냥 눈물이 나’도 그의 작품이었다. ‘그냥 눈물이 나’는 20,30대 여성들의 심리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그 상처를 푸근하게 어루만져줘 폭발적 인기를 얻은 작품. 이번 신작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은 전작의 감동을 잇는 후속편인 셈이다.

‘치열하게 사랑하라/언제나 마지막인 것처럼/모든 사랑이 소각될 때까지/내가 만들어 낸 나의 한계를/모두 넘어설 때까지.’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오래 맴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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